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놀이. 김진애. p320
‘집 놀이’는 여자와 남자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다. 어떻게 하면 집 놀이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살릴 수 있을까?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집 놀이가 최고의 놀이가 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일상의 놀이이기 때문이다. 24시간, 365일 할 수 있는 놀이다.
행복은 일상다반사
행복이란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빈도의 문제다.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얼마나 자주 행복감을 느끼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이 좌우되는 것이다.
‘집 놀이’가 일어나는 기본 조건은 딱 세 가지.
“첫째, 스스로 한다. 둘째 같이 한다. 셋째, 자기 식으로 한다.”
나는 끊임없이 관찰한다.
장면을 관찰하고 행위를 관찰하고 느낌을 관찰한다. 나는 삶의 순간에 담긴 비밀을 포착하고 싶다. 나는 가족의 갈들에 담긴 심리를 포착하고 싶다. 나는 공간의 미묘한 작용을 관찰하곤 한다. 나는 공간의 변화가 자아내는 감정의 변화, 행동의 변화, 삶의 변화를 관찰하곤 한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같이 있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예의 관찰하곤 한다. 무엇이 나를 짜증나게 만드는지, 같이 있는 우리들이 서로에게 불만을 갖게 되는지 예의 관찰하곤 한다. 호기심 어린 관찰 습관은 나의 일상이다.
‘집 놀이’의 네 가지 작은 주제
어떻게 하면, 이 집에서 여자 남자가 덜 싸우며 살까? / 이 집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을까? / 이 집에서 집이 작다고 불평하지 않으며 살까? / 이 집에서 좀 ‘집같이’ 살아볼까?
정답은 없고 모범 답안도 없고, 베스트도 없고 퍼펙트도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것이 ‘디자인’의 묘미다.
삶의 디자인에서도 공간의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은 언제나 어딘가 모자란다. 우리가 항상 어딘가 모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단조롭고 획일적인 도시의 풍경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한다. 너무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공간, 너무 뻔한 공간, 너무 똑같은 공간, 너무 반복되는 공간은 그 재미없음으로 아이들의 의욕을 지레 꺽는다.
아이들은 무릇 동네를 쏘다니는 아이들이 되어야 마땅하다.
답은 스스로 결정하는 게 최고다. 건축가도 디자이너도 업자도 업체도 당신을 대신해줄 수 없다. 당신보다 더 당신의 삶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를 단순하게 구분하자면, 연애 때는 온통 놀 생각만 하고 또 그래도 되지만 결혼하고 나면 왜 일이 할 일이 많으냐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연애는 놀이, 결혼은 일이라고나 할까?
서약의 내용은 심플한 게 최고다. 구체적이면 아주 좋다. 함축적이라면 더욱 좋다. 그 안에 너와 나의 본질적인 특징을 담을 수 있다면 더더울 좋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최고의 아이가 될까,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클까, 어떻게 하면 내가 어렸을 적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겪지 않게 할까 같은 고민은 사실 부질없다. 아이는 ‘어린 사람’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뿌듯함을 느끼고, 온갖 스트레스를 스스로 이겨내면서, 아픔도 슬픔도 인생의 한 부분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난관과 역경을 헤쳐가는 근육을 키워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된다. 매 순간을 풍부하게 살아내면 미래는 스스로의 몫이 되는 것이다.
온 집 안은 놀이터. 아이에게 일이라는 개념이 없다. 공부라는 개념도 없다. 하는 모든 짓이 놀이다.
놀면서 자라고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터득한다.
놀이의 속성이 뭘까? 호기심의 발동이다. 무엇이나 주제가 되고 소재가 된다. 직접 찾아낸다. 직접 해본다. 잘 안되면 다시 해본다. 요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본다. 자꾸 해본면서 익숙해지면 또 다른 방식으로 해본다. 이 놀이는 다른 놀이로 이어진다. 완성은 없다. 과정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얘기하니 금방 ‘공부’가 연상되지 않는가? 놀이는 공부다. 그사이에 까르르 웃음과 흐뭇한 웃음, 몰입하는 눈동자, 번득이는 깨달음, 해냈다는 뿌듯함, 빛나는 기쁨의 순간이 녹아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놀이의 속성은 무엇일까? 정리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아이들은 어지러움 속에서 질서를 잘도 찾아낸다. 질서를 흐트러뜨리면서 자신만의 질서를 다시 만든다. 마치 ‘신’과 같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낸다고나 할까?
컴퓨터, 스마트폰, 온라인게임, 웹 등 일상생활의 디지털이 온통 ‘개인화’하는 시대에 아이들의 방에서 유혹거리를 없애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손가락 끝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유혹에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이 시대 부모의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라 해도 좋을 정도다.
원칙은 심플하다.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의 맛을 느끼게 할 것, 손가락 끝보다 신체 전체를 쓰는 게 재미있다고 느끼게 할 것.’ 이 시대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유념해야 할 원칙 아닐까?
당신의 옹색한 집을 나서면 온 동네가 당신의 마당으로 기다리고 있다.
정기용의 「나의 집은 백만평」? 산책으로 이어지는 뒷산이 당신의 텃밭으로 기다린다. 동네카페가 당신의 서재로, 동네거리가 당신의 갤러리로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동네 산책을 하면서 당신의 외로움을 즐기고,…
오래된 시간은 왜 좋은가?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가치를 느끼면서 여유로워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