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키친. KBS 과학 카페 냉장고 제작팀.
냉장고는 왜 자꾸만 커지는 것일까?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구의 구성원은 줄어들고 혼자 사는 1인 가정이 늘고 있는데 냉장고가 대형화 추세에 있다는 것는 기현상이 아닐까? 이런 의문으로 제작팀은 냉장고, 그리고 식생활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거대 냉장고 전성시대. 자꾸만 덩치가 커지는 이유.
그 주된 원인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있다.
대형할인점와 냉장고의 관계.
대량소비는 미국의 발명품. 미국의 대형할인점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구심이다.
소비자는 거리가 멀어서 자주 가기도 쉽지 않으니 일단 사서 쟁여둔다. 먼 거리감이 대량구매를 부추기는 꼴이다.
이런 미국식 대형할인점이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한국에 상륙. 대형할인점과 함께 침투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는 어느새 한국인의 일상이 되었다. 대형할인점은 어떻게 구매욕을 자극할까?…게다가 웬만큼 넣어서는 차지 않을 만큼 쇼핑 카트는 충분히 크고. 천천히 쇼핑을 즐기도록 느린 박자의 음악을 들려준다…그렇게 사들이다가 계산대 앞에서 ‘아차!’하며 정신을 차려보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냉장고 음식만을 살아보기 프로젝트.
냉장고 정리. 그 종류는 무려 150개!….아마도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집의 초상일 것이다. 40일이 지나도 남아 있는 음식 재료. 신선한 식재료 맛이 그리워 포기.
나이지리아의 팟 인 팟(pot in pot) 냉장고. 항아리 속 항아리. 항아리 사이 빈틈엔 흙. 흙이 마르면 물을 뿌려준다. (적정기술)
계절을 요리하는 레스토랑. ‘오늘의 해물’, ‘오늘의 에피타이저’
냉장고는 꽈 차 있지 않았다.
메뉴판 ‘오늘의 요리’. 세프 박찬일 씨는 제철의 싱싱함과 자연스러움의 정서가 살아 있는 한 끼의 식사를 위해서 매일 아침 시장을 보고 메뉴판에 “오늘의 요리”는 써넣는다.
그는 서른 초반의 나이에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이탈리아 북쪽 끝 피에몬테에서 요리 공부를 마치고 이탈리아 남쪽 끝 시칠리아 섬에 있는 작은 마을 모디카에서 막내 수습 요리사로 새우 껍질을 까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그 유학 시절에, 이탈리아 남부의 시골을 여행하면서 들른 작은 식당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식당이라기보다 여행객이 들르면 잠도 재워주고 밥도 주는 옛날 우리나라의 주막 같은 곳인데 거기에는 정해진 메뉴가 없었다. 고구마를 수확하는 철에는 고구마, 옥수수 나오는 철에는 옥수수, 밭에서 치커리를 따오면 치커리로 음식을 했다.
바로바로 음식 재료를 구하니 그 식당에는 냉장고가 없더란 것이었다. 그때 ‘그래, 먹는다는 게 원래 이런 거지’ 하는 깨달음과 함께 고향의 밥상이 떠올랐다.
가끔 이모 집에 들러서 밥 한 끼 얻어먹을 때 밭에서 갓 딴 푸성귀들과 된장찌개를 같이 내오던, 자연스러움이 물씬 배어 있는 그 밥상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밥상에는 그런 자연스러움이 사라졌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3년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그러려니, 변하는 게 당연하려니’ 받아들였던 한국의 밥상이 다시 보였다. 특히 1년 내내 같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한식당의 메뉴는 끔찍했다. 가정집은 또 어떤가. 아무렇지 않게 냉동식품을 조리해 밥상에 올리고 있지 않는가! 어느 밥상이나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규격화된 획일성이 지배하고 있다. 제철의 식감도 불확실성의 즐거움도 맛볼 수 없는 무미건조한 밥상! 박찬일 씨는 한국의 밥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자연의 식감을 되살리고 싶다.
한국에서 본 가장 놀라운 메뉴는 무엇인가?
아이들의 학교에서 먹는 급식의 식단이 매달 가정에 전달된다. 심지어 분기별로 식단이 나오는 때도 있다. 어떻게 이걸 다 수급할 수 있나? 계절이 바뀌거나 기후가 나빠져서 수급 못하면 어떻게 하나? 예전에 한식당 메뉴는 딱 정해져 있고 복잡하지 않았다. 지금 한식당에 가보라. 메뉴가 수십 가지다…어떻게 그런 메뉴가 유지되나? 냉동된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가진 것이다.
