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와 산다. 한기호. p267
침묵의 스승, 내 어머니
아버지는 병이 병을 만든 경우였다. 관절염 약이 장기에 좋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의 병원이 어디 그런가. 내게 오셨을 때 어머니도 한 움큼이나 되는 약을 드시고 계셨다…미리 이야기하지만 도우미 아주머니가 그걸 모두 해결해 주어 나중에는 혈압 약 세 알만 드시게 했다. 그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지난 7년 동안 나는 어머니에게서 많은 지혜를 얻었다. 어머니와 살게 되면서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도 어머니 대하듯 하니 인간관계도 더욱 좋아졌다. 무슨 일이 생겨도 되도록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행동에 옮기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니 어머니는 나에게 침묵으로 올바른 인간관계를 가르쳐주신 큰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추억으로 이끄는 책
새마을운동의 광풍을 그리고 있는 소설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 나도 당시 ‘하면 된다’는 식의 글짓기대회에서 늘 상을 받았다…국가가 국정을 알리는 마케팅으로 교육을 활용하던 그 시대에 나는 정말로 대단한 앵무새로 활동했던 것이다.
그런 내가 세상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통학버스에서 한 대학생이 권한 『창작과 비평』을 접하고서였다. 그런 이야기는 자서전 『열정시대』에서 다 밝혔다. 그래서 나는 잡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기획회의』나 『학교도서관저널』을 열심히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이면 만사형통이다
나는 대학에서 배운 것이 없다…하지만 그때 읽은 책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신현림 시인의 에세이 『엄나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에서는 생활용품 바꿔 주기, 살림 돕기, 생일상 차려 드리기, 한 풀어 드리기, 포옹하기, 단둘이 여행하기,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기, 응원 보내기, 함께 노래 부르기, 영화 관람하기, 매일매일 통화하기 등 30가지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고독이라는 느낌은, 물리적인 ‘고독’을 동반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이어져 있다’라는 감각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공간에 혼자 있더라도 실제로는 내가 어디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게 무엇이 좋을까? ‘고독력’이 높으면 자유가 넓어지고, 대인관계가 풍부해진단다.
“‘고독력’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매달리고 타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로 서로를 위해서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외로운 CEO? 고집 혹은 옹고집으로 똘똘 뭉친 사람. 모든 결정을 ‘독불장군’으로 결정하다 보니 외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를 떠올리자 나는 오히려 자신감이 붙었다. 나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일하는 직원들이 있다. 그들이 있으니 내가 있다.
내가 올해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일까?...후배들에게 편집권을 넘겨준 것이 아닐까? 소소하고 미미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것을 과도기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그들이 전권을 쥐고 흔들 것이다. 이미 『학교도서관저널』은 권한이 모두 기획위원회와 편집위원회에 넘어가 있다. 그랬더니 갈수록 내용이 좋아진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합리적인 리더십은 “사람을 알고, 사람을 알았으면 쓸 줄 알고, 사람을 썼으면 크게 쓰고, 크게 썼으면 맡기고, 그래서 잘 돌아가면 이간질하는 간신배를 멀리하는 것이다.”
‘기득권’은 완전히 내려놓고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다. 그것은 모두가 책을 읽어 스스로의 가능성을 열어 가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이제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대부분의 대학이 완전히 몰락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 기술 발달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니 말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도록 도와줄 아주 손쉬운 몸짓 하나를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포옹이다. 더 나아가 6초 동안 지속되는 포옹을 추천한다. 그래야 뇌에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화학 작용이 확실하게 일어날 수 있다.
선생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학교도서관저널』이 망하지 않고 5년 가까이 나오고 있는 것만으로 나는 한기호가 어떤 실수를 해도 모두 용서할 수 있어!”
“인생은 단 한번의 여행”이라는 데 나는 왜 이리 힘들게 살까? 한 친구는 이제 잡지 하나는 포기하고 편안하게 살라고 권한다. 포기하는 김에 두 잡지를 포기하면 내 인생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일 텐데 그게 쉽지가 않다.
어머니를 모신 것은 나에게 가장 큰 행운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것 중의 하나는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