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땅 작물 모두 돌보는 전통 농사살림
자연을 소진하는 탓에 내일이 불안한 시대
우리에겐 옛 농부들의 ‘슬기’가 필요하다!
수확은 늘었는데 왜 농부는 여전히 가난할까?
농약을 뿌리는데 왜 해충 피해는 더 심해지는 걸까.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왜 사람은 약해지는 걸까.
지금의 농사는 계절과 무관하게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고도화된 공정’에 가깝다. 소출이 늘어 풍요로워 보이지만, 어쩐지 병들고 공허한 시대. 문제는 사람만 잘 사는 세상은 없다는 데 있다.
21 우리 농촌이 잃어버린 것들
날이 춥건 비가 오건 가뭄이 들건 신경 쓰지 않는다. 지열 펌프와 수액 탱크만 잘 돌아가면 그만이다. 계절도 날씨도 신경 쓰지 않는 농사다 보니 세시풍속도 필요 없고 기우제나 산신제도 필요 없다. 농업용 전기 요금이 내리기를 바라고 면세유가 등유뿐 아니라 경유로까지 확대 적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변한 우리 농촌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논매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자.
23 제초제와 세벌논매기의 차이?
잡초를 없애는 방식 하나가 이토록 인간관계나 문화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 첨단 기계농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소농,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농부의 철학과 세계관, 나아가 나라의 농업정책과도 긴밀하다. 이것은 한 사회의 문화·정치·경제적 소산이라 할 수 있다.
25 예로부터 농사는 노동이면서 기술이자, 예술이면서 놀이였고, 사회제도이자 경제였다. 농사 기술 하나가 도입되거나 농지 소유 관계가 변하면 세상이 바뀌곤 했다.
27 우루과이라운드와 자유무역협정 확대로 농살물값이 폭락하자 돈 되는 농사를 찾아 특용작물과 과수, 원예 쪽으로 점차 선회되었다. 그러다 보니 애써 만든 논을 다시 밭으로 되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33 지붕재의 혁명, 슬레이트의 등장. 정말 혁명이었다. 매년 지붕 이는 일이 반달 일거리였는데 그 노동을 생략시킨 것이다. 애써 나락 단을 짊어지고, 산 넘고 물 거나 집에 와서 타작할 이유가 사라졌다. 논에서 타작하고 소먹이나 마구간에 깔 볏짚만 집으로 가져오고 나머지는 그냥 논에..
43 적정기술운동은 이끌고 있는 김성원씨, ‘전환기술협동조합’에서 개발한 ‘투게더 화목보일러’가 인기다.
46 개 사룟값만도 못한 쌀값
80kg 한 가마니에 14만 9천352원, ‘홀리스틱’ 개사료 6.8kg에 3만 8천500원, 킬로그램당 1천817원대 5천661원. 1/3도 안 되는 가격.
47 농산물 가격의 폭락 원인? 세계화!
곡물자급률은 날로 떨어지는데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의 농업이 철저하게 세계 식량 체계에 포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완벽하게 지배하는 세계 농식품체계는 한국농업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고 있다.
농업의 주산단지화가 진행되면서 정부는 돈벌이 농사를 권장했다.
50 농업파괴범들의 기만.
음성군에 걸렸던 현수막? “먹고살려고 하우스 한 동 더 지었더니 일만 늘고 빚만 늘었다. ㄴㄱㅁㅆㅂ 이기 사람 사는 꼴인가?”
59 이제 장례는 상여도 안 나가고 장례식장에서 치르니 상포계가 필요 없다. 결혼도 이제는 ‘웨딩선터’니 ‘웨딩컨벤션’이니 하는 곳에다 돈만 내면 등급별로 치러낼 수 있으니 혼인계도 필요 없다. 보도 막지 않고 고칠 섶다리도 없다. 설이 되어도 일하는 거 말고 달리 할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64 노동력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일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지 결코 ‘노동력’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품앗이는 time bank,시간은행!)
77 직파 농사의 최대 장점은 뿌리가 튼튼하여 건강하다는 것이다. 추운 바깥 날씨 속에 씨를 뿌리고, 뿌린 곳에서 싹을 틔우는 고추 농사야말로 직파 농사의 으뜸이다.
이렇게 키운 고추는 키가 크지도 않아 묶어줄 필요도 없고 쓰러지지도 않는다.
88 사람의 체온이 2~3도 높아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빨리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죽는다. 지구온난화를 별 게 아니라고 여기고 단지 열대성 작물을 갖다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생명권에 참으로 무지한 처사다.
97 둠벙이 사라지고 물못자리도 사라지니 개구린들 어찌 멀쩡하랴. 한여름 밤하늘 닿을 정도로 요란하던 개구리 울음소리가 사라지니 시골의 운치와 정서도 사라졌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만큼 농사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속도도 속도려니와 농사의 방향마저 돈벌이와 능률, 기계 전자화라는 세상의 방향을 좇으니 그 끝은 어디가 될는지 몹시 두렵다.
125 트랙터가 논에 등장하기 전에는 수백 년 동안 물 로터리를 치는 대신 농부들이 써레와 번지로 논을 삶았다. 논에 모를 심기 위해 마름질 하는 걸 ‘삶다’라고 하는데, 이를 속된 표현과 비교하지면, 거래처나 이해관계가 얽힌 상대방을 ‘구워삶는’ 것과 뜻이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구워삶든 끓여 삶든, 삶으면 거친 충돌 지점이 사그라들고 녹녹해지니까 여린 모를 심기 좋은 물컹물컹한 논이 된다.
129 식물과 땅을 건강하게-논을 갈지 않는 직파.
221 고구마잎은 나물도 해 먹지만 소여물로도 최고였다. 볏짚만 끓여주다가 말린 고구마 넝쿨을 작두로 썰어 한 줌 넣어주면 누워 자던 소가 벌떡 일어나 여물통으로 달려오곤 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지능이 높을수록
느리다는 말이 있는데요.
요즘은 빨리만 가려고 하다보니
중요한것들을 지나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