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문명, 새 세계관, 새 인생관, 새 국가를 세우지 않고 우리 살길만을 찾을 재주가 없게 됐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혁명을 의미하는 일입니다.”-함석헌

『함석헌사상 깊이읽기』 시리즈. 질곡과 굴곡의 민족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오로지 바른 뜻을 갈고 닦으며 살아낸 위대한 스승인 함석헌 선생님의 두툼한 생애를 담아 내기엔 오히려 가볍다할 수 있는 묵직한 책들이 아니었나 싶네요.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은 곳”이라던 『보르헤스의 말』
‘주말세종길‘을 오가며 드나들던 세종국립도서관 도서관 산책길과 함께 보르헤스의 말에 다시 한 번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한 해였습니다. 놀라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책숲인 도서관이야말로 천국의 삶이 기다리고 있는 일상의 소중한 공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을 통해 제대로 만나본 인문학자 고병권! 마르크스와 니체를 다시, 그리고 제대로 만나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분입니다. 책은 멀리서 찾아온 벗입니다.
그 사람은 있다해도 책이 없으면 어떻게 전해질 수 있겠는가?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책을 만드는 글쓰기야말로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처럼 ‘글쓰기, 이 좋은 공부’의 이유이자, 결국 나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화와 이야기, 그리고 판타지!
“판타지는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것이므로 본인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 판타지는 본인이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인간이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와서 인간의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아나키즘! 불순한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라 태곳적부터 ‘공생공락’을 꿈꿔왔던 수많은 민초들의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오래된 꿈’이 아닐런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려면 스스로 솟아나고 자라나는 이야기, 판타지처럼 우리의 삶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멸사봉공의 집단주의가 아니라 개인의 다양성과 생명력을 온전히 살려주는 활사개공(活私開公)의 대동사회를 만들어가야 함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그 길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작지만, 오래된 고택서가에서 책과 사람이 만나는 동네책방을 시작하는 벗을 통해서도 배워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