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 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p620
『총,균,쇠』는 지리적 조건이 지난 13,000년 간 전세계인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밝히는 것이 그 목적
#프롤로그_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의문을 푼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지리 환경은 분명히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과연 역사의 광범위한 경향도 지리적 환경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밝혀 내는 일이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간단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얄리가 경험한 삶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겉으로는 간단해 보여도 얄리의 질문에 대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학자들도 그 문제의 해답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아예 그런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얄리와 그런 대화를 나눈 이후로 나는 인류의 진화, 역사, 언어 등의 다른 여러 측면들에 대해 연구하고 집필해 왔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얄리의 질문에 대답해 보려고 한다.
세균들에게 행운을 안겨 준 농경과 도시의 발생.
농업의 발생이 왜 대중성 전염병의 진화를 촉발시켰을까?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앞서 언급했듯이 농업은 수렵 채집 생활보다 훨씬 더 높은 인구밀도-대략 열 배에서 100배-를 뒷받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얄리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그렇가면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은 수천 년이나 앞서갔으면서도 어째서 뒤늦게 출발한 유럽에 추월당하고 말았을까?
식물이 다시 자라는 속도가 파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는데,특히 지나치게 많은 염소를 방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연 기반을 스스로 파괴하는 생태학적 자살을 저질렀던 것이다. 동쪽(즉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있던 가장 오래된 사회들부터 시작하여 지중해 동부의 사회가 차례차례 자멸함에 따라 힘의 중심은 차츰 서쪽으로 이동했다. 북유럽과 서유럽이 그러한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이 더 현명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더 강인한 환경, 즉 강우량이 더 많아서 식물이 더 빨리 재성장할 수 있는 곳에 사는 행운을 타고났다.
중국은 어쩌다 기술의 선도자 위치를 유럽에 추월당했을까?
(뛰어난 조선 및 항해 기술) 중국 보물선 선단의 종말을 통하여 하나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A.D. 1405년~1433년에 일곱 차례의 선단이 중국을 떠나 항해했었는데, 그러다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전형적인 정치적 착오에 부딪혀 중단되고 말았다. 중국 조정의 두 파벌(환관과 그 반대파) 사이에 권력 투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환관들이 선단을 파견하고 지휘하는 일에 동조하는 쪽이었다. 그래서 반대파는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자 곧 선단 파견을 중단시켰고, 결국에는 조선소마저 해체하고 해양 항해를 금지했다…그 밖에도 많은 나라가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뒷걸음질쳤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