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공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민주주의를 민주화하기
권력이란 본질적으로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다. 불이나 물처럼 그냥 존재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권력을 이해하고 그것을 민주화하는 것이다.-미국 시민대학 창립자, 에릭 류Eric Liu
정치란 권력을 어떻게 배분하고 유통할지 결정하는 메커니즘. 혈액이 한곳에 쏠리면 병이 나고 재화가 한곳에 집중되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듯이, 권력이 지나치게 팽창하는 곳에는 적절한 통제를 가하고, 권력에서 소외된 곳에는 주체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권력을 나눠줘야 합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어온 논리는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국민은 생업에 종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종교인이 시국행사에 참여하거나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을 할 때도 소위 유력인사들이나 언론인들이 한결같이 내세운 논리.
“권력의 운용을 정치인에게 일임하라”는 논리는 독재자와 특권층의 달골 레퍼토리…권력과 정치에서 국민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투표할 때만 행사하는 주권? 유신헌법 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 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업그레이드되지 못한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죄가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낡은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키지 못한 ‘복고적 담론’이 낡은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민주주의의 담론은 크게 두 가지.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에 확립된 ‘반공민주주의’, 다른 하나는 4·19와 5·16과 6월항쟁을 통해 발화된 ‘반독재민주주의’. ‘반공’을 ‘민주주의’의 동의어로 간주. ‘반독재’ 투쟁을 ‘민주주의’로 등치시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자유분방한 대화와 논쟁 속에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하기보다는, 눈앞의 적대세력과 맞서 효율적으로 역량을 결집하고 ‘독재타도’의 단일한 구호 아래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여성과 소수자의 문제는 저평가되고 위계적 질서와 상명하복식 리더십에 대한 문제의식은 깊지 못했습니다.
19세기 제도를 쓰는 21세기 사람들.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 충분한가’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저비용 고효율, 온라인시대의 직접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거라 반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르는 소리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미디어,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큰 비용 없이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인 시민의 직접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바르셀로나’라는 뜻을 가진 지역정당 ’바르셀로나 엔 코무Barcelina en Comu’는 당의 정책공양을 선정하는 일이나 윤리규약을 채택하는 일을 모두 공개적인 대중토론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온라인과 로프라인이 결합된 수평적 토론을 통해서 상향식으로 의제를 선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렸습니다.
정치는 공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누구나 정치참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문턱은 최저로 낮추되, 정치 활동의 원칙은 최대의 기준을 적용해 엄격하게 지켜야 합니다. 정치 활동은 다음 세 가지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A: Accountable 약속한 바를 엄격하게 이행하는 책임정치
R: Responsive 시민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소통정치
T: Transparent 재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빠짐없이 공개하는 투명정치
이렇게 해야만 정치는 예술Art이 됩니다. 인간에 대한 소통과 공감에 바탕을 두고, 공동체적 최선을 찾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이 진짜 정치입니다.
자신의 권력 재생산에만 골몰하는 직업정치인은 정치 활동의 성공 여부를 공학적 계산으로 판단합니다.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표를 주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습니다. 상대 후보보다 자기 표가 한 표라도 많기만 하면 됩니다. 스스로 결격 사항이 많더라도, 상대 후보가 자기보다 미운 짓을 더 많이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깍아내리고 책임을 전가합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오직 한 가지, ‘권력 연장’뿐입니다. 그런 정치엔 감동이 없습니다.
나쁜 정치는 인간의 나쁜 본성을 자극합니다. 혐오와 부패, 탐욕과 집착, 허세와 위선을 조장합니다. 좋은 정치란 인간의 선한 본성을 북돋는 정치입니다. 이해와 배려, 양보와 타협, 신뢰와 용서, 더불어 사는 삶의 즐거움을 깨닫게 합니다. 정치의 룰은 그 사회의 규범과 문화를 좌우하며 시대의 품격을 규정합니다. 공정한 룰에 따라 권력의 배분이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시민과 권력을 나누고, 시민의 판단을 반영하고, 시민 앞에 정직한 정치, 감동과 활기가 가득한 예술 같은 정치, 그 듣도 보도 못한 정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게임의 룰을 바꿔라
#21세기형 정당의 발흥, 우연인가 필연인가
인터넷 보급, 정보통신기술…21세기 온라인시대에 걸맞는 정당은 어떤 모습일까요?
