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제레미 머서. 318쪽
셰익스피어 & 컴퍼니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필요한 것을 취하라‘, 마르크스주의 서점, 서점을 가장한 사회주의 유토피아
“이 서점은 안식처 같은 곳이에요. 조지는 여기서 사람들이 공짜로 살게 해주죠.”
20세기 가운데 보다 살기 좋았던 시절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영어 서점은 파리의 예술가와 작가, 그밖의 외고집들에게 안식처 역할을 했다.
“당시 파리에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우리 서점은 그 대부분이 모이는 집합 장소 같았다.”
걸어서 세계 일주를 계획…”이보다 더 멋진 삶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발로 세상이라는 궁전을 돌아다니며, 걷고 춤추고 노래하고 책을 읽는다. 그 책 제목은 바로 ‘삶’이다.”
조지가 그 호텔에 머무르던 초기, 방 열쇠를 잃어버린 그는 방문을 잠그지 않고 지냈다. 어느 날 강의를 듣고 돌아와 보니 모르는 사람 둘이 조지의 방에서 그의 책을 읽고 있었다. 공유 재산과 공동체 생활에 대한 그의 믿음을 생각하면, 그 일은 가슴 벅찬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커피 말고는 대접할 것이 없는 것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때부터 집에 노는 사람들을 위해 항상 수프와 빵을 준비해두었다.
서점의 규모는 작았다. 지금의 서점 한 층의 반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조지는 작은 서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그는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필요한 것을 취하라’라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신조에 따라 살았으며, 그 정신으로 서점을 만들었다.
서점 이름은 더욱 문학적이 되었지만, 서점 자체는 더 정치적으로 되어갔다. 조지는 급진주의자들과 작가들이 파리에 머물게 되면 잠자리를 계속 제공했다. 또한 ‘파리 무료 대학‘이라는 강좌를 열었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운동을 오랫동안 펼쳤다.
파리 센강 왼쪽 강변에는 공짜로 잘 수 있는 이상한 서점이 있다는 소문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2000년 1월, 내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차를 마실 때쯤에는, 조지가 자기 서점에서 4만 명이 자고 갔다고 말할 즈음이었다. 그가 자랄 때 고향 샐럼의 인구보다 더 많은 수였다.
“진짜 작가라면 부탁 같은 건 하지 않아. 그냥 와서 침대 하나를 차지 하지….”
“나는 서점을 가장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운영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길 좋아하지. 그렇지만 나도 모를 때가 많아.”
“믿어져요? 돈이 벌리지 않는 일에 사업장의 절반을 내놓는 사업가가 몇이나 되겠어요?”
조지는 모든 사람들이 책을 분류하는 일을 하든, 설거지를 하든, 사소한 잡일을 하든, 하루에 한 시간씩 서점 일을 돕길 원한다. 더 이상적으로는 서점에 사는 사람들이 하루에 한 권씩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기를 요구했다.
“조지의 직감은 정말 놀라워. 조지는 한눈에 사람을 알아보거든. 좀체 실수하는 법이 없지.”
“난 『페일 파이어』가 좋아. 그렇지만 위대한 러시아 소설보다 나은 건 없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백치』일세. 난 내가 미슈킨 공작과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 이 꿈의 세계를 따라 비틀거리면서도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 애쓰는 것 말이야.”
“친구,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는 전화도 없어. 당연히 신용가드는 안 받지.”
“여기서 살려면 걱정하는 법을 잊어버려야 해.”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사회주의 유토피아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자본주의 세계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렇게 아끼고 또 아끼는 검약한 생활을 하고 있어도 조지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피클즙을 개수대에 버려서 호되게 야단을 맞기도 했다. 조지는 호통을 쳤다. “그게 얼마나 별미인데! 그걸로 스푸를 만들 수 있어. 피클 즙만 즐겨 마시기도 한단 말이야. 자네가 록펠러라도 되나?” 그런 극기와 자제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가 살아남은 비결이며, 조지가 반세기 동안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조지는 돈이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임을 깨달았고, 돈에 대한 의존을 줄임으로써 억압적인 세계의 손아귀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다들 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해. 돈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요점이 뭐야? 가능한 한 적은 돈으로 살면서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톨스토이를 읽거나 서점을 운영하면 왜 안 되는 거지? 전혀 말도 안 되는 불평이야.”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르니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내 작은 서점에 동무가 와서 기쁘네.”
조지의 견해로 보자면, 이윤 추구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주변 사람에게 해를 끼쳐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식품 회사는 제품에 설탕과 소금을 넣어서 판매량을 높인다. 제조 공장은 노조가 있는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의 혜택을 줄여서 원가를 낮춘다. 화학 회사는 환경 보호 규제를 막아달라고 로비스트에게 돈을 주어 주가를 올린다.(이윤추구는 결국 제로섬게임이다?!)
빈대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식구들이 가려워해도 조지는 중상모략이라고 우겼다….이 모든 사항을 조합해보면 서점은 로맨틱하게 어질러놓은 장소와 불결한 돼지우리의 가는 선 사이를 위태롭게 오갔다.
“조지는 아무 말도 안 해. 네가 그냥 스스로 깨달아야 해. 새로운 사람은 늘 조지의 좋은 면만 보지. 그렇지만 우리 같은 오랜 친구들은 조지를 진정으로 알게 되는 거야.”
“그들은 어디에서도 절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 아니니? 한마디로 사회의 건달패나 폐기물 같은 사람들이란 말이야. 칼 마르크스는 인간 본성 중 한 가지를 고려하지 않았어. 바로 권력욕이다.”
“공산주의가 그렇게 좋다면 그 체제에서 왜 그리 나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나요?”
조지는 세상에 진짜 공상주의가 있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스탈린은 폭력적인 협잡꾼이었고, 한때 아름다웠던 카스트로의 이상주의는 권력욕 때문에 부패했다.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를 시험해볼 정부가 더 필요할 뿐이다.
“공산주의는 무엇보다 공동체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뜻이야.”
“둘러보게. 이 지구가 얼마나 부유한지. 그러나 유럽과 북미, 일본의 몇몇 사람들만 그 혜택을 즐기고 있고 나머지는 가난하고 배고픈 삶을 살고 있네…맞는 말이지? 사람들 대부분은 의문을 제기하려 들지도 않아. 그러나 최소한 나는 더 공평한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네.”
“있잖은가. 작가가 되려면 삶을 사랑해야 하네. 그리고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보다 삶을 사랑하기에 좋은 곳은 없지. 여기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어. 책을 읽을 수 있고 아름다운 여자들도 만날 수 있지. 이런 장소를 충분히 즐기게. 세상에 이런 곳은 흔치 않으니까.”
당시 루이비통 백은 일본과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문제는 파리 루이비통 상점에서는 아시아인에게 가방을 팔지 않으려 한다는 데 있었다. 유럽 사치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희석시키지 않기 위해서 고객을 가리는 것이었다.
일단 들어간다 해도 점원은 아시안인을 바이러스 대하듯 하며 그들의 발음에 코웃음을 쳤다. 또한 아시아안인 핸드백 하나와 잔돈 지갑 하나, 이렇게 딱 두 개만 살 수 있었다. 반면 부유한 유럽인들은..백인에다 매력적이고 잘 차려입기까지 했으면 줄을 무시하고 들어가서 원하는 만큼 물건을 살 수도 있었다. 이런 불평등 때문에 암시장이 기승을 부렸다. 중간 상인이 고객을 대신해 나 같은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상점에 들어가 루이비통 백을 사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