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밝은 햇살 가득한 날입니다.
온사방 어디를 보아도 눈이 시원합니다.
천천히 걸어가니 발밑으로 지천인 들꽃세상이 눈에 훤히 들어옵니다.
민들레 홀씨되어 날아다닌지는 벌써..
한창 노란빛깔을 뽐내고 있는 애기똥풀꽃들.
밤하늘의 별 대신 한낮의 별들인 별꽃들이 땅바닥에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이름은 요상해도 노란 빛깔이 고운 산괴불주머니.
꽃은 작지만 덩치는 큰 뽀리뱅이.
키다리 지칭개.
그많던 오미자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한 초코베리(아로니아)꽃들.
귀한 토종인 흰민들레.
잠깐 걷는 길이지만 봄꽃세상을 즐겨보기에 충분합니다.
풀꽃 구경하다 맑은 개울물을 보니 어젯밤 글밥이 절로 떠오릅니다.
“…중국에서는 맑은 강물이나 시냇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조선 사람들은 조선의 강에서 투신자살할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답니다. 중국의 강들은 그러기에는 너무 더럽지요.” -김산, 「아리랑」
나라 잃은 설움 속에서도 조국의 맑은 아름다운 산천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 항일혁명가들의 삶을 잠시 되새겨보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사진과 함께 기억 속에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