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큐레이터 하바요시카
“헌책방에는 책의 소리를 들어러 간다. 잠자코 책장에 있는 책들 사이를 거닐다보면 ‘여기 있다’하고 나에게 말을 거는 책이 있다. 헌책방은 어디에도 없는 책을 찾으러 가는 게 아니라, 거기에 있는 책의 목소리를 들으러 간다. 누군가에게 말해야만 하는 책은 반드시 책이 먼저 말을 건넨다.
책은 들을 수 있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은밀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책이 먼저 말을 건다.”
분명히 그렇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마저도 어려워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책의 발행 종수가 크게 늘었고 대형 서점도 많아졌다.
북큐레이터는 다른 말로 ‘책장 편집자‘라고도 한다. ‘책을 편집’하는 게 아니라 ‘책장을 편집’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북큐레이터는 책장에 책을 진열할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진열하며, 책장 전체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나 세계관을 느끼도록 하는 일을 한다.
“사람들이 서점에 오지 않는다면, 사람이 있는 장소로 책이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게 하바의 생각이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 이외의 장소에서 사람들이 책을 요구하는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카페와 서점을 결합한 북카페.
‘책이 안 팔린다’, ‘잡지가 폐간되었다’, ‘어느 서점이 문을 닫았다’는 뉴스들이 화제가 되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책이 있는 풍경이 우리의 주변에서 점점 늘어간다…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다양한 장소에서 책의 매력과 책이 주는 효과를 재발견하거나, 새로운 사용법에 눈뜨기 시작한 느낌이다…책에 대한 요구와 수요가 변하고 있다.
사람이 머무는 공간에 책이 있다
병원, 미용실, 은행의 북큐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