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색들. 오르한 파묵.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매일 일정량의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매일 약 한 수저씩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 있잖습니까….매일 ‘복용’해야 하는 문학…먼저 ‘약’이 좋아야 합니다.
내가 매일 섭취해야 하는 ‘문학’의 ‘복용량’은 완전히 다릅니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 가장 커다란 행복은 매일 반 페이지씩 만족스러운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30년 동안 매일 약 열 시간 이상 방에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습니다. 써서 출판할 수 있었던 분량은, 30년 동안 반 페이지씩 매일 쓴 양보다 적습니다. 게다가 내가 ‘만족스럽다.’라고 했던 것보다도 약간 부족합니다.
그렇습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어쩌면 문학이 아니라, 방에서 홀로 상상을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 예기치 않았던 바람에 돛을 펼치고, 지도를 보고 또 보며 발견하고, 구축하고, 확장시킨 이 세계의 아이 같은 순진함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의 아버지. 아버지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아버지가 되길 원했던 것이다.
이 모든 차이는 책상 앞에 앉아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진정한 활동이 있은 후에 생겨납니다.(고독은 자신과의 온전한 만남을 위해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하는 것)
독서에 관하여
당신 주머니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것은, 특히 불행한 시기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다른 세계를 넣고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바늘로 우물 파기? 작가라는 직업의 비밀은, 어디서 오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영감이 아니라 끈기와 인내에 있습니다. 나는 터키어에 있는 “바늘로 우물 파기”라는 멋진 표현이 마치 작가들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서, 변함없는 열정으로 같은 말을 수없이 그리다 보니 아름다운 말을 눈 감고도 그리게 된 이란의 옛 세밀화가들을 묘사하면서 나는 이것이 작가라는 직업과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타인의 이야기로 천천히 표현할수 있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인내와 시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 친구들, 평범한 일상 내지 자질구레한 것들로부터 벗어나 자신을 방에 가두고자 하는 자극이 있어야 합니다.
제게 진정한 문학의 출발지는 책들로 둘러싸인 방에 자신을 감금하는 것입니다.
문학은 자기 이야기를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처럼 언급할 수 있는 기예입니다. 이것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책에서 출발해야 합니다.(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