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 법륜·오연호. p335
시대와 역사를 제대로 읽으려면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남한만 보지 말고 한반도 전체를 봐야 합니다. 한반도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과 중국을, 나아가 세계를 봐야 합니다. 오늘에만 급급하지 말고 과거와 미래를 함께 봐야 합니다. 오늘에만 급급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함께 봐야 합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세계정세의 흐름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면 화를 당한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세계정세에 어두워서 당했던 화가 임진왜란이요,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이요, 일제의 침탈이요, 남북분단과 6·25전쟁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새로운 100년을 함께 만들자는 말은 세계 속에서 우리 자신을 보는 눈을 키우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리더를 목표로 하되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갖춘 리더가 되자는 제안입니다.
새로운 100년을 만드는 일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그 가치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슴이 벅차오는 일입니다.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십시오. 우리 민족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분단과 전쟁을 경험했습니다…우리가 다름 세대에게 이 땅은 정말 살 만한 곳이라고 자신있게 권할 수 없는 형편임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함께 새로운 100년을 만들자고 권합니다.
그렇다면 통일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시대와 역사를 읽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시대를 사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깨닫고서 역사적 책임의식을 지니게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에 묻혀 살던 내가 화들짝 깨어날 것입니다.
“요즘 참 바쁘시죠?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 왜 그렇게 바쁘게 삽니까?”
용하다, 강의를 잘하신다? 우선 학생들의 심정을 제가 좀 이해하는 편이었죠. 제가 잘 모르니까 남한테 물어서라도 가르쳐야 했단 말이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모르는 점이 뭔지 제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죠.
광주항쟁을 겪으며 사회에 눈을 뜨다…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했죠. 사회과학적 인식이 아닌 불교적 인식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제기한 겁니다.
#가슴이 다시 뛰는 이야기
무슨 새삼스럽게 또 통일 이야기냐, 아이고 이젠 진절머리 난다? 사실 통일은 우리 가슴에 뜨거운 것으로 다가와야 하거든요. 제대로만 통일 이야기를 한다면 충분히 대중성 있는 문제입니다. 제가 대중 앞에서 통일에 대해 한 시간을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아요.
“스님, 저 오늘 바쁩니다.” 이어지는 문답들…”모르겠습니다…” “야 이놈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바쁘기는 왜 바빠!” ‘진짜 왜 바쁘지? 바쁘기는 확실히 바쁜데…”
“그것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있지” “어떻게 해야 아는데요?” “절에 들어와야 알아” 그래서 (고1)학기말시험 마치고 절로 들어갔죠.
31 이제 더 이상 종교냐 과학이냐, 불교냐 기독교냐로 나누지 말고, 진실이냐 거짓이냐, 상식이냐 비상식이냐,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로 문제를 봐야 합니다. 저는 종교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도 종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은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잖아요. 그것을 똑같이 믿음의 한 종류로 취급해줘야지 종교가 없은 사람을 나쁜 사람처럼 취급하면 안 됩니다.
진정한 독립은 통일이 되어야 완성된다고 봅니다. 분단 독립은 완전한 독립이 아니에요. 통일된 국가를 만들어야 진정한 자주독립이 되는 겁니다.
우리 시대에 통일의병이 필요한 이유
의병처럼 이름 없이 빛도 못 보고 희생된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 민족이 이렇게나마 올 수 있었겠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통일을 하려면 의병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의병만 가지고는 역사를 못 바꾸잖아요. 관군과 힘을 합해야 역사를 바꿀 수 있어요.
사실 소비주의 문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똑같은 문명입니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쓰느냐 하는 문제에 집착하므로 결국 동일선상에 있는 문명이고, 그 때문에 우리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문명을 내다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기존 정치인들의 문제라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이렇게 우리 스스로 창의적인 도전을 해야죠. 아무튼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보겠다는 세력은 적어도 자기희생의 각오와 도전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71 마찬가지로 지금도 주변 패권이 바뀌고 있어요. 그런데 기득권세력, 아니 일반일까지도 우리가 지금까지 미국에 의지해왔으니까 계속 이렇게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생각이 위험한 겁니다. 우리 역사를 보면, 외부의 떠오르는 세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항상 화를 입었어요.
72 통일이 밥 먹여주느냐는 말이 있는데, 앞으로 밥을 제대로 먹기 위해서는 통일을 해야 합니다.
74 1000년 만의 기회입니다. 그런 꿈이 있어야 우리의 마음이 뜨거워질 수 있죠. 지금 그것 말고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입니까?..국민소득 4만 달러로 만드는 것? 그건 욕심일 뿐이지, 그런 것으로는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죠. 복지사회? 그건 삶의 최소조건을 만들자는 얘기죠.
저는 통일이야말로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비전이라고 봅니다.
과거 청산적 통일론 vs 미래 비전적 통일론
늙은 부모를 어떻게 모시느냐 .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미래에 대한 투자. 통일은 투자이지 부담이 아닙니다.
83 1000년의 기다림, 지금이 기회다
87 여러모로 지금 통일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기회는 많이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 동아시아의 세력 변화가 통일의 기회를 주고 있거든요. 미국은 지는 해라 간섭하는 힘이 약햐지고 있고, 중국은 뜨는 해지만 아직 간섭할 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이 세력변화기에 통일의 기회가 왔다는 것이죠…아직 미국이 물러난 것도 아닌 지금, 중국의 패권이 크게 부상하기 전에 반드시 통일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110 우리나라가 지금 세력이 약하다 해서 과거부터 변방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걸 우리가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민족사를 정립할 때 민족의 시원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스님의 역사 강연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112 통일신라? 한마디로 역사의식이 없다보니 현실에 만족한 거죠.
