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역, 우리 삶을 말하다. 김기현.
일자는 본질적으로 타자를 그의 존재 안에 내포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타자의 간섭과 제약을 거부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존립과 발전상의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 화해로운 마음속에서 자타 공동의 이념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음양 사상이 배태하는 사회 공동체 이념의 원형이다.
13 사물의 이름은 어떤 사물의 진실을 우리에게 전하도록 의도되어 있지 않다. 어떤 이름의 기능은 언제나 어떤 사물의 특수한 어떤 면을 강조하도록 제한되어 있으며, 또 이름의 가치는 바로 이 한정과 제한에 의존하고 있다.
14 이미지와 상징은 다른 인식 수단으로는 전혀 포착할 수 없는 현실의 어떤 심오한 양상들을 보여준다. 이미지, 상징, 신화는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은 창조물이 아니다. 그것들은 어떤 필요성에 응하고 있으며 어떤 기능을 다하고 있다. 그 기능은 존재의 가장 내밀한 양상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데 있다.(『이미지와 상징』, M 엘리아데)
주역. 두 개의 기본적인 부호. 음효와 양효
음양이 역동적인 성질. 백 퍼센트 순수한 양도, 음도 없으며, 양자는 상호 내포적이다. 음양은 그 각각 자체 내에 자기 부정의 동력을 갖고 있다. 움직임은 그 자체가 정지의 힘을, 생성은 소멸을 수반한다…양자는 동시적이다…양자는 상호 생산적인 조화를 지향한다.
“대립적인 것은 상보적이다”-서양 양자역학의 개척자 닐스 보어
“천지만물의 이치상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드시 상대가 있는 법이다.”(『근사록』)
18 그러므로 한 사물이 그 주변에서 만나는 각종의 상대야말로 그것의 존재 및 생성을 위한 불가결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우리가 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할 때 그 사물의 내부로만 탐구의 시건을 집중시켜서는 안 되며, 그것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바깥의 조건들을 함께 검토해야 함을 일러 준다.
일자는 본질적으로 타자를 그의 존재 안에 내포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타자의 간섭과 제약을 거부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존립과 발전상의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 화해로운 마음속에서 자타 공동의 이념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음양 사상이 배태하는 사회 공동체 이념의 원형이다.
괘효의 구조 공자는 「계사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생성 변화의 근저에는 태극이 있다. 그것이 양의(兩儀)을 산출하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산출하며, 사상이 팔괘(八卦)를 산출한다.”
21 공자는 말한다. “빛과 어둠이 반복되어 7일을 주기로 되돌아오는 것,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8괘의 세 효는 우주 자연의 위대한 구성 요소인 하늘과 땅과 인간의 ‘삼재’를 상징
25 수많은 은유와 상징에 더하여 복잡한 판단 준거들이 그 해석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다.



