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되살리고 문명을 보존하는 자연농업 혁명
쟁기를 버리고, 흙을 덮어 주고, 여러 작물을 돌려짓기하라!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이 덜 드는 방법으로 세계의 인구를 먹이고 공해를 줄이며,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농부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하자…하지만 그런 방법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각국 정부는 별 관심이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100년 동안의 사회적 통념과 막강한 사회적 이권에 도전하고, 모든 자원 가운데서도 가장 업신여겨지는 자원인,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흙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과 흙을 다루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19 ‘Dirt’(한국어판,『흙』,삼천리,2010). 두 낱말 ‘soil’과 ‘dirt’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 ‘soil’에는 생명력이 가득하지만, ‘dirt’는 그렇지 않다.
자연 상태의 초지나 숲에서는 맨땅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30년 동안 여섯 대륙을 다니며 진행한 현장연구를 통해, 나는 오랫 동안 경작해 온 지역에서 겉흙이 사라지면 그 결과는 결핍뿐임을 깨달았다.
비료에 의존하는 데서 비롯되는 질소 오염…특정 암은 농약에 노출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상업 지구를 건설하려면 겉흙을 죄다 걷어내야 한다.
고대사회를 무너뜨렸던 토양 악화
흙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농업혁명. 침식을 막기 위해서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는 물, 석유, 비료 또는 살충제를 덜 소비하게 되어 돈을 절약한다는 것이다.
토양 악화와 유기물의 손실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 위기 가운데 가장 인식이 덜 된 문제이다.
모든 혁명이 그렇듯이, 막강한 이권과 관습적인 사고방식의 견고한 저항에 맞닥뜨리고 있다.
39 현대 농업의 신화들. 이마 땅을 되살리고 있는 농부들의 말에 귀 기울이니, 나는 몇 가지 현대 농업의 주요 신화를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농부들이 입을 모아 들려준 얘기는, 관행농법에서 멀어지면서 흙의 생명력을 키우고 농장의 수익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해준 이야기 덕분에, 기업에서 생산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업이 오늘날 세계 인구 대부분을 먹여 살릴 수 있고 훨씬 효율적이며 내일의 세계를 먹일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깰 수 있었다.
42 경운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한, 유기농업은 관행농업만큼이나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될 것이다.
43 사실, 알면 알수록 나는 농업 정책 입안자들이 농화학과 생명공학만을 농업의 미래로 바라보는 것 같아서 더욱 당홍스러워졌다. 우리가 기술 진보를 이용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술 진보를 맹신하는 탓에 효과적인 방책에 눈을 감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흙의 생명력과 비옥함을 되살리는 건 지금 당장 가능한 일이다.
GMO. 유전자 변형 작물,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도 낳았다. 제초제 내성 잡초.
그런데 농업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왜곡되는 이유는, 유기농업이냐 아니면 GMO 같은 농업 기술상의 접근법이냐 사이의 단순한 선택 문제로 대두되는 데 있다. 이제 논쟁은, 양분의 순환과 흙의 건강에 바탕을 둔 농법이야, 아니면 흙의 비옥함을 해치고 토질이 악화된 흙의 건강을 테크놀로지와 상업적 제품들로 대체하거나 보상하려는 농법이냐 사이의 철학적 대립으로 설명되어야 한다.(인간 중심에서 흙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50 균근류. 그것이 인식되지 않은 이유는 시험 연구소들이 …토양 양분만을 생각하고 식물과 흙이 작동하는 방식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58 돌아보건대,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쟁기와 비료에 기댄 결과 토양 유기물은 감소하고 필수적인 미량영양소를 암석에서 추출하여 작물에 전달하는 유익한 균류의 활동을 방해한 것이다.
그들의 경험은 현재 관행농법의 상식에 도전하는 것. 흙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열쇠는 토양 생물의 세계에 있다.
61 흙의 침식과 문명의 파국.
흙을 파괴한 나라는 자멸하기 마련이다.-프랭클린 루스벨트
70 되풀이되는 역사.
세계적으로 농지의 경운에서 비롯되는 토양 유실은 1년에 평균 1밀리미터가 조금 넘는다. 속도가 매우 느린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흙이 생성되는 평균 속도는 이보다 100배가량 더 느리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78 수천년 동안 우리는 땅을 고갈시키면서 먹고살아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수긍이 간다. 흙은 식물이나 어린아이처럼 우리 눈앞에서 꽃을 피우지 않기 때문이다.
81 쟁기를 버려라. 미래 세대의 선택지를 더 많이 없앤 것은 칼보다는 보습이었다.-웨스 잭슨
83 세 가지 원리. 1) 흙을 파헤치는 일을 최소화한다 / 2)피복작물을 기르고 작물 잔여물을 남겨 흙을 ‘언제나’ 덮어 둔다 / 3)다양한 작물을 돌려짓기 한다.
