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 머리글_할아버지, 그리고 식구들 생각
“물보샐틈 읎넌 냥반이셨지.”
가짜해방을 맞으면서 더구나 묵돌불가금으로 신 벗을 사이 없던 아버지를 꼻아매기는 어머니 ‘한줄평’인데, 그 뜻을 또렷이 알게 된 것은 소설을 보고서였다.
“어디서 배웠넌지 좀 일러주소.”
많이 모자라는 『국수』 초간본을 펴냈을 때였다. 소설에 나오는 ‘아름다운 조선말’을 도대체 어디서 그리고 누구한테 배웠느냐는 것이었다.
“배기는유.”
고개를 외로 꼬는 것으로 넘어갔지만, 할아버지한테 배웠다. 할머니한테 배웠다. 고모들한테 배웠다. 삼촌들한테 배웠다. 어머니한테 배웠다. 삼동네 이웃들한테 배웠다. 길카리들한테 배웠다. 그이들은 죄 충청도에서도 가장 조선 본딧말을 간진하고 있는 내포內浦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국수사전』을 써보는 까닭
삼독번뇌라고 한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기 때문에 세세생생을 두고 화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니, 이 세가지 독 밑뿌리를 뽑아내지 않고서는 깨달음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으로. 불가에서 쓰는 말이다. 중생계 근본 모순을 말하는 것이다….우리 민족에게는 예로부터 삼독번뇌가 있어 왔으니, 한독漢毒·왜독倭毒·양독佯毒이 그것이다.
‘한자’는 우리글이다
‘한자’라 하지 않고 ‘진서 眞書’라고 하였습니다. ‘참글’ ‘진짜글’이라는 뜻에서 일컬었던 ‘진서’라는 말도 ‘훈민정음’ 곧 ‘언문’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쓰여지게 되었고, 그냥 ‘글’이라고 하였지요.
양반의 새끼는 고양이새끼요 상놈의 새끼는 돼지새끼라: 고양이 새끼는 처음 낳았을 때는 앙상하고 보잘것없으나 차츰 매끈해지고 다 자라면 번지르르하나, 돼지새끼는 처음에 깨끗하고 반질반질하여도 차츰 거칠어지므로 양반은 좀 못생겼더라도 자랄수록 그 꼴이 다듬어지고 말쑥해지나 상놈은 자랄수록 차츰 더 억세고 더러워진다는 뜻으로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