건(乾). 창조적 역략의 온축과 행사
창조 정신? ‘용’으로 은유. 용은 구름과 비를 몰고서 온갖 조화를부리는 상상 속의 상서로운 동물로서, 창조적인 역량의 대표적 상징으로 여겨진다.
“죽어도 썩지 않는” 영원한 삶의 세 가지 유형. “최상은 덕을 확립하는 데, 그 다음은 공적을 이루는 데, 그 다음은 정론을 세우는 데 있다.”
노인 환자의 임종 시 손자의 방문만큼 커다란 위안이 없다고 한다…손자를 곁에서 지켜봄으로써 자신의 연장을 확인하게 되므로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쉬워진다. 나의 많은 부분이 손자를 통해 대를 이으며 살아남는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죽음의 사색』)
“하늘은 사사롭게 덮는 것이 없고, 땅은 사사롭게 싣는 것이 없으며, 해와 달은 사사로이 비추는 것이 없다. 이 세 가지를 본받아 천하를 위해 일하는 것, 이것을 세 가지 무사의 정신이라 한다.”
40 군자가 사물을 인식하는 태도. 그는 사물을 단지 지적 탐구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만사만물을 자기 성찰과 향상의 관점에서 대면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에게는 어떤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사물을 관찰하려면 나의 살부터 성찰하라.-이황의 시
군자는 “절실히 묻고 가까이서 생각하는” ‘절문근사‘의 정신으로 “연비어약”의 풍경에 임한다.
곤(坤). 너그러운 포용의 정신
이황은 이러한 이념을 선조에게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하늘과 땅은 세상만물의 큰 부모이므로, 만민은 모두 나의 형제요 만물은 모두 나와 더불어 지내는 이웃입니다.”(『퇴계전서』)
79 아랫사람은 아무리 아름다운 공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드러내려 해서는 안 된다…땅은 제 공을 자처하지 않고 하늘을 대신하여 만물을 생육하는 아름다운 끝을 이룬다.
공손의 대상은 진리와 도의이지, 윗사람의 힘과 권위가 아니다…지도자의 불의에 말없이 순종하는 것은 오히려 ‘불경한’ 일이다.
맹자…”그것을 임금에게 말해서 무엇하겠는가”…이보다 더 불경한 일이 없다…임금에게 진리와 도의의 실천을 요구하는 것을 ‘공’이라 하고, 선을 개진하여 사악한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경’이라 한다.
공자는 말한다. “올바른 정신을 변함없이 지키면 아름다운 끝을 볼 것이다.”
준(둔屯). 시작의 어려움
미래의, 미지의 상황에 한발 내디뎌 무슨 일을 도모하는 것은 실패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험이다.
몽. 어리석음의 깨우침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이 무지의 자각 위에서 진리에 대한 열망을 갖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수. 기다림의 정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그때를 기다려야 한다. 긴 안목으로 호흡하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음식을 준비하는 도리? 밥상의 음식은 기나긴 기다림과 준비를 통해서만 제공될 수 있다(슬로우푸드, 패스트푸드 말고)
기다림은 진지해야 한다…올바른 정신을 가져야 한다.
군자의 은둔은 세상을 아예 외면하는 은둔주의자들의 삶과 다르다(때를 기다림이다)
이황이 나쁜 소문에 시달리는 제자에게 말한다. “소문의 진위를 따지려 하지 말고 자기 성찰과 향상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퇴계전서』
무슨 일이든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득에 집착하지 말라.
‘알묘조장‘의 어리석음. 기다림의 정신은 어렵고 긴박한 상황일수록 더욱 의의를 갖는다. 서두른다 해서 상황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새로운 차원의 사랑의 시작이다
송. 다툼의 처리
다툼은 흔히 나와 ‘다른’ 상대방의 의견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생긴다
다툼. 일을 길게 끌어서는 안 된다.
삶의 자세, “마음을 안으로 돌려 하늘의 뜻을 자각하면서 삶의 자세를 바꾸어 마음 편안하게, 올바른 정신으로 나서면 삶에서 잃을 것이 없으리라.”
“적의 숨겨진 과거를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 각각의 삶에서 그 어떤 적의라도 내려놓게 만들 만큼 가득한 슬픔과 고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부부간의 반목은 남편이 가정의 법도를 바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등 의식은 사람들을 결속시키기보다는 분열과 대립케 하며, 공동체적 유대보다 단독자적 불안과 우울·고립의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순진함의 유혹』) (평등 의식보다 공경 의식이 먼저!)
대유. 존재의 정신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소유냐 존재냐). 소유주의적 삶의 정신을 버리고 존재의 정신에 따라 살아야 한다
“가난하면서도 삶을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의범절을 좋아하는” 태도
이웃을 부러워하지 않으면 허물을 면하리라. 모든 불행은 비교 의식에서 나온다
겸. 겸손의 미덕
겸손은 참으로 아름답고 위대한 덕이다 겸손은 만사형통의 길이다 겸허. 텅 비우는 자세!
예. 삶의 기쁨
두 손으로 샘물을 떠 벼루에 부어/ 한가히 앉아서 시를 지어 적는다/ 그윽한 삶의 취향이 나에게 맞으니/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생각할 게 무엇 있나. – 이황
행복하기 위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얼마나 적은가!….가장 소소한 것, 가장 조용한 것, 가장 가벼운 것, 도마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한 번의 숨결, 한 줄기 미풍, 한 번의 눈맞춤….『삶에서 깨어나기』

“근심 가운데 즐거움이 있고, 즐거움 가운데 근심이 있으니, 섭리를 타고 자연으로 돌아가 삶을 마칠 뿐,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오.”
주역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 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두터운 책 마지막 책장을 갈무리하는 ‘한 문장’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하늘의 뜻과 다름없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삶이란…

가장 소소한 것 하나로도 행복할 수 있는, 남들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의 삶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