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 나카무라 요시후미. p140
집에 대한 초심을 잃고 건축의 거품에 휘말린 시대, 건강하고 정직하고 유쾌한 오두막 생활 이야기.
모든 집의 원형은 오두막(원룸)
#나그네쥐의 오두막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오두막 정식 명칭. 렘 헛 LEMM HUT, 레밍 헛(Lemming Hut)의 준말 얼핏 허술하게 보여도 이 오두막은 보기와는 달리 큰 뜻을 품고 있습니다…저는 이 오두막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을 통해 이제까지 누구나 당연한 듯 향유해 온, 아니 낭비해 왔다고 해야 맞는,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에 대해 다시금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문명과 문화의 수준은 전기선, 전화선, 가스관과 같은 <선> 혹은 <관> 의 개수로 측정되었습니다…저는 오히려 문명과 문화의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그 생명줄을 하나씩 줄여가면서 자연친화적인 집을 짓는 일이 결국은 새로운 과제가 되리라고 보고, 이 오두막에서 실제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실천하기로 결심하고 지금껏 그렇게 해오고 있습니다.
전력은 풍력 발전과 태양 발전을 이용해 자체적 조달.
물은 지붕에서 모은 빗물을 정화하여 사용.
조리는 숯불을 연료로 삼는 풍로.
목욕은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철제 욕조
화장실은 간이 수세식.
보시다시피 그 어떤 선도, 관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오두막에서 사는 건 어지간히 힘겨울 듯해 보이나요? 하지만 불편함이나 갑갑함은 본래 인간이 지닌 생활의 지혜를 일깨우고 창조의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과 휴일을 이 오두막에서 보내면서 그 불편함을 조금 덜어 보고자 손과 머리를 왕성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제 스스로도 예전보다는 현명해졌다고 느끼니까요. 결국 휴일을 즐기려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집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건축을 농락하고 싶지 않은
지금은 건축의 재료와 기술이 진보하여 벽이든, 지붕이든, 창이든 맘껏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건축을 건전하게 유지하던 질서가 흐트러져 <건축의 초심>을 잃고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한 표현과 시도에 얽매여 <건축을 농락하는> 기류가 흐리기도 하고 있지요. 유카탄의 민가와 마을을 바라보면서 그런 기류에 자성하는 마음과 더불어 반발하는 마음 또한 끓어올랐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오두막살이는 때때로 불편하고 갑갑합니다. 오두막에서 지내는 것을 번거롭다고 느낄지 유쾌하다고 느낄지, 또는 빈곤하다고 느낄지 넉넉하다고 느낄지가 바로 그 사람이 오두막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대한 갈림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