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아침, 불볕 더위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될 분위기이다.
허공의 거미줄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내손으로 내집 짓기’의 오랜 꿈을 꿔보지만…거미가 참 부럽다.
동네 어르신들도 갈대가 사라진 냇가가 깨끗해져 좋다고 하시고, 아마도 손주들 내려와서 물놀이 하는 모습이 더 보고 싶어서 하시는 말씀일지도 모르겠다.
아스팔트 도로에도 들꽃은 피고, 놀랍고 대단한 생명들이다.
이파리가 솔잎을 닮은 솔나물
씀바귀와 헷갈리기 쉬운 고들빼기
백도라지까지. 누가 씨뿌리지 않아도 절로 자라는 아스팔트 속의 ‘자연’이다.
“아버님, 내일 가족캠프 행사에 ‘딸에게 쓰는 편지’가 있는데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어제 저녁 무렵 걸려온 둘째 담임선생님의 부탁에 편지를 참 오랜만에 써본다. 옛날 손글씨 편지들이 그리워진다.
잠시 스마트폰으로 써 보는 편지
사랑하는 해님에게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해님 때문에 아빠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 ‘풀꽃’시 기억하지?길가에 피어난 작은 들꽃도 오래보면 사랑스러운 법이란다.아빠가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본 것이 무엇일까?바로 우리 따님들이지.언니와 해. 그리고 언니를 더 오래 보았지. 그런데 점점 더 자세히 보게 되는 건 해님이란다. 그러니 아빠에겐 누가 더 사랑스러울까? 말 안해도 알겠지?아빠가 좋아하는 들꽃들도 사랑스러운데해님은 아빠에게 제일 사랑스러운 꽃이란다.그리고 앞으로도 아빠가 오래 볼 수 있는 해님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꽃이 있을 수 없지 않겠지.그러니 당연히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울수밖에 없단다.하늘의 햇님도 세상 모든 것들을 오래보고 있으면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겠지.그러니 세상 모든 생명들에게 차별없이 생명의 빛으로 사랑을 나누어주는 것일테고 말이야.해님도세상을 살아가며많은 풀꽃, 친구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세히 보고 오래보고, 그리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나렴.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단다. 그게 바로 아빠의 딸이란다.사랑하는 아빠가 해님에게 보냅니다~
편지를 쓰다보니 딸보다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더 든다. 나를 사랑하고 길러주신 그 큰 사랑을 부모가 되어보니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되니…사랑하는 어머니께도 편지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