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과 공생의 지역만들기. 박진도. p308
바야흐로 ‘지역의 전성시대’(?). 주변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듣는 말이 ‘지역’이다…이처럼 지역이 주목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으로 오늘날 우리의 지역이 수도권, 대도시, 지방소도시, 농촌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농촌개발 정책이 있었지만, 농촌의 쇠퇴를 막지 못하였고, 농촌이 급속히 쇠퇴하여 왔듯이, 정부의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한 농촌주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수많은 사업 가운데 참으로 성공하는 사례는 매우 적고, 지역에 따라서는 정부 지원 없이 자력으로 잘 해오던 기존 사업을 정부 지원금으로 인해 오히려 망치고, 심지어는 지역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장 커다란 이유는 주민들이 사업을 주체적으로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지만, 거의 모든 사업이 하드웨어 중심의 단기적 소득 증대라는 경제적·과시적 성과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매진하여 왔다. 그런 가운데 알게 모르게 경제적 효율주의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여 왔고, 돈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물질 황금주의가 우리의 가치를 왜곡해왔다. 경제적 효율주의와 황금만능주의로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나약하고 어리석은 개개인의 삶이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게임의 룰을 바꿔라)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보자. 2001년 초 이와테현의 마스다 히로야지사는 ‘분발하지 않기 선언’을 하였다. “경제적 이익에 편중하고, 그것을 화폐로 환산하여 가치를 따지고, 효율성만을 추구해 온 덕분에 일본은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반면, 자연을 파괴하고 귀중한 지구자원을 낭비하고 지역의 자립을 해쳐왔다. 20세기적인 개발, 대규모, 집중과 같은 가치관을 되돌아보아야만 한다. 그래서 이와테현은 ‘시간, 여유, 안정, 자연환경’ 등 이제까지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 이는 척도를 바꾸는 일이다…’분발하지 않기’란 이제까지와 같이 도쿄나 뉴욕 등의 척도에 비추어서 ‘없는 것’을 애석해 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다른 지역과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재발견함으로써 각각의 지역에 맞는 개성과 특성, 각자의 페이스에 맞춘 발전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내유천지 외무소구!)
지역경제를 위협.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는 주거, 보육, 교육, 보건의료, 환경, 문화 등에서 공공성을 후퇴시키고, 사회서비스의 민영화, 시장화를 통해 지역주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지역 환경이 파괴되고, 지역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지역에 따라서는 지역의 경제적 기반 그 자체가 붕괴된다. 그렇지만 중앙정부는 재정위기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지역개발을 추진할 수 없게 되고, 신자유주의 분권화를 추진한다. 즉 지역의 문제는 지역 스스로 해결하도록 강요한다(각자도생). 신자유주의적 분권화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의 재정력과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무분별한 기업유치와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난개발로 인한 지역 환경의 위기와 지방재정의 위기, 주민의 삶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외래형 개발론과 한국의 지역개발정책
말로만 소프트웨어 강조, 실제로는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이 압도. 대형 공공사업을 통하여 환경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신개발주의 혹은 신성장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지역혁신의 일차적 대상이 되어야 할 지방의 정치, 행정, 기득권 세력이 오히려 혁신주체가 되어 개발이익을 향유하고, 지역의 무능부패구조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천문학적 건설비와 토지보상금이 지역개발사업에 투입되었고, 전국에 개발 붐이 조성되면서, 토건자본 등에게 막대한 이윤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관료-정치인-지방토호 사이의 성장 동맹이 더욱 강고해졌다.
지역의 주민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앞세운 신개발주의, 신성장주의의 포로가 되고 있다.
내발적 지역발전의 이론
내발적 발전은 근대화론에 입각한 성장제일주의를 부정하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의 실현을 추구하고, 발전은 물질생활의 향상 뿐 아니라 정신적 각성과 지적 창조를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자율적 발전을 추구. 각 사회는 스스로 주권을 행사하고, 스스로의 가치관과 미래전망에 따라 발전을 도모한다…다만 구조변혁을 기다리거나 구조 변혁을 전제로 해서 지역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의 실천을 통해 전체 구조를 바꾸려고 한다(Think Globally Act Locally)
내발적발전의 동기부여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 나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 구성원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을 통해 주민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를 유도해 나가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역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 시민단체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지역구성원들의 내발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방법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R&D는 기술변화의 30%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기술혁신은 R&D보다 생산현장에서 시행착오에 의한 관련기업, 공급자, 고객과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현장이 답이다)
지역교육공동체
도농간 교육 격차 문제는 지역사회 쇠퇴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활력있는 지역 만들기의 핵심 과제중 하나.
지역주민과 학교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사회학교는 지역을 떠나버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지역 일꾼, 지역 지킴이를 육성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특히 농촌지역의 교육은 교육 대상, 교육 영역, 교육 내용 전반에 걸쳐 지역주민의 삶과 통합적이어야 하며, 지역 전체가 교육의 장이라는 관점에서 일터-삶터-배움터의 통합 운영을 지향해야 한다(일과 삶과 놀이가 하나)
“순환과 공생의 지역만들기 | 가치의 척도를 바꾸는 일”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