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동네 선배님(화북 유림 ‘명륜회’ 사무총장)의 소개로 알게 된 학술행사, 운강 이강년 학술대회가 문경 영강문화센터에서 열렸다.’3·1절 추모제‘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된 향토사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볼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하며 학술대회장을 찾아본다.
행사장을 들어서자마자 자리를 가득 메운 ‘어르신’들 풍경에 깜짝 놀라움이 먼저 앞선다. 알고보니 문경 ‘유림’에 계신 어른들이라고. 옛 역사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계속 이어가야 할 젊은 후손들이 되어야 할 것 같건만 젊은 후손들의 모습은 찾아 보기가 어렵다.
진짜 놀라운 풍경은 학술대회 발표시간에서 펼쳐진다. 20년 이상 수많은 옛자료들을 하나하나 찾아 과장된 옛 이야기들을 바로 잡고, 후손들이나 지역민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바로 잡는 발표내용에 여기저기 당혹스러워하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라고 하지만, 바른 기록이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같다. 역사의 왜곡은 왜곡된 기록에서 시작된다는 걸 고증학적으로 꼼꼼하게 지적해 준 발표자의 노고에 많은 박수가 이어진다.
역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에 못지 않게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는 높은 지위나 부풀려진 전과 속에서 영웅이 되지 않았다. 흔히 몇몇의 전투를 손꼽으며 뛰어난 전과를 따지지만, 그의 위대함은 전투에 국한되지 않았다. 시대의 아픔을 앞서 느끼고, 얼어붙은 산자락을 달리며 목숨을 걸었던 그의 발자취는 그대로 역사와 벌이는 전쟁이었다. 윤정학이 평가했듯이, 이강년은 특별한 지위를 얻지도 못하고, 때를 얻지도 못하고, 형세를 얻지도 못했지만, 이미 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