역사의식이 없으면 당장 눈앞의 목표만 보일 뿐, 더 큰 시대의 과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군요.
152 우리가 사회운동을 할 때 대중성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대중에게 너무 위험 부담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러면 대중은 못 나서요.
통일은 지금까지 이런저런 전투에서 실패하다가 마지막 전쟁에서 승리한 것에 비유할 수 있어요.
그런 포용력이 있어야 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됩시다”-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전 썼던 글.
몰락한 양반, 북한
역량의 문제? 외부적 요인을 감안해서 성공 프레임을 짜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죠.
북한의 권력의 세습, 남한의 자본의 세습. 세습을 하지 않으니 자연 속 동물들은 건강하죠.
아이가 잘못을 100만큼 했을 때 처벌도 딱 100만큼 해야 반성을 하는데, 처벌을 500 정도 하면 아이가 억울해져요. 그러면 교육 효과가 나지 않죠. 그렇다고 처벌을 전혀 하지 않으면 아이 버릇이 나빠지잖아요.
그런데 어느 정도의 처벌이 적당한지는 정답이 없어요. 그래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거죠. 이 전력과 전술을 제대로 세우려면 문제나 상황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단점이라면 그렇게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남남갈등이 생겼다는 겁니다…국론 분열을 가져왔다는 거죠.
이명박 정권, 남북관계 완전한 실패? 감정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망한 부자나 몰락한 양반인 가난한 선비 다루듯 하면 돼요.
정치를 한번 해보려는 사람이 그동안은 통일문제에 대해 역사의식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합시다. 지금부터 역사의식을 가지려 한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합니까? 그런 사람은 정치하지 말아야죠!
243 이제는 한계점. 저는 통일이 우리 경제를 한 번 더 성장시켜서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든 나라든 감정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데, 슬기롭게 협력을 이루니 후대들이 덕을 보는군요.
분단 상태에서는 에너지 형성이 되지 않죠. 남쪽에 살면서 아무리 원대한 꿈을 꾸어도 북쪽이 막혀 있기 때문에 될 수가 없어요.
통일이 밥 먹여준다
남북이 어울이라 보면 더 창의적인 방안이 나오겠죠.
통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일된 한국이 어떤 사회일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되새기게 됩니다. 결국 통일이 저절로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통일된 한국이 어떤 사회인가에 따라 우리가 먹는 밥의 질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결국 통일이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밥을 먹여준다고 할 수 있네요.
271 시대를 읽는다…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말이 가끔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오늘 나는 시대를 제대로 읽고 있나’하고 돌아보게 됩니다.
역사를 상대로 도박을 하면 안 됩니다. 역사를 제대로 이끌려면 순리에 따르면서도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그 중심에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하면 국민이 더 행복한가 하는 질문들에 답해야 하는 겁니다.
주한미군 문제? 이제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두자는 겁니다. 철수하겠다고 하면 바짓가랑이 잡고 나가지 말라고 사정할 필요는 없고 고마웠다고 하면 되고. 여기에 있겠다고 할 경우, 억지로 나가라고 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아주 간단하게 현실적으로 판단하니 명쾌하군요.
일단 미국과 우리는 서로 다른 사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미국 사회는 이민자로 구성, 우리는 5000년 이상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사회. 이런 사회는 법질서보다는 오히려 공동체적 윤리나 도덕에 의해 유지되죠.
정토회가 문경에서 운영하는 ‘꺠달음의 장’
저는 우리 자신의 마음에 대한 수행이 단순히 종교적인 영역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수행은 우리가 새로운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수행이 되지 않으면 자기 생각이 잘못됐는데도 자꾸 세상에 책임을 전가하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면 주관주의에 빠지게 되죠. 그리고 결국 대중성도 없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내려놓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먼저 나 자신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즉 개인 수행이 먼저 이뤄져야 남을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남을 지적하지 말라는 거군요.
고시공부하는 사람과 사회변혁을 꿈꾸는 사람? 밤늦게까지 정말 열심히 공부, 그에 비해 당시 제가 만난 일부 사회운동권 사람들은, 결의는 대단한데 저녁에 늦게까지 술 마시다가 매일 아침 회의에 늦게 오더라고요!
사실 말이나 글은 과격한데, 실천은 룸펜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죠.
모양과 형식에 상관없이 마음이 청정한 사람이 스님이고, 그 사람이 머물러 있는 곳이 비록 논두렁이라 하더라도 그곳이 절이다, 그리고 이것이 불교다….
그 말씀을 듣고 저를 되돌아봤죠. ‘불교가 아닌 것을 불교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또한 불교가 아닌 것을 가지고 자꾸 시비하지 말고 불교를 바로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남 얘기 할 필요 없이 나부터 시작하자.’ 이런 생각들이 1988년 정토회를 만들게 된 하나의 계가가 됐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스님? 길이 길을 만든다는 거로군요!
시대를 읽는다는 것의 정의가 명확히 다가오네요.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통합의 리더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내 것을 내세우되 상대편 것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조율해나가는 것이죠.
누구일 것 같아요? 민심이 찾아낼 겁니다!
제가 스무살 때, 그러니까 약 30년 전에 ‘역사와 민족’이라는 단어 때문에 가슴이 뛴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스님과 대담을 하면서 다시 가슴이 뛰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