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고발한다. 니홀라스 할라스. 488쪽
드레퓌스사건과 집단히스테리
“너희는 다수를 따라 악을 행하지 마라”-출애굽기 23장 2절
‘무뢰한 D’? 그들은 D자를 쭉 훑어 내려가다가 ‘드레퓌스’란 이름에서 시선을 멈췄다. 마침내 범인을 찾아냈다는 큰 안도감에 그들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 이심전심의 눈길을 교환했다. “바로 유대인이었군!”
편견에 깊이 물든 사람들에게는 어떤 거짓도 진실로 보일 수 있는 법이다.
에밀 졸라의 집필 시작. 인기 있는 신문들은 여전히 드레퓌스의 죄상 폭로로 메워졌다. 그의 죄목은 14개 항목에 달했으며, 브뤼셀에서 독일 무관과 같이 있는 스냅 사진이 있다는 기사까지 실렸다…’믿을 만하게’ 입증된다고 떠들어댔다…드레퓌스 지지자들의 주장은 언어도단이라는 것이었다.
아! 우리는 빚더미와 죄악으로 가득 찬 파렴치한 모습의 인간들이 결백하고 무죄라고 전 세계에 공표되는 반면에 명예롭고 때 묻지 않은 인간은 오욕의 구렁텅이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그리고 문명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면 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뒤파티 중령을 고발합니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법적 과오의 악마 같은 중개인이었음을, 또한 지난 3년간 가장 부조리하고 역겨운 음모와 자신의 사악한 행위를 계속해서 은폐했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메르시 장군을 고발합니다. 필경 심약한 탓으로, 사상 최대의 죄악에 그가 공모자로 끼어들었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비요 장군을 고발합니다. 그가 드레퓌스가 결백하다는 결정적 증거를 손에 쥐고서도 정치적 동기 및 참모본부의 체면을 구하고자 그 모든 것을 은폐했으며 파렴치죄와 정의모독죄를 자진해서 저질렀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벨롬, 바리나르 및 쿠아르 세 명의 필적 전문가를 고발합니다. 의학적 검진에 따라 그들의 시력과 판단력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지 않는 한, 그들은 거짓이며 가짜인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국방부를 고발합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첫 번째 군사법정을 고발합니다. 피고인에게 그 증거를 비밀로 가린 채 유죄 판결을 내려 인권을 침해했음을 고발합니다…
내가 취한 행동은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서두르기 위한 혁명적 조치입니다. 그처럼 많은 것을 지탱해왔고 행복에의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인류의 이름에 대한 지극한 정열만이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입니다. 나의 불타는 항의는 내 영혼의 외침일 뿐입니다. 이 외침으로 인해 내가 법정으로 끌려간다 해도 나는 그것을 감수하겠습니다. 다만 청천백일하에서 나를 심문하도록 하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3만 통의 편지와 전보가 졸라의 호소를 환영했다.

파리에서는 대학생들이 졸라의 집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이 출동했다. 대학생들은 “졸라를 죽여라! 군 만세!”를 외치면서 돌을 던지는 것으로 만족하고 해산했다.

줄거리로 볼 때 그것은 하찮은 사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역사 발전의 과정과 그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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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원자화될수록, 남들에겐 하찮은 사건이 한 개인의 삶을 파멸과 죽음으로, 그리고 누구나 그러한 개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조국 사태는 에밀 졸라의 ‘영혼의 외침’을 통한 불타는 항의는 지식인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현재의 또다른 ‘들레퓌스’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