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글쓰기. 안건모. p321
지금, 삐딱한 글쓰기가 필요하다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글로 쓰고 싶었지만 쓸 수가 없었다.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온 이야기, 버스 운전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다. 글은 ‘배운 사람들’만 쓰는 줄 알았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문법을 먼저 알아야 쓰는 줄 알았다. 대학을 안 다닌 사람은 글을 쓰면 안 되는 줄 알았다.
1996년 우연히 월간 『작은책』을 보고 ‘아! 나 같은 사람도 글을 쓸 수 있구나’하고 깨달았다.
살아온 이야기와 일터 이야기를 쓰면서 가슴이 확 뚫렸다.
개나 소나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이라야 좋은 세상이다. 지식인들만 글을 쓰는 세상을 좋은 세상이 아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어려운 한자로 글을 써서 정보를 독점해 ‘우매한’ 백성들을 지배했다.
학교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가짜 논술만 가르치고, 외우기 시합을 하게 만들어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학을 나와도 글 한 편 못 쓰는 사람이 돼 사회에 내던져지니다. 사회로 나오면 비로소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글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지금 우리 나라는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해 삐딱하게 돌아가 버렸고, 이 시대는 가진 게 없는 이들에게 가혹한 신자유주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아름답고 고상한 글보다 삐딱한 글쓰기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신나고 통쾌하고 가슴 후련한 글을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글을 왜 써야 하나?
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쓴다
맺힌 마음을 풀기 위해 쓴다
“글쓰기를 통해 암울했던 시대적인 한을 풀어 나갔습니다. 제가 쓴 『삼청교육대 정화 작전』 같은 책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더라면 화병에 견디지 못하고 벌써 불귀의 객이 되었을지도 모르죠. 글쓰기는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해 주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쓴다
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 현실을 알리고 비판하고 고발하는,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나는 그저 열심히 살았다
그래도 나는 헛된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공장을 전전하면서 대입 검정고시를 보려고 학원을 다녔다. 누구나 공부만 열심히 하면 법관도 될 수 있고 의사도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학교와 사회에서 주입한,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을 가지고 있었다.
시내버스 운전사가 됐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삼화교통 161번을 운전하면서 동네에 있는 주민 독서실에서 책을 빌려 보기 시작했다. 『쿠바 혁명과 카스트로』 라는 책을 봤다. 나는 ‘쿠바’하면 공산주의 국가, 아주 나쁜 나라로만 알고 있었다…나는 그 책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책은 나를 어둠 속에서 처음으로 끌어내 책이었고 세상의 다른 한 편을 볼 수 있게 만든 책이었다.
권리를 찾으려고 회사와 싸웠다
변호사도 없이 법원에 들락거리면서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적인지 분명히 알게 됐다. 그리고 ‘회사를 내 집처럼, 근로자를 가족처럼’이라는 번드르한 말 뒤에 온갖 방법으로 우리 임금을, 권리를 떼어먹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보를 처음 냈다
시내버스 파업은 쇼였다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면 시내버스 파업이 버스 기사가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그 사정을 낱낱이 까발릴 수 있을 텐데 하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도 글을 쓰지 못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글모음 월간 『작은책』
끝으로 노동자들에게 나는 다음 세 가지를 묻고 싶다.
첫째, 노동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둘째, 무식한 사람들이 하는 말, 그 말이 진짜 우리 말이다. 우리 말에 대한 믿음이 있는가?
셋째,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려는 결심이 서 있는가?
그렇다면 글을 쓸 것이다. 글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세상이니까.-이오덕,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 작은책 1995년 5월호
글쓰기 모임
시내버스 파업…그게 어디 노동자가 파업을 한 건가 회사가 파업을 한 거지. 야, 이제 사업주도 파업하네.- 「짜고 치는 고스톱」, 1997년 3월27일
이런 글은 글 잘 쓰는 기자가 와서 취재해도 나오지 못할 글이다. 기사들이 사업주에게 밉보일까 봐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글은 그 속에서 일하고 있는 버스 노동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글이다.
버스일터 이야기
세상을 살리는 글쓰기
이 시대는 잔혹한 파시즘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는 글을 쓸 수 있겠는가. 그 자연조차 이명박 같은 이가 4대강 사업으로 다 파헤쳐 버렸다.
어떤 글을 써야 하나?
왜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할까?
