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일기. 호찌민. p170
#스스로 권면하며
엄동설한의 초라함이 없다면,
따스한 봄날의 찬란함도 결코 없으리,
불운은 나를 단련하고,
내 마음을 더욱 굳세게 한다.
#감방 동료의 종이 이불
낡은 책 새 책 서로 엮어서 만든
종이 이불 안 덮는 것보다는 따스하구나.
옥(玉) 침대에 비단 장막 두르고 사는 사람들은 모르리라,
옥중에 허다한 사람들이 잠 못 이루고 있음을.
#추운 밤
가을밤은 깊은데 요도 없고 이불도 없어,
다리 접고 허리도 구부려 보건만 잠을 이룰 수 없구나!
정원의 파초 잎에 달빛은 냉기를 더하는데,
창문을 엿보던 북두칠성은 이미 하늘가에 누웠네.
#호송병이 돼지를 메고 동행2
세상사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다 해도,
자유를 잃은 것보다 더하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사람에 끌려 다니는 마소 같구나!
#4개월이 되고
옥중 하루는 밖의 천추와 같다더니,
옛사람의 말이 결코 틀림이 없구나.
지나간 4개월은 인간의 삶이 아니었으니,
나를 초췌케 해 10년이나 늙게 만들었네.
#왜냐하면
4개월간 배불리 못 먹고,
4개월간 잠 한 번 제대로 못 자고,
4개월간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4개월간 씻지도 못했기 때문이라.
#그래서
치아 하나가 빠져 버렸고,
머리는 백발이 다 되었고,
검고 야윈 것이 마치 굶주린 귀신 같고,
온몸은 옴투성이가 되었네.
#다행히
지구력과 인내심으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비록 물질적으로는 고통스러웠지만,
정신만은 동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