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x박지원.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추천사-CBS PD, 작가 정혜윤
우리는 몰라도 좋은 것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다. 그러나 세상사의 법칙은 결코 한 가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동시에 다른 일도 일어나버린다.
우리가 몰라도 좋을 것을 알아버리는 동안 우리는 꼭 알아야 할 것은 놓치고 만다…「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에는 우리가 놓치면 너무나 아쉬운 생각들이 가득 차 있다.
이상을 꿈꾸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현실을 살아가되 이상을 노래하는 사람. 자유인이고 싶되 자유롭지 못한 사람. 자우롭지 못하지만 자유인을 염원하는 사람. 그래서 그는 언제나, 매번 다시, 책의 세계로 돌아간다.
“그렇습니다. 아나키즘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많이 오해되고 있고, 또 동시에 가장 미래지향적일 수도 있는 어떤 이념이라고 믿고 있어요”
읽고, 쓰고, 경작하는 삶. 저희가 경작하는 밭은 600평입니다. 제가 소유의 한계로 정해둔 면적인데요. 한반도 국토 면적이 22만제곱km. 사람 수 7천만으로 나누니까 1인당 3백 평이 나오더군요.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농사를 짓고…이런 삶이 특이하다는 건 알고 계시죠?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삶입니다.
우리는 도서관에는 노인들이 없습니다…우리 사회의 노인들애 대해서 참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거나, 자신만의 취향을 쌓을 수 있는 삶의 시간과 공간이 그분들에게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책은 날씨와 공기처럼 책을 둘러보는 것은 매일의 날씨를 대하는 것과 같다
획일적이고 출세 지향적인 성장 환경에서…아주 진보적이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어른으로?…뭐 이런저런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결국 독서라고 생각을 합니다…책을 읽는 일은 그 자체가 즐거웠고…이 행위가 없었더라면 제가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르다는 게 중요합니다…지적 세계의 핵심은 다양함입니다…자유롭다면 다를 수밖에 없죠, 달라야 하고요…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다르게 살아라, 자기만의 삶의 스타일을 추구하라고 학생들에게 자주 얘기하곤 했어요. 이런 인간과 사회의 다양성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삶의 가치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있어서 가장 빈곤한 게 독서라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우린 다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막상 사람들과 어울리면 썩 재미도 없고 그런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는 독서는 아주 멋진 방식으로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고독에 관하여….독서 역시 저한테는 고독의 가장 중요한 실천 방식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책을 읽는 그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경험, 자기 혼자 어딘가로 경계를 훌쩍 넘어가는 결험에 빠져드니까요.
지금 우리 사회의 ‘고독’이라고 하는 말도 아직까진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자기 발전, 자기 추구와는 거리가 멀지 않나 싶어요. 사회적인 의미에서도 그런 능동적 고독에 대한 주목 자체가 너무 덜 이뤄지고 있는 것 같고요.
loneliness 와 solitude 의 차이? 외로움과 독존!

사회의 쏠림이나 대세, 흐름에서 벗어나서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과 입장과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자세, 이것이 제가 집중하는 ‘고독’의 의미입니다.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게 가장 멋진 삶이라는 평범한 인생관, 평범한 가치관이 너무나 부족한 것 같아요.(위대한 평범함?!)
가장 좋아하는 배우, 유해진.
개성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대체불가능한 것. “너희들 그 자체로 제일 아름답다” 달라서 아름다운 것이라고.
저는 헤세가 자신의 문학을 통해서 스스로 “내가 왕따다”라고 저항함으로써 비로소 문학이 성립했다고 봐요…그의 문학 세계는 바로 세계에 대한 적극적인 고독과 반항의 기록들입니다. 영원한 사춘기의 기록이며, 청춘의 기록들이고요..
저의 바람이 있다면 비폭력적인 게임들이 많이 개발도 되고, 어린아이들의 두뇌와 정서 계발에도 도움이 되고, 좀 더 평화로우면서 인간적인…그런 게임들이 많이 나오면 좋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하곤 있습니다.
인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언제나 구체적으로 모든 것의 출발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겠죠? 구체적으로, 언제나 구체적으로.
공평하게 나눈, 6백 평의 땅. 산을 뺀 한반도의 3분의 1, 곧 7만 제곱킬로미터를 7천만 명으로 나누어 우리 부부 두 사람의 몫으로 가진 넓이의 땅. 나는 모든 사람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꼭 고만한 땅에 오두막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오순도순 사는 것을 꿈꾸었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언제나, 모두 책에서 찾았던 것 같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내내 읽다가 늙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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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지식인으로, 그리고 다시 진정한 자유인으로! 거듭 아름다운 ‘고예독왕(孤詣獨往)’의 길을 걸어가는 ‘독서인’ 이야기. 필요한 모든 것을 책에서 찾았고 죽을 때까지 내내 읽겠다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독서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대담에 시나브로 빠져들어 함께 ‘독서의 즐거움’에 푹 빠져들어가 볼 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