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일본 산촌 유학 현장을 가다
‘생태적 감수성, 살면서 느끼고 기른다’
-산촌유학 현장보고 워크숍, 2006년 8월24일 하자센터
무조건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보다 작은 학교가 어떤 학교가 되어야 좋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 합니다. 농촌 인구 감소와 작은 학교 통폐합은 시대적 흐름(?)인데, 이 흐름을 막으려 든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산촌유학에서 이야기하는 생태교육은 아주 단순합니다. ‘두 손에는 절대 아무것도 들지 말 것!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갈 것!’ 이 두 가지만 명심하면 됩니다.
가방은 항상 등에 메고, 비 오는 날 우산도 들지 않도록 당부합니다. 비옷과 장화는 필수품이 되겠지요. 그렇게 두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1시간을 걸어 학교까지 가는 길이 바로 생태교육의 장입니다. 길가에 새로 핀 들꽃도 만지고, 개울물도 들여다보고, 친구랑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오갑니다. 어른들은 이렇게 오가는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등굣길만 마련해 주면 되는 거죠.
일반적으로 통념과 달리 시골에 사는 아이들이 오히려 혼자 텔레비전만 본다든지, 게임을 즐기는 생활이 주를 이룬다. 생태적인 공간에 있지만 생태적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아이들이 도시의 아이들과 함께 경험하고 놀며, 바깥에서 온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고향과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부터 어떤 신념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 한 10년을 내다보면서 변하는 시대를 읽으면서 시대의 요구에 잘 따라서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바깥 사람들이 들어와 지역의 요구와 무관하게 ‘다리 건설하지 마라, 나무를 베지 마라’ 반대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역 주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관념적으로 움직이고 활동하는 단체도 있다. 건물을 짓지 말자는 교수들이 자기는 다 누리고 편히 살면서 사람들에게 ‘온천에 날마다 들어가 목욕하지 말고 이틀에 한번만 들어가라, 비누가 물을 오염시킨다’라고 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환경교육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멋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서 이런 곳에서 와서는 잘못한다. 자기주장이 30%이고, 70%는 다른 이들과 교감을 잘하는 이가 필요하다…그들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헤아리지 못한다. 이념 활동가는 많지만 연대는 잘 안 된다.
대안학교를 직접 해볼 생각은 안 했나?…대안학교는 밖에서 아이들이 들어와 섬처럼 되기 때문에 지역문화와 교류를 생각하면 공립학교가 좋다.
아이가 정말 오고 싶은 곳인가, 질실로 원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뜻이 아니라 아이의 뜻이 중요하다…아이의 자발의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산촌형태에 맞는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겠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에게는 참고수준 밖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실정에서는 너무 큰 그림. 그냥 본 것을 정확하게 얘기하고 이런 것을 할 테니 같이 해보자라는 제안을 하는 것이 우리 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생태적인 것은 느끼고 일상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에 고정적인 프로그램에 연연하지 않는다. 일상(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교육을 위한 교육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일상과 가까운 생태교육을 한다.
언제나 적자인데, 그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가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산촌유학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소다테루카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적지원을 받는 것이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는 것만큼 공적인 투자가 어디 있냐는 게 그들의 논리다.
중앙정부의 돈 씀씀이가 엄격해지자 산촌유학센터가 있는 지역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온 아이들을 위해 왜 우리가 돈을 써야 하나?’ ‘도시 아이들에게만 혜태을 주는 것 아니냐’
시골에 살지만 오히려 놀 친구도 없고 이야기 나눌 상대가 없어 하루 종인 집안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시골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또 어른 아이가 모두 모여 문화공연도 펼치고 놀기도 하는 사랑방 노릇도 할 수 있다.
간혹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오기도 하지만, 이런 아이들 수는 20퍼센트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센터 없이 농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시골에서 머물 수 있는 시설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있는 어른이 절실히 필요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공동체로 살 수 있는 가족들도 필요하다.
“두 손은 자유롭게!” 두 손이 자유로우니 아이들은 장난을 치기도 하고 들꽃을 따기도 했다. 무엇보다 두 손은 산길을 걸을 때 자기를 안전하게 지키는 훌륭한 장비 노릇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어디 희망이 그리 쉽게 다가오던가?
학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된 공교육의 학교 제도적 틀 속에서 우리 학교가 과연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사람들의 소망을 지속적으로 담아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안으로는 학교교육을 둘러 싼 공동체의 소통방식에 있어 그 기대만큼 갈들의 폭과 깊이가 가볍지 않음에 안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급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져야 할 학교교육과정의 체계성을 보면 아직도 곳곳에서 그 철학의 부재와 프로그램의 산만함이 드러난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것이 보편이라면 결국 어떤 문제와 어떻게 씨름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질문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