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체험학습을 떠나는 솔이를 배웅해주러 간 중학교.
너무 일찍 간 것인지 한참을 지나서야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여든다.
1박2일 코스로 다녀올 체험학습 현장은 롯데월드와 대학로,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일대.
잠시 아이들과 선생님을 기다리며 며칠전 오른 도장산에서 내려다 본 중학교 풍경을 잠시 떠올려본다.
집에 오자마자 울리는 요란한 전화벨 소리. 어머니께서 부탁한 고추 다 말렸으니 가져가란 동네 어르신 말씀에 식전부터 동네한바퀴 아침산보를 나선다.
금새 지어진 마을 한복판 저온창고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네 한 가운데 있던 밭에 지어진 커다란 창고가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지금의 농업은 흙을 떠난 농업이 되었습니다, 대지는 이제 무기질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흙 밖에서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농업은 흙을 떠난 농업이 되었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풍경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것 같다.
더욱 심각한 건 우리가 아이들을 흙 밖에서 키우고 있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아침안개 속에 모습을 감춘 도장산(道藏山) 아침풍경. 이름 그대로 ‘도를 감춘 산’을 바로 옆에 두고 멀리 서울로 즐거움을 찾아 체험학습을 떠나는 아이들 생각에 절로 떠오르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글귀?
내유천지(內有天地) 외무소구(外無所求)! 내 안에 천지 같은 큰 마음만 있으면 밖에서 구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