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릇. 김윤나. p311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마음으로 들어간다.
“아, 몰라, 됐어. 엄마랑은 대화가 안 돼!”
편하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의 경계’는 무너지기 쉽다. 감정과 말을 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기 때문에 여과 없이 말을 던지게 된다…정작 그 말을 내뱉었던 사람은 금새 잊어버리고 돌아서지만, 그 말을 들었던 사람은 시간이 흘러서도 잊지 못한다. 그 한마디가 그의 인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어릴 때 부모님의 날카롭고 무심한 말에 아파했던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아이에게 그 패턴을 반복할 확률이 높다.
요즘에는 말하기를 ‘주도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말을 권력으로 여기면 곧 그것으로 사람을 통제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가르치고, 바꾸고, 조정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욕심 때문에 말 안에 사람을 담지 못한다.
관계는 ‘통제의 언어’로 지속되지 않는다.
진심이라는 함정. 안타깝게도 진심이라는 말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진정성이 사라진다.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연결’이 있다. 바로 나 자신과의 연결, 타인과의 연결, 세상과의 연결이다. 이것은 모두 이어져 있고, 각각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말은, 자신이 그 세 부분과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도구다.
현명한 사람의 특징?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유연한 태도를 보일 줄 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쏟아내지만 그릇이 넓고 깊은 사람은 상황과 사람, 심지어 그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까지 고려해서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말 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살면서 만들어진 말 그릇의 차이 때문이다…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이 성장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품만큼 말을 채운다.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공간이 충분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고 받아들인다.
특히 말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평가하고 비난하기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상대방의 말 속에서 ‘본심’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질 않는다.
사람들은 딱 자신의 경험만큼 조언해준다.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것을 사실 그들의 말일 때가 많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대답을 함께 찾아보는 대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말을 해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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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감정에 압도되면 사고기능이 위축되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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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느낌과 생각에 자신감이 없어서 상대의 반응에 쉽게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불안이나 불확실함처럼 부정적인 감정과 마주했을 때 쉽게 자신의 실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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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역시 에너지 자원의 하나이기 때문에 충전 없이 사용만 하면 쉽게 닳아버린다. 참는 것, 버티는 것, 숨기는 것,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모두 감정을 방전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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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어울리는 ‘자기진정 스위치’를 발견해서 과열되었을 때 드 버튼을 누르고 잠깐 동안 멈출 수 있는 사람은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낼 수 있다. 내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 뒤의 숨은 마음을 알아보고 가장 적절한 말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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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들은 보드라운 감정도 송곳 같은 말로 전달한다. “고마워. 네 덕분이야.”라고 말하면서 미소 지으면 그만인데, 민망하다는 핑게로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하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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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는 고여 있다. 물은 자연스럽게 흐르고 섞여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고 고여 있으면 결국에는 썩게 된다. 감정을 무시하거나 묻어두는 일은 일종의 감정 노동이다. 장시간의 감정 노동을 버틸 장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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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형’.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물의 온도를 선택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흐르지 않게 잠가두고, 필요할 때는 원하는 만큼 조절해서 사용한다. 상대방은 갑자기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데거나 난데없이 쏟아지는 찬물에 놀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와의 관계에 편안함을 느낀다. 이렇게 감전 표현이 정확한 사람은 목적에 맞는 말을 꺼내어 사용할 줄 안다. 놀란 마음에 엉뚱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해결해야 할 감정을 모르는 척 미루어두지 않는다. 말과 감정이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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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조절하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바로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다.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목적에 맞는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물론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관계를 맺는 능력까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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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다루게 되면 내면에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깃든다. 어색함과 억지스러움이 사라진다. 대화 중 생기는 감정이 부담스럽다고 피하거나 불필요한 방어나 공격을 하지 않게 된다. 감정을 신뢰하게 되면 말의 군더더기가 사라진다. 보유하고 표현하는 힘이 길러지면서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게 된다. 그래서 당신의 말에 생기가 감돈다.
말하기 공식의 구조? A(Accident,사건)-B(Belief,믿음(공식))-C(Consequence,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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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가들. 대화마다 크고 작은 오해들. 일 시작에 앞서 각자의 공식이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고 이해하는 자리를 가졌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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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할 때마다 미묘해지는 분위기에 마음이 불편해져요.”
나만의 공식을 통해 사람들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로 상대를 몰아세운다. 그 기저에는 자신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네 생각을 뜯어 고치고 싶다는 바람이 들어 있다.
