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타지 책을 읽는다. 가와이 하야오. 357쪽
심리학자가 읽어 주는 판타지 문학
왜 판타지인가
11 판타지는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것이므로 본인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공상과 다른 점이다. 공상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지만, 판타지는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힘을 지니고 있다. (머리로만 하는 일과 혼을 담아내는 일의 차이?)
13 판타지는 위험한 것이다. 『반지 전쟁』이라는 위대한 판타지 작품을 썼던 톨킨은 “요정의 나라는 위험한 곳이다. 경솔한 사람에게는 함정이, 분별없이 사람에게는 지하 감옥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판타지는 고독할 때 활발하게 움직인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있을 때는 일상 세계의 작용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판타지의 움직임은 멈추어 버린다.
이처럼 판타지는 본인이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인간이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와서 인간의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생겨난다. 판타지는 자체의 자율성을 지니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때 인간이 판타지에 압도당하면 어떻게 될까? 그 경우는 판타지라기보다 망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판타지는 망상과 꾸며 낸 이야기 사이에 존재하는데, 심리적으로 말하자면 무의식에서 솟아난 내용에 의식이 압도당하거나 그것을 피하지 않고 대치할 때 거기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 바로 판타지이다…무의식적으로 어떤 내용이 불쑥 나타나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20 판타지와 유머. 판타지 작가는 무의식의 엄청난 힘을 견디기 위해 강인한 의식을 지녀야 한다. 이 강한 의식은 여유가 생기고 거기에서 유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는 곳에는 유머가 생기기 않는다.
뱀은 새알을 먹는다/앨리스는 새알을 먹는다/그러므로 앨리스는 뱀이다? 기묘한 논리? 공포심이나 경계심을 이해한다면 납득이 가기도 한다.
판타지는 이야기로서는 완결되지만 그 뒤에도 계속애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
27 판타지는 영혼의 발로. 먼저 영혼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영혼의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최근의 내 생각으로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몸과 마음으로 나누어 생각할 때 어느 쪽에도 포함될 수 없는 것, 또는 몸과 마음을 통합하여 인간이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있을 것 같다.
29 영혼 그 자체는 파악할 수 없지만, 영혼은 늘 우리 주위에서 작용하고 있으며 판타지는 그것을 어느 정도 파악하여 남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가장 적절한 수단이다.
파란 말 따위가 세상에 어디 있어?…이처럼 논리적으로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은 노보루 같은 아이를 결코 도와줄 수 없다…모든 사람이 포기했던 노보루 같이 어린이의 마음속에서 점점 의욕이 솟아나고 활력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것이 인간의 힘이 아니라 그 아이의 영혼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신비한 현상은 어린이를 도와주는 파란 망아지의 이미지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30 판타지를 영혼의 발로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판타지 작가로터 참으로 풍부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지금부터 판타지 작품들을 한 편씩 다뤄 보겠다.
사람이 병을 앓을 때
캐서린 스터 『마리안느의 꿈『』
영혼과 접촉하게 되면 상식적으로 자연 과학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심리적 통로에서는 고뇌가, 육체적 통로에서는 병이 영혼과 접촉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매우 많다.
54 영혼은 어떤 끝에서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75 그러나 인형들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지 ‘바람’으로써 그 일을 해 냈다. 이 점이 심리 치료사와 비슷하다.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바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바라는 일이다.
‘자아를 향해 가는 길’을 걷다
폴 갤리코-『일곱 인형의 사랑 이야기』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인형들이 ‘이상하게도 이따금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이며 그(인형 조작꾼)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획일화된 제복도 없고, 모든 사람의 ‘자유’가 보장되는 문화 속에서 복제 인간이 만들어진다. 인간은 무서운 존재다.
146 형태는 조금씩 달라도 이런 논쟁은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논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대결하면서 양쪽이 얼마나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스타는 남들에게 자기 재능을 내보이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스타가 되기 위한 세 번째 조건이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우주의 스타가 되는 것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153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우주의 스타가 될 재능을 가지고 있다.
정체성이 깊어지다
E.L. 코닉스버그-『예리코 언덕에서『』
177 이 세상에서 쉴 새 없이 일하는 어른들의 눈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사실 어린이나 노인은 그저 존재하고 있는 것,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어른들이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해내는 것이다.
영혼의 존재
메리 노튼-『마루 밑 바로우어즈』
가족의 모습
마거릿 마이 – 『혼팅』
충분한 ‘보호’를 받는 존재는 영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법이다.
판타지가 깊어지거나 무의식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면 죽음의 세계와 몹시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은 빈사 상태에서만 도달할 수 있는 의식 상태에 작가들은 판타지를 통해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진실을 찾아 떠나는 여행
앙리 보스코-『개 바르보슈』
판타지 세계의 본질…머리로 생각한 ‘꾸며 낸 이야기’는 진정한 의미의 판타지가 될 수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혼과 관련된 ‘현실 이야기’는 판타지와 한없이 가까운 것이 아닐까.
‘맙소사, 이런!’ 겨우 두 마디뿐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얼마나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지! 단 두 마디!(중략) 거기에는 놀라움과 찬탄, 감동과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269 “지름길이야. 자름길로 가면 시간을 번다고들 하지. 때로는 그런 경우도 있어.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야…설사 그렇다고 해도 유감스로운 일이지. 시간을 벌어서 댜채 뭘 어쩌겠어? 시간은 많이 남아 있어.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앞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시간이. 사람답게 제대로 걸어간다면, 발길 닿는 곡마다 밀밭, 정원이나 포도밭, 숲과 시내, 집들, 수탉이 시간을 알리고 암탉이 꼬꼬꼬꼬 울고 있는 기분 좋은 집들….”
“내 눈은 나이를 먹어 지쳐 버렸단다. 너처럼 잘 보이지 않아. 나는 나이를 먹어 버렸어….지금은 네가 나의 젊음이니까…”
“그렇지 않아, 파스칼레. 나는 꿈을 꾸었고, 너는 네 눈으로 직접 보았어. 그게 다른 점이란다.”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무슨 마법 이야기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일단 책을 펼치면 점점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충분히 공감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다. 그만큼 작가의 구성력과 표현력이 뛰어나다.
결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것은 남녀의 진정한 결합이다. 그 점을 잊고 결혼만 하면 ‘완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말썽이 끊이지 않고 결고 이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결혼은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해피앤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인 동시에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의 시작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