
화성에서 만난 오래된 씨앗과 지혜로운 농부들. 변현단. 141쪽
시간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거장의 손길
하늘은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자를
시련의 시간을 통해 단련시키듯
시간을 견뎌낸 것들은 빛나는 얼굴이 살아난다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박노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토종 작물의 경우 거름이 독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예전에는 거름이 많지 않았으니 작물이 거기에 적응해온 것이리라. 지금은 바람 맞지 말리고 농약을 준다고 한다…거름을 적게 하면 될 일인데 뭐든 농약으로 해걀하려 하는 게 안타깝다.
듣고 보니 옛날 사람들은 기름을 약처럼 먹었다. 기름 한 방울이 아깝고 소중해서 더불어 모든 음식이 약이 되지 않았을까? 약식동원이라는 말은 이런 데서 나왔을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하찮아 보이는 것일지라도 이름을 불러 주는 게 좋다. 토종 콩에도 수십 수백 가지 콩이 있고 이름이 다 다르다. #홀애비밤콩
“된장 장사하려고 했더니 관에서 조합을 만들래요.”…농민이 소득을 올리려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면 이렇듯 법을 운운하며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는데 단순 허가가 아닌 규모화를 요구한다.
“농사 재밌어요. 아프다가도 일하러 나가면 하나도 안 아파. 그거 보는 게 자식 보는 것보다 더 좋아요.”
제 아무리 늙고 병들어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씨앗과 호미를 들고 밭에 나가기만 하면 말그대로 ‘무념무상’에 빠질 수 있다. 밭이야말로 진정 생동하는 농부들의 놀이터이다.
“할머니 훌륭하게 잘 살아오셨습니다. 할머니가 지켜온 씨앗, 할머니의 인생 그 모든 것이 귀한 유산입니다.”
“지금은 하도 좋지 않은 것이랑 섞어서 파니까 못 믿어요.자식이나 손자들은 내가 직접 만들어 주니까 좋아서 잘 먹어요…”
기계화는 우리의 풍속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결국 기계화로 인해 일견 농사일이 쉬워지기는 했지만 서로 돕는 품앗이도 사라지고 인심도 사라져 버렸다.
여러 할머니들이 예전의 농사와 삶의 지혜를 얘기할 때 ‘옛날에는 다들 머리가 좋았던 것 같다’고 회고한다. 그 이유를 나도 절감한다. 나도 토종 씨앗 농사와 돈이 들지 않는 자립적 삶을 살면서 머리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사에 돈을 들이지 않고 하려니 자연을 이용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는 내가 원하는 것을 돈으로 사면 되고, 대부분 기계나 전기가 해주니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을 손수 만들어야 했던 삶은 한편으로는 고단했지만, 그만큼 머리가 좋아지는 삶이지 않을까? 결국 새것만 취하고 헌것을 버렸던 우리가 다시 헌것을 찾아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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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시인의 말처럼, ‘오래되었다!’는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삶과 씨앗 이야기들. 사라져가고 있는 ‘오래된 미래’가 담긴 지혜를 찾아가는 시간이 담긴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한 권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