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다란 변화를 감행했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국 유수의 헤지펀드 디이 쇼D. E. Shaw의 퀀트quant가 된 것이다.
금융세상의 붕괴는 한때 나의 질서 정연한 도피처였던 수학이 세상사에 깊이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주택시장의 붕괴, 주요 금융기관들의 파산, 실업률의 급등. 이 모든 문제가 마법의 공식을 휘두르던 수학자들의 원조와 사주로 발생한 재앙이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수학의 놀라운 능력들은 금융 기술과 결탁해 혼란과 불행을 가중시키는 독이 됐다. 또한 시장의 붕과로 결함이 드러낸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기보다는 효율성과 확장성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나쁜’ 교사 색출작전. WMD는 진실을 찾는 대신에 스스로 진실을 구현한다.
WMD, 불평등을 프로그램하다
내가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이유는 대학 진학, 대출, 형량 선고, 구직, 노동 환경 등 우리 삶 대부분의 영역에서 독단적이고 부당한 처벌을 남발하는 비밀스러운 모형들이 지배의 손길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대량살상수학무기의 탄생
빅데이터 시대, 알고리즘이 신을 대체하다
대량살상수학무기의 3가지 조건? 불투명성, 확장성, 피해
WMD의 모형으로 혜택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고통 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되는 모형은 수백만 명의 면전에서 기회의 문을 닫아버리고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셸 쇼크
금융과 수학의 결탁이 불러온 파국
디이 쇼는 시장의 등락 움직임에 베팅했고, 당시 유가증권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이는 디이 쇼에 둘도 없는 투자 기회로 보였다.(당연한 움직임이 투자의 기회!)
미래가 과거의 모든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이라면? 수학 모형을 본질적으로 과거의 기존 패턴들이 반복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태생적 결함이 있는 수학 모형에 의존? 잘못된 가정!
수학은 해석할 능력이 없다, 해석은 순전히 인간의 몫이다.
확장성. 국가의 표준, 세계의 표준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학 모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을 닮았다. 신처럼 불투명해서 이해하기 힘들다. 각 영역의 최고 사제들, 즉 수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들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내부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지 않는다.
고용주들은 신용평가점수에 초점을 맞추느라 자신이 얼마나 많은 잠재적 인재를 놓쳤는지 절대 깨닫지 못한다.
WMD에서는 수학의 탈을 쓴 많은 유해한 가정들이 검증 과정을 거치지도, 의심의 시선을 받지도 않은 채 무조건 받아들여지고 있다…WMD는 가난한 사람들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대리데이터가 진실인 것처럼 행세하는 위험한 상황을 수없이 보게 될 것이다.
예측하려는 행동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 WMD를 개발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우발적인 실수를 피할 순 없다. 모형이란 본래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상의 모든 복잡성이나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미묘한 차이를 완벽히 반영한 모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정보가 일부 누락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결론_수학 모형의 여행을 마치며
사람의 일대기와 흡사한 가상의 여행이 끝났다. 이 여행에서 우리는 학교과 대학, 법원과 직장, 심지어 투표소까지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WMD가 저지르는 만행을 직접 확인했다.
WMD는 앞에서 하는 약속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철저히 다르다. 앞에서는 효율성과 공정성을 약속하지만 뒤에서는 고등교육을 왜곡하거나 부채를 증가시키고 대량 투옥을 촉발한다. 또한 인생의 모든 중요한 분기점에 가난한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며, 민주주의를 손상시킨다. 따라서 WMD를 하나씩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해결책이다.
데이터 처리 과정은 과거를 코드화할 뿐, 미래를 창조하지 않는다. 미래를 창조하려면 도덕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런 능력은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