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의 탄생. 피터 터친. 499쪽
41 현실에서 전제군주(독재자)가 통치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어떤 집단의 사람들이 그를 지지해주기 때문이다…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억압은 협력을 토대로 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서양 사회의 사회조직에 길들여져 사회 권력의 유일한 합법적 원천은 ‘우리 인민’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우리는 민주적이지 않은 사회는 힘에 의해서만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경향리 있다. 널리 퍼져 있는 이런 문화적 편견을 보여주는 최근의 예가 2003년에 이라크 침공을 계획한 미국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가정한 것이다. 그들은 미군이 사담 후세인을 타도하자마자 이라크 사람들이 점령 당국과 협력해 민주 사회를 건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바트당 정권은 힘에도 의지했지만 어떤 다른 집단의 협력에도 의지했다.

46 이 책 전체에서 물으려고 하는 것은 왜 거대한 제국이 흥망성쇠를 겪는가 하는 것이다.
13세기에는 러시아가 다수의 공국으로 쪼개져 서로 다투는 바람에 거침없이 진군해오는 몽골군에 도저히 맞설 수가 없었다. 그러나 16세기에는 똘똘 뭉친 러시아가 옥신각신하는 타타르족의 칸국들을 가볍게 물리칠 차례였다. 타타르족은 왜 사회적 결속력을 잃었을까? 러시아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을 얻었을까?

57 러시아 사람들은 단결하지 않았다. 역설적이지만, 모든 공국이 개별적으로 보면 아주 합리적으로 행동했다. 공국의 통치자들은 저마다 다른 공국들이 단결해 몽골족을 무찌르기를 기다렸다.
58 종교는 모스크바 공국 사회를 결합시킨 접착제였다.
‘신앙을 위해 기꺼이 고통을 받으려는 의지’. 즉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안락과 목숨까지도 희생하며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려는 의지 같은 것(비잔틴 제국의 멸망과 황제의 일기, 순교자)
62 계급과 부에서 큰 차이가 나면 분열이 일어나기 쉽다. 그러나 평등하면 목표를 통일하고 공통의 행동 방침을 만들어내기가 쉽다. 평등주의는 협력이 가능하게 한다.(변방의 공생적 가난?!)
63 러시아 역사는 20세기에도 계속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편견에 시달렸다.
65 나는 모스크바 공국이 발달하는 데 지배적 영향을 끼친 것이 변경이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67 세치 카자크들은 군사적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어 관리들을 선출하고, 중요한 결정은 언제나 모두 모여서 내렸다. 변경은 평등주의적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다.(소국과민?)
126 집단의 결속력, 또는 아랍어로 아사비야라고 하는 개념으로 이븐 할둔은 우리가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 이론은 그의 기념비적 저작 『역사 서설』에 설명되어 있다. 집단의 아사비야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치는 능력, 협력하는 능력이며, 이것은 집단이 적에 맞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해주고 다른 집단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게 해준다. 아사비야가 높은 집단이 아사비야가 낮은 집단과 상대하면 일반적으로 아사비야가 높은 집단이 이긴다.
1993년에 로버트 퍼트넘은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 이탈리아의 지방자치와 민주적 전통』을 출판했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 공조 행위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사회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뢰와 규범, 네트워크 같은, 사회조직의 특성을 일컫는 말이다.’
퍼트넘의 사회적 자본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아사비야로서, 사회의 비군사적 측면에 강조점을 둔 것이다. 나는 퍼트넘의 저작에 갈채를 보내고…나처럼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나는 이븐 할둔의 아사비야라는 말이 더 좋다. 인간사를 이해하는 이 특정한 접근 방법이 긴 역사를 가진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457 이탈리아 남부, 메초조르노. 남부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도덕한 가족주의. 공동체 차원의 협력적 노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460 기업은 많은 점에서 특수한 목적에 맞게 조직된 특수한 사회다….아이러니하게도 자유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밖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안에서는 시장의 힘이 아니라 집단의 유대와 결속에 의지해서 움직인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일급 비밀 가운데 하나다.
이탈리아 북부 사람들은 협력해서 모험사업을 하는 데 훨씬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여기 아주 흥미로운 관찰 결과가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적 성공은 완전히 가족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중소기업에서 왔다.
제국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황제의 시대는 끝났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가장 민주적이지 않은 중국도 군주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통치를 한다.
https://photos.app.goo.gl/Z3Qy5Eqo8c2hMCnd6
아사비야, ‘협력이 강력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통합과 분열이 반복되어 온 세기적 순환의 역사를 제국의 흥망성쇠로 설명한다. 황제가 사라진 현대민주주의국가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제국의 시대라할 수 있는 국경을 초월한 자본주의 사회의 보이지 않는 황제는 자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