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한시를 읽다. 이종묵.
“대숲을 보호하려 길을 둘러내었고, 산을 아껴 누각을 작게 세웠다”(護竹開迂徑,憐山起小樓)
한시에 담긴 소리와 향기, 그림을 두루 즐기기 위해서는 모든 감각기관을 활짝 열어야 한다. 감각기관을 열어서 보고 듣고 맡노라면 절로 상상력이 발동된다.
한시를 읽고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그러한가?…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보아야 하고 귀를 기울여 작은 소리조차 들어야 한다. 냉철한 머리로 따져서 읽어야 하고 뜨거운 가슴을 열고 마음을 함께 하여야 한다. 그래야 한시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시는 음풍농월이다. “…음풍농월하면서 꽃을 찾고 버들을 따르는 일은 천욕이다. 천욕은 없어서는 아니 되니 없으면 삭막하고, 인욕은 있어서는 아니 되니 있으면 더러워진다” 라고 했다.
시인은 가난하다. 왜 가난한가?

시중유화. 시 속에 그림이 있다? 시는 그림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시의 뜻을 호방하게 하는 법. ‘원유’, 즉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를 ‘강산의 도움’이라 했다.
풍경 속의 시인. 순수 서경시. 이러한 시에는 인간 세상의 티끌이 없다. 그런 시를 읽노라면 한여름 시원한 우물물을 마신 것처럼 시원해진다.
묘하게도 금강산을 가 본 김정이나 정사룡보다 가보지 않은 권근이나 성석련이 금강산의 외양은 더 잘 묘사할 수 있었다.
상우천고(尙友千古). 당대에 진정한 벗을 만날 수 없으니,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마음에 맞는 벗을 구한다는 말이다. 천년의 역사를 거스르지 않고 벗을 만난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풍경은 사람의 감정과 무관하지만, 한시 속의 풍경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다.
https://photos.app.goo.gl/NtTpJi45BMVEW6879
“대숲을 보호하려 길을 둘러내었고, 산을 아껴 누각을 작게 세웠다”(護竹開迂徑,憐山起小樓) 마음에 쏙 들어오는 싯구 하나! 그런데 어마어마한 경복궁을 세운 정도전이 지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리고 또다른 글귀하나 상우천고(尙友千古)! 책을 읽고서 아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벗을 만날 수 있다는 짧은 글만으로도 충분히 읽고도 남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