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유홍준. p579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미국 갔다 온 지식인들이 말끝마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며 남을 면박 주며 잘난 체하곤 했는데, 그런 오만과 치기가 추사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추사는 그런 식으로 남에게 상처를 많이 주었고, 간혹 그것이 심하여 사람들로부터 미움도 받았다.
추사는 인생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살았다. 그는 “알만 말하지 않는 것이 없고, 말하면 다하지 않은 것은 없다”라고 했다. 그런 자세로 학문과 예술을 완성해가는 모습이 그를 위인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런 바로 그런 열정 때문에 세파에 휘둘리며 제주도로 북청으로 10년간 유배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긴 귀양살이를 하면서 그는 마침내 인생에서 관용의 미덕을 깨닫고, 용산의 강상과 과천에서 궁핍하게 살면서 평범성에로 귀의하는 완성된 인격을 보여준다. 그런 인생이 반전이 있음으로 해서 추사라는 인간상에 더욱 인간적인 존경을 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