낡은 정치를 거부하며 새롭게 등장한 시민주도형 정당들의 공통점?
정책과 공약, 후보자 선출은 모두 시민의 토론과 표결을 통해 만듭니다/ 직업정치인의 특권을 배제합니다/ 투명한 정보공개로 부패를 방지합니다
#그녀는 어떻게 시장이 되었나_바르셀로나의 이다 콜라우
“우리에겐 왜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을까?”…그런 지도자는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제 더 이상 이런 ‘우상의 정치’에 기댈 수는 없습니다…새로운 정치 시스템과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
은행가와 사적으로 만나지 않겠습니다…이러한 사소해 보이는 일화들 뒤에는, 우리의 불완전한 민주주의가 낳은 허물과 관행들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외로워 마세요, 혼자가 아닙니다. 풀뿌리 시민네트워크 PAH운동
주택대출금으로 집을 잃는 사람들의 문제가 개인의 무능이나 무책임이 아니라 금융기관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 수립 때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승리는 단순히 집권 정당의 교체가 아니라 그간 불문율로 여겨졌던 정치의 공식을 깬 새로운 실험의 성공이었습니다.
1당을 차지한 바르셀로나 엔 코무 소속 시의원들의 공통된 면모? 크고 작든 지역의 구체적인 이슈, 약자와 소수자 권익 보로, 주민자치권 확대 등을 위한 운동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역정치인’들은 대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중앙 정계로 진출하기 위해 일시 귀향한 엘리트인 경우가 많습니다만, 엔 코무의 시의원들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있습니다.
요컨대 바르셀로나 엔 코무 소속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리더’로 부상한 인물들입니다. 그러니 시민들이 이들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들의 목표는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집권당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콘플루엔시아의 특징? 연대하되 흡수하지 않는다 /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에 의한 정책수립 / 복종에 의한 통치(윤리규약에 복종하기로 서약한 후보들만 선거나 공직에 나갈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주문은 없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두려움을 떨치고 문제를 풀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우리는 역사상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과감하고 창의적인 첫걸음이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 새로운 도시를 상상할 능력이 있다면, 그러한 도시를 만들 수 있는 힘 역시 갖고 있다.
스페인 15M운동과 시민정당의 출현
무엇보다도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과, 다양한 그룹들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스페인 정치를 변화시킨 가장 중요한 원동력일 것입니다.
#정치인 급구, 경력자 사절_이탈이아의 오성운동
그들을 쫓아내야 한다. 이제 이 빌어먹을 마법에서 빠져나와야만 한다. 그 한 무더기의 허상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이 병든 마법을 없애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몇 개의 부적만 있으면 된다…이탈리아 의회 혹은 유럽 의회 의원이 단 한 번만 연임할 수 있게 하는 국민법 제정이 그 부적이다…우리 인생에 도움 안 되는 정치인들과 평생직장인 공무원들도 이제 그만! – 베페 그릴로
이탈리아 정치에 새로운 별이 뜨다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와 웹 전문가 기안로베르토 카사레조. 베페 그릴로의 입담과 카사레조의 전략이 만나자, 그릴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 늘어났습니다.
이념 대신 이슈로, 당 조직 대신 인터넷으로 뭉치다
생활밀착형 공약. 쓰레기 문제, 노후한 도로와 대중교통 문제, 학교 시설 정비, 주거문제, 부정부패 타파 등…2004년 로마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둥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세운 집권 민주당의 로베르토 자케티 후보와는 사뭇 대조적이었죠.
“이탈리아에서 정치 경력이란 국가와 로마를 망쳐온 사람들과, 그들이 속한 정당들의 것이다”
시민들은 당파나 이념, 정치 경력이 아닌 자신들의 삶을 이해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인을 대표자로 선택한 것입니다.
#시스템의 힘, 정당의 모든 것은 시민이 정한다_스페인의 포데모스
우리에겐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강력한 리더십은 투명한 합의 절차를 거쳐 시민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데서 오는 것이지, 리더 개인의 고집이 강하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디지털 플렛폼을 이용한 시민의 참여를 정당 운영의 중심축으로 삼는 포데모스에도 리더십에 대한 고민은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민주주의?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민주주의는 숙의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디지털민주주의다.
