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카트린 파시히·알렉스 숄츠, p250
#들어가는 말_길 읽는 것쯤 아무 문제가 아니다
빌 터너: 고장난 나침판을 가지고 도대체 어떻게 항해를 한단 말이야?
깁스: 그래, 이 나침판은 북쪽을 가리키지 않아. 그런데 우리가 북쪽을 찾는 것도 아니잖아? –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중
사람들은 아직도 여행을 떠나지 전 ‘길 잃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어떻게 하면 이를 피할 수 있는지 정보를 교환한다. 사람들은 ‘길을 잃는 것’에 대해 긴장하고 두려워한다. 어떤 이유로든 길을 잃는 경우, 작게는 식사 시간을 놓칠 수도 있고 크게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길 위의 학교, 여행학교에서 꼭 배워야 할 것? 길 잃음!)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이 길을 잃었다는 상황 때문에 생긴 결과는 아니다. 길을 잃은 상황을 스스로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런 오해를 풀어보려고 한다.
#길을 잃는 것은 시간을 절약해준다
두 번째 런던 여행길. 그러면 지도를 들고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런던에 머물 때마다 지도에 줄 긋기를 반복하면 결국 지도에 줄만 가득하고 실질적으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만약 런던을 처음 방문했을 때 제대로 길을 잃고 주변을 헤맸다면 비록 몸이 녹초가 되긴 했겠지만, 빅벤은 당연히 보았을 것이다…이전에 빅벤을 찾으며 길을 헤매던 중 다른 여러 볼거리들도 이미 보았을 것이고, 런던 토박이조차 잘 모르는 런던 길을 훤히 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길을 잃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현대인에게 모험을 즐긴다는 것은 값비싼 취미다..하나는 세계화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지로 떠나는 것. 다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지도나 여행 안내책자, 그밖에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길을 나서는 것이다.
지도 없이 길을 떠난 사람들은 옛 사람들이 메클렌부르크에서 길을 잃었던 것처럼 길을 잃을 것이고, 이런 방식으로 각자 개인적인 오지를 갖게 된다.
#길을 잃는 것은 휴가다
우리의 삶은 시계와 시간을 관리하는 스케줄 다이어리에 꽉 묶여 있다.
그저 아무 계획 없이, 지도 없이, 그곳에 도착하기만 하면 그동안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느끼게 된다.
#길을 잃어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길을 잃은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주변 지역을 확대경으로 살피듯, 세밀화를 보듯 관찰하게 된다.
지도로 무장하면 여행자의 세계는 축소된다. 모든 세계는 한정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는 곳이 된다. 다시 말해 세계는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들만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지구는 1제곱미터마다 아주 흥미롭고 세세한 것들을 수도 없이 담고 있다.(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카약이 뒤집어졌을 때 몸의 균형을 바로 잡는 기술을 제일 먼저 연습한다. 같은 이유로 방향 감각을 잃었을 때는 당황하지 않고 방향 감각을 찾는 법을 연습하면 된다.
‘길 잃기’를 마스터한 사람은 히말리야에서 길을 잃든, 우체국 가는 도중에 길을 잃든, 절대 초초해하지 않는다.
자동차로 10분 남짓, 걸어서 5시간 이상…우리는 지도나 안내표지판 없이 온전히 감각만으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발견한 사람들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주변 환경을 잘 알지 못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주변을 보기 때문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참 희한한 일이다._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쾰러,『튀빙겐에서 울름까지의 알프 강 도보 여행』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인간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뭔가를 배웁니다. 어떤 일이 아무 문제없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왜 성공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좋은 지도’란? 쉽게 표시하기 위해 많은 세부적인 것들이 생략되는 것은 당연하다
되돌아갈 마음 없음. 되돌아간다는 것은 실수를 인정한다는 뜻이다…해발 2000미터. 다시 내려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목적지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어리석은 확신 때문이었다.
#어떻게 길을 찾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기을 잘 잃을까 하는 것이 문제다. 길을 한 번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며, 길 잃기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에 빠진다. 알지 못하는 곳 그 어딘가에는 발견으로 가득한 삶이 놓여 있다._레베카 솔닛, 『어떻게 길을 잃을까』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우지만, 동시에 계획은 쉽게 무너진다.
“뭔가 질못되더라도 절대 패닉에 빠지면 안 돼”
#길은 움직이는 동안 계속 만들어진다
“자연과 합일이 되고 패닉에 빠지지 않는 한, 자연은 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흔적을 찾아서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지도, 상상하다
머리로 감지하는 방향감과 거리감
기억으로 그린 지도
#침착, 스스로를 지배하는 힘
길을 잃지 않았던 사람이 방향감을 상실했다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길 잃기 실전 사례_길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
#오소르노 등반 작전
긴장을 풀어. 핸들을 놓아버려. 세상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녀봐. 세상을 정말 아름다워. 세상에 자신을 맡겨봐. 그러면 세상이 자네에게 제 몸을 맡길 거야_쿠르트 투홀스키
#우연, 길 잃음의 친구
#나오는 말_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길 잃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역설적이긴 하지만, ‘어떻게 하면 길을 잃지 않을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여기저기 자유롭게 길을 잃고 또 찾는 사람들에게 어디가 북쪽인지, 남쪽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도도 필요 없다.
“사람들은 6밀리미터 드릴을 가지기 위해 드릴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6밀리미터의 구멍을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6밀리미터의 구멍을 가지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집을 꾸미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두 단계 더 추적하다보면 마지막에 ‘행복’이 자리잡고 있다. 드릴을 사는 사람은 행복을 얻으려는 것이다. 삶은 가끔 이렇게 복잡하다.
사람들이 모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알 필요도 없다. 다만 가능한 수많은 대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지도 없이 낯선 곳에 서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참아내는 것이 길 잃기의 핵심이다.
자신의 무지를 한동안 인내심 있게 참아내는 것, 그것이 ‘길 잃기’가 가르쳐주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흔적 위에 난 수많은 길을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흔적을 남긴 그들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흔적을 따라갔을 것이다.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백범 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