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들판에서 수확의 기쁨도 잠시.
하늘에 구름이 잔뜩이니 동네에서 알아주는 농사꾼 아들을 두고 있어도, 어머니께선 날씨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십니다.
고무래 대신 장화발로 나락 잘 마르라고 이리저리 휘저으고 나오시더니 힘들어 죽겠다는 하소연도 잠시. 나락 펼쳐놓은 동네 길가로 또 발길을 무겁게 옮겨가십니다.
그와중에 만난 ‘새삼’보시더니 하는 말씀!
“저거, 제일 못된 풀이여!”
‘토사자’라도 불리며 약초로도 쓰이지만, 기생식물로 땅뿌리도 없이 공중으로 날라다니며 한 번 옮겨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잡초이니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냥 우리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살이지만, 사람들에겐 때와 장소만 잘 가리면 좋은 약초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면 몹쓸 잡초가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약초 같은 인생도 있고 잡초 같은 인생도 있고.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인생살이가 아닐런지…
누구나 귀한 인생살이를 하는데 잡초니 약초니 단지 나의 기준으로 구분짓는 것이 어리석음은 아닐런지, 가을 분위 탓인지 잠시 한갓진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