이런 원칙은 유기농이든 관행농이든,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든 안하든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다.
84 경운에 감히 의문을 던지는 건 이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땅을 가는 건 가장 심각하게 흙을 파헤치는 일이다.
토양 생물의 활동과 다양성이 증가하면 물이 더 많이 여과되고 토양 유기물이 많아져서 유수의 질과 토양구조가 개선된다.
농사란 우리가 흙을 먹이는 대로 흙이 우리를 먹이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 무렵 서아프리카 정부들은 경운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농부와 농학자는 경운을 하면 물이 지표면을 흐르며 침식을 일으키는 대신 땅속으로 스며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랄은 사실 그 반대라는 걸 알아냈다.
111 그래서 나는 직접 두 발로 알아보기로 결심했다…이 여행의 첫번째 방문지는 현대 농업의 또 다른 신화, 다시 말해 ‘무경운 농부는 제초제와 비료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산산이 부수어 주었다.
113 농업은 그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 어떤 직업보다도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하면서도 실제로는 무지가 가장 만연한 직업이다.-유스투스 폰 리비히
이 모든 것은 결국 순익의 증대로 귀결되었다…경제학자들은 이 의미를 이해했다.
134 해충 방제의 핵심은 해충의 습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벡은 말했다.
단순한 돌려짓기. 옥수수근충 무리도 이 생활주기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일부 암컷은 대두 경작지에 알을 낳았다. 대두 다음에 옥수수가 자라는 게 분명하므로, 알은 옥수수가 자라날 때 부화하는 것이다.
단순한 돌려짓기에서 복합적인 돌려짓기 방법으로 바꾼 뒤, 벡은 대두 수확량이 에이커당 1,714킬로그램에서 2,149킬로그램 정도로 25퍼센트 늘었다.
136 그렇다면 왜 더 많은 농부들이 이 피복작물과 복합적인 돌려짓기 방식을 채택하지 않을까? 큰 이유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 지원 정책
142 오래된 미래?! 흥미롭게도 벡이 지지하는 농법이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세계 곳곳의 농부들은 오래전부터 피복작물과 돌려짓기가 지력을 되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런 농법은 토양 관리를 다룬 17~18세기 논문들에 다양하게 서술되었다. 그러다가 외면 받은 시절이 있었으니, 바로 값싼 화석연료와 화학비료가 기계화와 산업화라는 세 번째 농업혁명에 도입된 때였다. 새로운 면은 그 농법이 무경운과 결합된 것이다.
184 화학제품 생산자들의 든든한 동맹군이 되어 준 건 정부였다. 각국 정부는 언제든 탄약 생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 비료 공장을 지원하는 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188 롤러크림퍼. 이전 작물의 잔여물 위로 롤로가 굴러가면서 다음 작물을 파종하므로 실용적이고 화학물질을 전혀 투여하지 않는 잡초 방제법. 바로 무경운 유기농업이 필요로 하는 기계.
255 보이지 않는 가축.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닌 사람은 그 아이디어가 성공할 때까지는 괴짜이다.-마크 트웨인
322 리비히는 토양 생물이 무기질 원소를 집결시켜 식물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347 다섯 번째 혁명.
농업이 진보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관념이다.-크리스틴 니컬스
보존농업의 원리는 흙의 건강을 되살리고, 미래 세대를 먹여 살리며, 농부들이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맞춤화된 지침을 알려 준다.
355 여전히 대부분의 농업 관련 학문 연구는 현재의 방법과 관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뿐 대안적인 시스템의 가능성을 파고들지는 않는다.
우리의 공적 연구 시스템은 거꾸로 재생농업을 희생시키고 상업적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진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농법의 변화라고 말이다.
회전문 인사 관행.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
보존농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오래도록 이어져 온 경작 방식의 변화와 마음가짐의 변화를 수반하는 일이다.
우리는 더 스마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내가 찾아 간 농부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그들의 혁명적인 접근법을 가장 잘 요약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쟁기를 버리고, 땅을 피복하고, 다양하게 재배한다.
이 재생농법은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를 필요로 하거나 새로운 것의 발명을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과학, 낮아지는 자원 가용성, 늘어나는 인구가 결합되어 창조적인 해법을 요구한다.
전 세계의 농지에서 흙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일이 우리가 인류의 미래에 할 수 있는 최상의 투자 가운데 하나. 그러나 우리가 세계를 먹여 살리고, 지구를 식히고, 자연계의 손실을 막을 벅찬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할 때, 단순한 진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구하는 해법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바로 우리 발밑에!
선생님. 이란 멋진 보존농업 저서를 매력적으로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소 관심있던 주제여서 매우 흥미로웠고, 저도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