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참 이상한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말주변이 별로 없다 싶은데, 이유 없이 신뢰감이 간다. 딱히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그가 ‘괜찮은 사람’이어서일까. 세상에 괜찮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그의 말하기 때문은 아닐까.’
말주변이 없어도 설득력을 얻는 법.
말에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정신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됨됨이가 바르고 마음이 맑아야 좋은 말하기도 할 수 있는 법이다.
사실,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최대한 객관적인 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말들을 다루려 했지만, (책을) 쓰면 쓸수록 “대단하다”는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벼운 질문을 하나 섞어 말문을 연다.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방송인이라는 거 잘 아시죠? 격려와 박수 부탁드립니다.-동포간담회 인사말(2017.7.1)
만약 이 질문을 아래와 같이 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김미화 씨는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방송인으로 낙인찍혔던 분입니다.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질문으로 감정을 공유한다
누군가를 알아봐주기 위한 질문.
제일 먼 하와이에서 오신 동포들, 어디 계십니까? 여러분, 큰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지금 무슨 책을 읽고 계신가요?” 올 한 해, 책으로 안부를 묻다 보면 우리 모두 지혜의 나무를 한 그루씩 키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제24회 서울국제도서전 축하 메시지 ‘책을 읽는 분들도, 쓰고 만드는 분들도, 모두 소중합니다’(2018.6.20)
찰떡같이 말해야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리더의 말은 그 누구의 말보다 ‘정확해야’ 한다.
‘적폐 청산’? “정치를 바르게 해서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대한민국, 또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자는 그런 뜻”.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말한 것을 지켜야 개념의 완성.
민주주의는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결과에 승복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2017.10.22)
말이 곧 정성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는 북측 속담이 참 정겹습니다…-문재인 대통령 만찬 환영사(2018.4.27)
우리를 주저앉히는 것은 결코 실패 그 자체가 아닙니다. 실패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실패는 오히려 우리를 더 성장시켜주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울산과학기술원 졸업식 축사(2018.2.12)
그의 말은 미래를 향한다
리더는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가지고,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리더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은 불안하다. 변화에 대한 절박감 없이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자신과 함께 이들의 조직 내 입지까지 위협할 수 있다.
수준별 리더의 언어? 고수 리더의 언어는 ‘하고 싶다’로 완성된다.
“수준 낮은 리더는 ‘해야 한다’고만 말합니다. 그것보다 나은 중수 리더는 ‘할 수 있다’고 말하죠. 하지만 우리 회사를 이끌어가는 분들은 고수의 언어를 사용하는 리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말끝마다 ‘하고 싶다’를 붙이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하고 싶다’라는 말을 할 줄 아는 리더는 사람들에게 ‘저 사람, 믿을 만하다’라는 느낌을 전해준다.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려면. ‘하고 싶다’ ‘듣고 싶다’ ‘만들고 싶다’는 고난도의 세련된 말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해야 할 표현이다. 듣는 이로 하여금 ‘내가 얼마나 이것을 이루어내고 싶은지’ 느끼도록 해주는 동시에, ‘이렇게 했을 때 펼쳐질 멋진 미래를 다 함께 떠올려보자’고 확신에 찬 언어로 말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
훌륭한 말은 행동으로 완성된다
정치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많은 것이 있겠지만, 나는 ‘설득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보려 해도, 혼자 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우리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마음을 조급하게 먹고 서두르는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그림이 다 그려진 상태이다 보니…상대방은 설득하기보다 그냥 ‘멱살 잡고’ 끌고 가게 되는 것이다.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우리가 넘어야 할 마지막 능선은 국가 대청소를 통해 국가 대개조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찬바람 앞에서 국가가 가야 할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매너란 누구를 향하느냐가 중요하다. 나보다 강한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윗사람에게 매너가 없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나보다 약한 사람, 나이가 적은 사람, 아랫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다. 그들에게 어떤 말을 쓰는지, 그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태도로 다가가는지가 매너의 참된 의미를 완성시킨다.
태상, 부지유지(太上, 不知有之). 태평한 세상이란, 도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세상.
이제는 권위적인 리더, 부하에게 일일이 간섭하고 사소한 것까지 정해주는 리더가 인정받기 어렵다. 다원화된 사회의 요구를 모두 읽어내고 늘 최고의 결과를 내기란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자라온 세대들에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나만 옳다’고 말하는 리더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존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은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평상시 그가 가볍게 주고받는 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각한 비서실장? “이 자리를 넘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경제)부총리님 계시는 곳에다 말씀하세요.”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아랫사람의 권한까지 함부로 침범해선 안 된다. 아랫사람이 해야 할 의사결정까지 자신이 직접 하려고 나서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리더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행동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가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해가며 장관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러분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만의 열아홉 살 청소년 짜오츠 군의 이야기입니다…-‘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대통령 연설(2017.9.21)
여러분이라면 평창올림픽을 어떻게 홍보하겠는가. 아마 십중팔구는 평창의 아름다운 자연이라든지 올림픽 경기가 치러질 경기장의 위용, 각국 선수단에게 제공될 최상의 서비스 등을 들고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그저 과시적이다. 게다가 구태의연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잘 들어주기만 해도 내 편이 된다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많은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오직 ‘경청’만으로 충분하다.
상대방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격려의 말
노동은 숭고합니다. 아버지의 손톱에 낀 기름때는 삶을 지탱합니다. 어머니의 손톱 밑 흙에서는 희망처럼 곡식이 자랍니다.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대한민국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모든 성장은 노동자를 위한 성장이어야 합니다…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들 자신이, 우리의 부모들이, 우리의 아들딸들이 바로 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바로 우리 자신의 가치와 존엄입니다…-근로자의 날 대통령 메시지(2018.5.1)
맨 앞의 두 문장을 읽어보라. 노동의 가치에 대해 이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한 말을 본 적이 있는가?
내 삶과 맞닿은 격려의 말.
마음을 조급하게 먹을 필요 없어요. 젊을 때는 1,2년이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1,2년 늦어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기 내면부터 확실히 회복하고 차근차근 노력하면 조금 늦을지는 몰라도 원하는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서울성모병원 청소년병동에서(201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