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 집도 괜찮아. 야도카리. p
새로운 주거방식, 자급자족의 삶은 새로운 미래다!
한 번 내 것이 된 것은 손에서 놓기가 어렵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구 이상으로 ‘무엇을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 또한 강한 법이어서, 무언가를 지키려면 그만큼 짊어져야 할 것도 늘어간다. 내가 원하던 것은 단순한 것이었는데 어느새 그것을 지키기 위해 ‘저것을 하면 이익이다, 이것을 하면 손해대’라는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 내팽개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활하거나 일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나를 손에 넣으면 다른 것이 갖고 싶어진다. 그 욕구는 끝이 없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갖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의 흐름 속에서 야도카리가 선택한 것은 ‘생활을 작게 재편집’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주거, 생활, 거기에 따라오는 일 등을 되돌아보고 음미하는 일이다.
미니멀리스트. ‘확대가 아닌 축소’를 위한 가치관과 행동이 세계적으로 실험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주거방식에 대해 생각하다
6평(20평방미터) 정도의 작은 집 ‘타이니 하우스’나 이동할 수 있는 집 ‘모바일 하우스’
작은 집을 지으면 물건에 둘러싸인 생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장점으로 받아들일지 단점으로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취재한 작은 집 거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물건 없는 생활이 훨씬 좋다”고 단언했다. ‘물건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물건 없는 생활이 훨씬 좋다고 말하는 것은 물건에 대한 집착이 없어짐으로써 얻게 되는 정신적 자유와 풍요가 불편함보다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개발도상국가의 농촌은 글로벌 착취 구조의 하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꽤 많은 비율이 소작인으로 전락했기 때문이죠.
4세대 전까지만 해도 자기 소유의 토지가 있어서 자급자족하며 살았는데 화폐경제가 들어오면서 돈을 사용하는 생활이 시작되었고, 거기에 대기업이 들어와 “지금 가지고 있는 토지를 당신의 연봉보다 몇 배 높게 사겠소. 우리 농장에서 일하면 되니까, 월급도 이만큼은 나오니까”라고 말하니 모두들 토지를 팔아 버린 거예요. 그곳에 바나나 농장이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들어섰고 사람들은 소작인이 되었죠. 결과는 어땠을 거 같아요? 소작인은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으니 급료가 점점 내려갑니다. 결국에는 살아갈 힘도 없이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가난한 생활이 몇 대째 이어집니다. 몇 세대에 걸쳐 밑바닥 생활을 강요당한 농촌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설탕이나 바나나, 커피 같은 것을 싸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소비적으로 변해가면서 잃어버린 것이 많아요. 소비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돈으로 해결하는 삶의 방식밖에 모르죠.”
작게 살다보면 자연스레 밖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주위 사람들과 협력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꼭 오두막에서 살자는 것이 아니라 작게 사는 사고방식을 갖자는 것입니다.
인터넷 여명기에 그런 감동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했군요. 지금은 정보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인데, 사람들은 전보다 더 자유로워졌을까요?
자유로운 것 같지만 전혀 자유롭지 않죠. 인터넷을 만든 선배들이 지녔던 철학과 사상은 소비주의로 교체되려고 하고 있어요. 사회 전체가 소비적으로 변해가면서 잃어버린 것이 많아요.
처음에는 인터넷이 혁명이라고 생각해 가상 세계 안에서 자유를 추구했지만 막상 현실화되니 자유가 아니더란 이야기인가요?
처음에는 모두 자유로워지고 싶어 소비주의를 추구했죠….뭐든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에 너무 익숙해져 돈으로 해결하는 삶의 방법밖에 몰라요. 인간관계가 희박해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조그만 일로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 대출을 갚아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 재해가 일어났을 때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불안으로 가득하죠. 모두가 모순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에너지나 음식, 집,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직접 만드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실험이 시작되었어요. 클릭 한 번으로 사는 게 하니라 자신의 생활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거죠.
“나의 ‘필요’와 타인의 ‘재능’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으면 아주 적은 자원으로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프트 에콜로지(gift ecology)
우선 우리가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신비로움 속에서 지구에 생명이 탄생되었고 어떤 이유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사회를 형성했죠. 수십조 개의 세포 하나하나가 협력하면서 심장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고 면역 시스템을 유지합니다. 매일 먹는 움식이 생명체의 목숨을 유지시켜줍니다. 우리는 여기까지 생명을 이어주신 선조들과 우리의 친구인 식물, 동물, 생태계로부터 매일 선물을 받는 셈이죠.
몹시 장대한 이야기입니다만!
가치는 전부 자연이 생산해낸 것이다, 그런 이야기인가요?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네요.
경제를 앞세우기보다 지구나 자연의 선물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는 거군요.
도시에 살다보면 자연을 그런 식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를 기프트 에콜로지 같은 차세대 생활방식으로 가져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게 살며 주변에 마음을 여는 삶의 방식은 ‘기프트 에콜로지’로 옮겨가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해요.”
경험과 기술을 나누자는 것이군요.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교환’하는 것이군요.
그런 흐름이 생긴다면 살아가는데 물건도 돈도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유사시에도 안심할 수 있고요.
“모든 사물에는 ‘니즈’가 있어요. ‘니즈’를 충족시켜 주고 ‘선물’을 받는 거예요. 니즈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고 선물을 받아 생활하는 그런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니즈’와 ‘선물’을 교환하면 점차 자본주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죠.”
물건을 공유하며 농사를 짓는 등 ‘선물’을 서로 나누는 것이군요.
결국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가의 문제네요.
자본주의란 인간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할 것인가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만, 지금은 손에 잡히지 않는 생물처럼 되어 버려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휘둘리고 있죠. 경제라는 개념을 사용해 행복해지려고 한 것인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경제’라는 생물체의 꼬리에 매달려 휘둘리는 느낌이에요. 자본주의는 수많은 개념이나 수단 중 하나일 뿐이고, 때마침 지금 이 시점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을 뿐인 거예요.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수단에 지나지 않아요.
“어떻게 행복하게 살까? 자연과 공존, 에너지 자립,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면 좀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짐’이 되는 집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실험하다
스즈키 나오 씨 트레일러 하우스 생활편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