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 284쪽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기를 바꾼 한 남자의 특별한 여행기

내게 바다는 언제나 자기가 들은 말을 다 흡수하고 절대로 비밀을 누설하지 않으며, 최선의 충고까지 더해주는 믿음직한 친구다.
너무 추워지자 한 사람이 찾아와서 담요를 빌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아내와 함께 호숫가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데 너무 추워 몸이 꽁꽁 얼어붙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텐트와 배낭에 담긴 살림살이만으로 호숫가에서 살고 있는 사연이 많아 보이는 그 부부와 함께 마테를 마시려고 찾아갔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의 살림살이는 호화롭게 여겨졌다.
의사가 완전한 무력감에 빠져들 때가 바로 이런 상황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떤 변화가 생기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불쌍한 여자가 헐떡거리는 심장을 끌어안고 살기 위해 식당 종업원으로서 돈을 벌어야 했던, 바로 그 부조리한 체제를 타파할 변화 말이다.
계급제도라는 부조리한 이념에 기반한 현재의 질서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치적을 선전하는 데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들에 더 많은, 훨씬 더 많은 돈을 써야할 때가 왔다.
그는 비록 그 교리의 본질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난한 자에게 빵을!’이라는 구호로 대변된 공산주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건 그것으로 인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멍청한 양키놈들. 불쌍한 노동자들에게 단돈 1센트도 더 주지 않으려고, 파업으로 매일 수천 페소를 날리고 있어요. 우리 이바네스 장군이 권력을 잡으면 그런 문제는 다 해결될 거요.”
냉혹한 효율과 무기력한 분노가, 증오심에도 불구하고 함께 손을 잡고 그 거대한 광산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 편은 생존 때문에, 다른 한쪽 편은 이윤을 위해…
“미래는 민중의 것이지요. 조금씩 혹은 단번에, 그들이 권력을 잡을 겁니다. 여기에서 그리고 모든 나라에서요. 문제는 민중은 교육받을 필요가 있는데, 권력을 잡기 전에는 교육을 받을 수 없고, 오로지 권력을 장악한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죠. 민중은 실수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데, 이 실수라는 게 상당히 심각할 수도 있고, 무고한 많은 생명들을 희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혁명이란 비인격적이죠.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갈 것입니다. 그들의 기억을 모범으로 이용하기까지 하면서.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만일 위대한 영혼이 인류를 두 개의 적대적인 진영으로 나눈다면, 나는 민중과 함께 할 것임을.
나는 내 몸을 단련하고, 전투준비를 하여, 내 몸속이 승리한 프롤레타리아계급의 야수와 같은 환호가 새로운 힘과 희망으로 울려 퍼질 수 있는 신성한 공간이 되도록 나 자신을 준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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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책으로 나오지 않은 상테에서 나는 처음 이 여행기를 읽었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때 나는 비록 어렸지만 그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모험담을 써내려간 이 사람과 어떤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여행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깨닫기 시작했다. 바로 나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난 그의 딸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라는 딸의 서문이 아니더라도 거침없는 용기로 자신의 삶을 마주하고 헤쳐나간 ‘위대한 평범함’의 여행기에서 ‘평범함의 위대함’이 되어 태어난 한 시대의 영웅담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딸에게도 자랑스러운 삶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나의 딸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고 남을수 있을까…위대한 영웅보다 오히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부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