냉장고 사과. 다른 과일과 격리해두어야 한다. 보관 과정에서 에틸렌 방출. 에틸렌은 노화를 촉진하는 호르몬, 애꿎게도 같이 있던 과일이나 채소류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쓰레기를 먹는 사람들. 프리건
왜 쓰레기를 먹는가? 뉴욕에는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단지 음식을 구제하는 일이 아니라 프리건에 동참하는 일이다. 공개적인 활동을 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본다. 쓰레기를 먹는다는 게 끔찍해 보이지만 가능한 일이다. 멀쩡한 음식들이 낭비되며서 버려지고 있다는 걸 모두 봐야 한다.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
지구와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절제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몸에 밴 삶의 형태를 버리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도시에서라면 더더욱…그런데 뉴욕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고 소비를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고 살아보려는 강인한 실천가들이 살고 있다.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전제 조건이 있었다. 1년 동안 전기도 No. 일회용 제품은 물론 대중교통도 노, 쇼핑은 절대 노, 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생활 습관은 노!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힘든 점은 사회 시스템이다.
냉장고를 찍는 사진작가
현실을 비추는 냉장고. 「You are what you eat」 전시
냉장고는 겉보기보다 더 심오한 개개인의 일상을 담고 있다. 마치 사람에게 겉모습과 다른 참모습이 숨어 있는 것처럼. 냉장고는 그 사람을 보여주는 거울, 그 이상의 현실을 비춘다. 당신이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알 수 없을 때, 한번 냉장고를 열어보라. 어떤까? 내가 막연히 생각해본 내 모습과 전혀 다른 또 하나의 내가 거기에 있지 않은가?
마크 멘지버에게 냉장고 사진 보내기. www.markmenjivar.com
인디 가수 사이
냉장고 없이 살아보니 좋은 점은? 요리 솜씨가 엄청나게 빨리 는다.
새로운 트렌드, 채집
함께 걷고 맛보는 채집 여행.
“주변에 매우 유용한 자연의 선물이 많다는 것을 배웠어요. 항상 이곳을 그저 무심코 지나쳤다면 지금부터라도 멈춰 서서 그들을 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해요.”
제주도 야생초로 차리 한 상
자연은 참 대단하다. 다 먹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만큼 많은 먹을거리를 공으로 준다. 다만 그들의 존재와 쓰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알고 보면 약초인데 모르는 사람에게는 잡초일 뿐인 야생초들. 전 세계적인 채집 열풍은 그래서 반갑다. 누가 아는가. 함부로 버리지 않고 모든 것의 쓸모를 살피던 옛 어머니들의 깊은 안목과 고운 마음씨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되찾아줄지. 그렇게 되기를 내심 바라본다.(궁핍한 시대에 필요했던 생활의 지혜?)
해녀에게 배운 자연산의 맛
“우와 진짜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 거죠?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해. 진짜 맛있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1위, 덴마트 코펜하겐 작은 식당 노마.
노마가 가진 맛의 비결은 다름 아닌 채집이다.
노마는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채집 집단과 손잡고 있을 뿐 아니라, 수석 세프인 르네 레드 제피를 포함해 모든 요리사가 틈틈이 산과 들로 나가서 음식 재료를 구해온다…버섯, 블루베리 등 채집해온 음식 재료 자체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 북유럽 허브의 향을 가미하는 것으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인류가 추구하는 자연의 맛, 그 최절정에 채집 요리가 있다.
우리가 냉장고에 채워야 할 것들
꽁꽁 얼려둔 성게. 겨울에도 성게를 잡기는 하지만 날시가 너무 춥고 바닷물이 차서 자맥질하러 들어가기가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라고 했다. 냉동시킨 성게로 겨우내 먹을 수 있어 한시름 놓았다면 좋아했다. 냉장고가 해녀의 고된 일거리를 덜어준 것이다.
헛된 욕망으로 가득 채우지 않고 그저 곤한 삶을 도와주는 고마운 냉장고! 해녀 김곤순 씨는 그런 냉장고를 갖고 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가 가져야 하는 건 딱 이런 냉장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냉장고는 어떠한가? 삶을 긍정하는 감사와 겸손의 마음을 담고 있는가? 이제 여러분의 냉장고를 살펴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