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새로고침. 윤병국. p235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가 가능한 공간은 일차적으로는 지역일 수밖에 없다. 내가 구경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일차적으로는 지방자치에 있다.
이 책은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정치혁명을 꿈꾸는 분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경직되고 획일적인 정치, 기득권으로 가득하고 시민들의 일상생활에는 무관한 정치, 정책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민원성 공약만 가득한 정치…우리 정치의 암담한 현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꼼꼼히 읽다 보면 선진국 생활정치와 우리나라 기득권 정치, 칸막이 정치의 차이가 민주주의의 역사와 경험, 문화뿐 아니라 선거제도와 정치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거대 개발사업 등을 제대로 된 시민 의견수렴이나 공론 형성도 없이 진행되는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과, 본연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자당 자치단체장과 개발사업에 일로매진하는 시의회를 지켜보면서, 박근혜 전 정부와 같은 불통과 적폐가 지역에서는 일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좋은 민주주의를 찾아서
대의민주주의의 탄생
오늘날 선거는 민주주의와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선거에 의한 대의민주주의가 유일하고 당연한 민주주의의 최종 형태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와 대의민주주의는 불과 200여 년 전에 고안된 방식일 뿐이다.
“우리는 15세기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19세기에 만든 제도에 맞춰 살아가는 21세기 시민”
18세기 후반의 미국 독림과 프랑스대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들이었다. 그러나 혁명의 주역들이 채택한 것은 공화제이지 민주주의는 아니었다. 두 나라의 혁명은 권력을 인민에게 돌려주는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 최초의 선거민주주의는 상속과 세습으로 이어지던 소수특권정치에서 선거에 의한 소수특권정치로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선거를 뜻하난 단어, 일렉션election과 엘리트elite라는 단어의 어원이 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잘하기 위해 선거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적용하는 선거규칙이 민주주의를 잘 담아내지 못한다면 당연히 바꿔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 1등만 당선, 승자독식, 나머지는 사표. 민심과 다른 선거 결과! 양당 체제. 다양성 보장이 불가!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선거제도만 바꿔도 합의제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축구 경기의 규칙은 우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선거규칙은 국민들이 합의하면 바꿀 수 있다…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 후 민주주의 수준이 급상승한 뉴질랜드의 교훈을 눈여겨봐야 한다.
투표에 비례하는 선거제도를 갖추면 정치가 달라지고 삶이 바뀐다.
독점 광역의회? 108대 0, 96대 0, 42대 0, 32대 0, 26대 0, 16대 0?
주민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지방자치 선거의 결과. 2006년 제4대 광역지방의회 선거 결과, 한나라당 후보 당선자 수와 열린우리당 후보 당선자 수!
지역별로 거의 완전한 일당독점 선거였다.
지방의회를 한 개 정당이 독접해버리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고유 가치를 지켜내기 힘들어진다.
지역개발사업. 감시·견제의 부재. 그 사이 지방자치단체는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광속 행정’을 하고 있다. 시민들이 행정의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에는 돌이키기 힘든 단계에 도달한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은 행정과 어깨동무를 해 본 경험이 없고, 언제나 나를 지나쳐서 쏜살같이 달려 나간 행정의 뒤통수만 보게 되는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정연설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인터넷의 발달로 대의정치가 도전받고 있다”
권력자들은 국민주권을 실현해 나갈 방법의 하나로 대의제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주권을 억압할 논리적 근거로 대의제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초래한 위기들을 시민들의 직접 참여로 극복하는 경험을 축적하면서, 참여 없는 대의제는 시민을 배반하고 만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고 있다..
정당은 현대민주주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민주주의가 점점 불신 받고 있다? 선거의 참여율이 떨어지고 있다. 자신을 대리하는 사람이 누가 되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피선거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치에 진입하는 과정 자체가 거대한 벽과의 싸움이다.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으면 진입 시도조차 힘들고, 그 과정에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우리가 뽑은 대표들이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스페인 15M 운동, ‘분노한 사람들’ “지금 당장 진정한 민주주의를!”.
어쨌든 실시간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 수단이 넘치고 수많은 상업미디어가 등장한 21세기에, 18세기의 소통수단에 의지하는 대의민주주의는 효율과 정당성이 모두 결여된 낡은 방식임이 드러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워졌다.
아테네의 추첨 민주주의는 실제의 시민 구성과 전혀 다른 엘리트 집단에게 정치나 행정을 맡기는 오늘날의 방식보다 나쁘다고 말하기 힘들다.
시민의회?
디지털 민주주의
선거제도를 바꾸자
선거는 수리 가능!
선거는 다양한 상상이 가능한 발명품이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선거만이 유일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선거 제도가 진정으로 국민의사를 반영하는 방식인지 고민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민주주의 지수에서 미국은 21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탈락해 ‘미흡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우리나라는 22위에서 24위로 두 단계 하락.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나라 중에 양당체제인 나라, 의원들을 소선거구 단순다수제로 선출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지역정당과 기초선거 정장공천 폐지
‘지역정당local party’은 전국적인 정치를 하는 정당이 아니라 지역의 정치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을 의미. 주민정당, 유권자단체, 풀뿌리정당 등으로 달리 부르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정치를 하는 ‘지역주의 정당’과는 구분해야 한다.
시민이 바꾸는 자치
새로운 자치의 성공
가나가와네트워크. “정치를 바꾸야 생활을 바꿀 수 있다” “부엌에서 세계가 보인다” “남성정치가 아닌 생활정치”
스페인 정치개혁 운동? 단순히 인물만 교체하는 것으로는 기성정치의 폐단을 뿌리 뽑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아이슬란드 해적당, 스페인의 포데모스…부패와 특권으로 점철된 기성정치권이 자신들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며 그들이 더 이상 자신들을 대변해 줄 수 없다는 자각을 통해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든 것이다.
시민사회가 미처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첫 지방선거를 맞은 반면 과거 비민주적 정권의 지역기반이었던 관변단체 관련자들의 대거 지방의회 진출, 기존의 기득권구조가 그대로 고착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가 풀뿌리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길이 아니라 풀뿌리보수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고양무지개연대. 정책토론회 공약 제안 발표. ‘개발보다는 사람에 투자하며 주민의 생활상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따뜻한 도시, 풀뿌리 주민자치가 생동하는 초록평화상생의 공동체 도시’를 목표로 내걸었다.
참여를 만들어낼 인터넷 기술은 세계 최첨단이다.
개혁은 절대로 저절로 오지 않는다. 독과점 정당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순순히 내줄 리 없기 때문이다. 설령 개혁이 이루어진다해도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역의 토호세력, 기득권자들이 그 성과를 가져가는 것은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