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병원 입원 중인 아들을 대신해서 친구들이 농삿일을 잠시 거들어본다.
자식들은 모두 고생하지 마시고 일 하지 마라 하지만, 너른 땅을 묵힐 수 없는 어머니!
“잘 안해도 되니까, 비닐만 안 버껴지게해줘.”
“어머니! 그게 잘 한거죠!”
농부에겐 땅을 묵힌다는 건 곡기를 끊는 것과 같으니, 아들 대신 친구들이라도 나서본다.
집 앞 평지밭은 그마나 수월하던 비닐망 씌우기 작업이 비탈진 밭에선 쉽지가 않다.
날은 덥고 일은 되고…병원이 아니라면 혼자서 너른 밭에 농삿일 하고 있을 친구를 생각해보니 참 대단할뿐이다.
여럿이 함께 해도 이렇게 힘에 부치는데…
“어쩌겠어. 몸으로 떼워야지!”
한 사람의 빈자리가 너른 밭만큼이나 크다.
반나절 일 마치고 점심밥먹고 돌아오는 길.
전화로 급히 전해오는 응급소식! 산골마을 친구 아버님이 경운기 사고로 구급차로 병원 이송 중, 소식을 전할 자식들 연락처가 없다고. 가벼운 사고이길 바라며 대신 급한 소식을 친구에게 전해준다.
저녁무렵 다시 들려온 슬픈 소식! 경운기 사고로 친구 아버님이 운명하셨다고! 고령의 나이에 힘에 부치는 농기계들이 위험스럽지만, 농삿일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처지다보니 발생한 큰 사고였나보다.
집 앞에서 관리기 작업하다 골절상으로 병원 입원한 친구까지 생각을 해보니, 농삿일이 ‘휴먼스케일’을 넘어 기계화되며 빠른 효휼성을 추구하다보니 농기계 사고가 예삿일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