상대의 공식을 먼저 찾으려고 노력한다? 질문하고,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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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정이나 선택을 옳고, 너의 판단은 부족하다는 생각을 품고 있으면 타인의 공식을 배려하기 어렵다. ‘너는 멀었어.’ 하고 무시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아무리 위와 같은 질문을 사용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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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분명히 갈등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공식의 차이가 결국 ‘인간성과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과 공식’의 차이라는 것을 알면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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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 뒤에 있는 ‘다양함’을 즐겨보자.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다양한 책들을 가까이 해보자. 그것이 결국 ‘나도 너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것이 당신의 말그릇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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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살면서 이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누구나 상대적으로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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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장만 반복할 뿐 상대방의 공식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대화에는 질문이 없었다…상대를 ‘적’을 만들고 싶다면 나의 공식만 고집하면 된다. 반대로 성숙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사람마다 가진 공식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차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같이 풀어야 할 ‘과제’로 바라볼 때, 당신의 말 그릇은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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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패턴? 다른 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한다. 위로가 필요할 때 충고하고, 격려가 필요할 때 비난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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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줄일 것
사람의 말은 생각보다 흡수율이 나쁘다.
말은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화시킬 수 있을 만큼만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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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의 기술 3F? Fact(사실 듣기):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Feeling(감정 듣기): 진짜 감정을 확인한다 / Focus(핵심 듣기):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핵심 메시지를 발견한다.
204
‘칼 로저스’의 경청. “깊이 있게 듣는다는 것은 단어나 생각, 감정, 개인적인 의미, 심지어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 밑에 깔려 있는 의미까지 듣는다는 뜻이지요. 때때로 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 속에서 그 사람의 겉모습 아래 깊이 파묻혀 있는 인간적인 절규를 듣기도 합니다.”
205
‘듣기’ 능력이 큰 사람은 말 그릇도 클 수밖에 없다.
214
질문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절로 생각이 뚜렷해지고 마음이 시원해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질문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까? 이렇게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기술을 왜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할까? 무엇이 질문하기를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220
질문은 답을 만들고, 답은 선택을 만든다.
질문은 마음의 열쇠
230
자율성. 사람들은 자율적인 동기에는 반응하지만, 동기를 통제하면 딴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231
질문 프로젝트. 질문이 없는 대화나 회의, 보고는 불통을 드러내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다.
240
배짱을 부리려면 ‘누군가 반드시 답해줄 거야’하는 믿음이 필요하다.
‘어떤 답을 해도 안전한 거구나.’
241
질문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3가지? 질문하고 나면 반드시 기다릴 것. 절대로 먼저 답하지 말 것 / 답의 수준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인정할 것 / 답변을 살리는 피드백을 추가할 것(아주 간단히)
248
심판자의 질문을 즐겨 사용하는 사람은 삶에서 문제를 먼저 찾는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도망갈 곳을 먼저 찾고, 누구의 잘못인지 가르고 탓하는 동안 상처와 후회, 실망을 맛본다. 반대로 학습자의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문제 안에서도 교훈을 발견한다. 자신의 책임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인생의 의미와 남은 기대를 만난다.
271
좋은 질문에는 깊이가 있다. 예리하다. 강력한 질문들은 간결하다. 불필요한 생각을 덧붙이지 않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없고, 균형이 잡혀 있다.
272
상대방의 상황에 필요한 질문일 때 그것은 가장 좋은 질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질문은 정성어린 경청이 만든다.
277
말비워내기. 『침묵의 기술』 “나이든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말을 해서 듣는 이를 피곤하게 하는 것부터 피해야 한다. 늙어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 중에는 말하기를 지나치게 밝히는 것도 포함된다…나이든 사람의 입에서 나온 과격하거나 불경스러운 말 한마디는 반듯한 사고를 갖춘 젊은이의 빈축을 살 뿐이다.”
침묵보다 나은 말이 있을 때만 입을 열라고 조언하는데 그것을 결국 말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81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대화의 연속성-마침표 원리’로 설명한다…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원망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스스로 책임질 마음 없이 상대방에게만 책임을 지우려고 하면 대화는 점점 소모전이 되고 관계는 악화된다.
283
자신을 바라보고 절반의 책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대화 능력을 바뀌기 시작한다.
284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할 줄 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씨름의 방식, 왈츠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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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