이제 누구나 한글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지배자들인 대중이 글 뜻을 모르게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쓴다. 이를테면 억울한 일을 당해 법에 호소하려고 해도 어려운 말로 된 행정 용어 때문에 쉽지 않다. 게다가 법원에서는 쉬운 말을 쓰지 않아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그것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도 일부러 말을 어렵게 한다. 쉬운 말로 해도 될 걸 공연히 어렵게 한다. 대중이 못 알아먹기를 바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국가보안법 같은 악법을 쥐고,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수구 세력은 아직도 글쓰기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지어내고 꾸민 글이 좋은 글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글쓰기를 잘못 배웠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글쓰기’가 아니라 ‘글짓기’였다…뻔한 백일장…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쓴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쓸 거리를 찾는 단계부터 잘못 배웠다. 그러니 내가 어릴 때 가장 싫어하는 게 ‘글쓰기’일 수밖에 없었다.
거짓 시와 진짜 시
얼마나 생생한 글인가….이오덕 선생님이 쓴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그리고 이호철 선생님이 쓴 『살아 있는 글쓰기』를 꼭 봐야 한다. 부모들은 자신이 글을 쓰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 아이들이 쓰는 글이 좋은지 나쁜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글은 삶과 일치해야 한다
박목월의 「나그네」…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현실을 외면하는 시 속에 무슨 깊은 뜻이 있겠는가.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시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서정주 「국화 옆에서」…친일파..서정주를 옹호하는 어리석은 이들은 ‘문학은 순수해야 한다’고 순수문학을 주장한다. 이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장한다. 순수문학이라는 게 대체 어떤 문학인가. 문학이 순수하다? 어떤 내용을 써야 순수한 걸까?..인간은 그 시대와 동떨어진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인간이 그 시대에 복종하면서 살든, 저항하면서 살든 마찬가지다…사랑 이야기조차 그 시대 조건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사회 현실을 무시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말인가?
글은 짓는 게 아니라 쓰는 거다
행복하게 살려면 먼저 자기가 사는 시대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생활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는 다른 공부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자기 손으로 자기 글감을 찾고 주제를 만들거나 발견하는 기쁨, 그 발견의 기쁨과 연결돼야합니다. 그런 기쁨이 없으면 글쓰기는 잘 될 수가 없습니다.-도정일, 「무엇을 쓸 것인가」, 『글쓰기의 최소 원칙』
솔직한 글을 써야 한다
살아온 이야기를 쓰면, 그 다음부터는 어떤 글이든 술술술 풀릴 것이다.
글의 힘은 무섭다
버스 회사 사업주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지만 회사에서는 나를 해고하지 못했다. 글의 힘이 그렇게 무섭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시내버스 파업이 버스 기사가 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정부와 어용 노조와 짜고 하는 파업이라는 걸 고발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절실했다.
바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글을 쓰자
재미있는 글을 쓰자
아무리 감동이 있는 글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읽기 싫다
문제투성이 교과서
우리 나라 교육의 엉터리 중에 엉터리인 걸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게 ‘시’ 문제다. 시는 읽고 느끼면 된다. 그런데 우리 나라 학교는 그 시를 해부하고 구조를 분석한다…시인도 못 푸는 문제들..
학교 교육이 잘못됐다
지금 학교 교육은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한 ‘외우기 시합’이다. 그 외우기 시합엔 우리 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글쓰기의 첫걸음
『우리글 바로 쓰기 1,2,3』 『살아 있는 글쓰기』 『나는 시민 기자다』 『황홀한 글감옥』 『글쓰기가 삶을 바꾼다』 『문장부터 바로 쓰자』
글쓰기 책으로 이렇게 여섯 권을 우선 추천한다
생활 속 이야기를 쓰자
생각만으로 쓰지 말자
느낌을 글쓴이가 설명한다고 읽는 사람이 느끼지는 않는다. 느낌은 읽는 사람이 글 속에서 저절로 느껴야 한다.
글쓰기 모임을 만들면 글이 나온다
소리 내서 읽는 건 참 중요하다. 속으로 읽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잘 쓴 글은 그 리듬이 매끄럽다.
살아온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써라
생각은 글을 쓰면서 하라. 말을 할 때는 다들 생각과 동시에 입술도 움직이면서, 글을 쓸 때는 왜 생각을 다 끝내고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하나…-배상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글을 쓰면 남에게 보여 줘라
그래도 글쓰기가 안 되면 먼저 남의 글을 베껴라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문장은 짧게 써야 한다
주어와 술어를 살펴보자
쉽고 간단하게 써야 한다
문단 나누기
문단을 나눌 줄 알면 글쓰기는 80퍼센트쯤은 배운 셈이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 중학교 1학년도 쉽게 읽을 수 있게
글을 어떻게 고쳐야 하나?
어려운 말은 버리고 쉬운 말로 쓰자
우리 말을 더럽히는 것들
‘의’, ‘적’,’접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부분을 잘라내라
틀리기 쉬운 것들
우리 말 띄어쓰기는 참 어렵다.
일하는 사람들이 책을 내야 한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눈빛 맑은 십대에게』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 『개똥 세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