세 가지 모두 주요 포인트다. 숙의민주주의는 사회에서 발생한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배우는 것이다. 숙의 후에는 그 결과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이걸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디지털 도구를 통한 디지털민주주의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한 민주주의가 이상적이다.
#시적 감수성, 파격의 정치_아이슬란드 해적당
해적당이란 이름은 저작권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복제판을 의미하는 해적pirate이란 용어를, 역설적으로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와 이용’을 주장하며 정치적 구호로 삼은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정치하는 시인Poetician입니다”
‘프라이팬혁명’
사람들 대다수는 좌우이념으로 대립하는 정치가 더이상 쓸모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것이 모두 낡은 이데올로기라는 것도요.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민주주의 혁신이라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를 해결할 정치가 정말 중요해진 거죠.
나는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을 해커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특히 불가능에 대해 생각지 않는데, 한계를 인식하는 순간 그것에 얽매이게 되거든요. 한계를 인식하지 않을 때 그걸 부술 가능성도 생기는 거죠.
여기서 말하는 ‘해커’란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해 데이터를 파괴하는 이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으로 기존의 관습이나 규칙을 변화시키는 혁신가를 가리킵니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더 빨리, 더 많은 참여 에너지를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간의 창time window’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아주 금방 왔다가 사라지죠.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디지털민주주의, 상상에서 현실로
시민참여정치를 촉진시키는 플랫폼
루미오. 브리게이드. 폴리스. 데모크라시OS
온라인 시민 플랫폼만 구축하면 뭐든 될 거라고 믿는 것고 착각입니다…온라인 플랫폼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닙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둔다고 해서 저절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정당이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_의사결정 플랫폼 루미오
루미오를 만든 청년들, 벤과 리처드 이야기
“논의를 할 때 몇몇 사람에게 발언권이 쏠리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수십수백 명이 한꺼번에 토론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정보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문화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회의 도구는 없을까?”
‘협력적 의사결정’ 서비스 루미오
찬성, 반대, 보류, 차단 버튼과 투표결과를 한 눈에 보여주는 원그래프가 전부!
모두의 기술, 일상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에 관해, 민주적으로 일하라
단 3명 프로그래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공개구조.
짬을 낸다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공개된 구조 때문에, 사소한 결함들이 잘 드러나고 쉽게 보완되는 것이지요.
누구도 예상 못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실천해나가는 겁니다.
#엄지로 톡톡! 열려라 정치_시민참여 애플리케이션
“진짜 쿨한 건, 기성의 낡은 문화에 대항하는 혁명가가 되는 겁니다.”-션 파커Sean Paker
그는 스스로를 ‘해커’로 규졍합니다…“오래 존속해온 시스템의 약점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무너뜨릴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는 혁신적 이상주의자”라는 게 그의 주장.
의견별 지도를 보여주는 폴리스
시민들이 직접 결정한다, 디사이드 마드리드
참여를 촉진시키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도시, 스스로 만들어갑니다
직접민주주의는 대의제를 보완하다
#묵히면 고물, 엮으면 보물_시민개발자 커뮤니티
공공데이터.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거브제로
우리지역 예산은 내 손으로 짠다, 오픈노스. 케나다의 비영리 스타트업 회사
모두가 더 깊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적절한 의사표현의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워질수록 정치와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와 신뢰도는 올라가겠지요. 소수 엘리트의 지배가 아닌 대중의 합리적 토론과 결정에 의한 행정이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입니다. 권력을 나눌수록 사회는 성장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할수록 공직자들은 긴장하고 각성하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국회의원_시민입법권
오픈미니스트리
숨은 온라인 강국, 에스토니아
#민주주의에 알파고는 없다_성찰과 연대의 힘
기술결정론과 우리의 과제
우리는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미디어 사용이 우리의 문화적인 패턴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이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권력이 어디서 어떻게 작동하고 제도화하는지, 어떻게 온오프라인 참여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계속 성찰해야 합니다.
디지털로 가능한, 보다 더 민주적인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경계하고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듣도 보도 못한 정치’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