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 고병권. 194쪽.
마르크스의 눈이 특별한 것은 그가 평범한 것에 놀랐다는 데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자들이 특별한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을 때 정작 마르크스는 평범한 것을 보고 신기해했습니다…
그런데 물을 보고 놀란 물고기 같다고 할까요. 마르크스에게는 상품의 존재가 너무나 신기합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상이한 상품이 일정한 비율로 교환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여기서 그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사람들이 교환하고 축적하고 약탈하는 ‘부’의 정체, ‘가치’의 비밀을 발견합니다.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은 한마디로 ‘눈’에 대힌 비판입니다. 엉뚱한 곳을 보는 눈,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눈에 대한 비판입니다…한마디로 ‘춤추는 책상’에 넋을 잃은 눈에 대한 비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시대가 투명해 보이는 눈에 대한 비판입니다. 자기 시대를 통해서 볼 뿐 자기 시대를 보지 못하는 눈 말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이상하게 보여야 자본주의가 제대로 보이는 겁니다…비판이란 우리 시대와 역사를 볼 수 있은 눈입니다. 이것이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입니다.
왜 정치경제학자들이 ‘형태’ 문제를 소홀히 했을까요…그들에게는 현재의 ‘형태’가 아주 자연스러웠던 것이지요.
169 자본주의를 다루려면 자본주의에 낯설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