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가득 비구름이 가득한 아침.
아침안개는 모두 일찌감치 비구름속으로 들어갔나보다.
구렁이 담 넘듯, ‘안개구렁이’ 한 마리만 남아 승무산 산등선을 슬금슬금 넘어가고 있고.
마당 구석구석엔 끈끈이대나물들이 자리잡은지 오래.
달님보다 햇님이 더 좋아 낮에 꽃을 피운다는 이름만 달맞이인 해맞이꽃 황금달맞이꽃, 해님이 나오지 않아 꽃을 피울런지 궁금하다.
오늘도 아침일찍 블루베리 수확으로 바쁜 고모님 블루베리 농장에 어머니 모셔다드리고.
알알이 하나하나 손으로 열매를 따야하는 수고로움에, 일일이 하나하나 손으로 선별작업으로 포장을 해야하는 블루베리 수확이 바쁜 나날이다.
맛좋은 블루베리가 1kg에 12,000원, 택배비 3,000원! 수확하고 손질하고 포장하는 모습을 잠깐만 보더라도 그 수고로움에 비할 ‘가격’이 못된다.
주문접수에, 택배포장배송으로 마무리까지 연일 바쁜 일손들이 필요하다.
아직도 밭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블루베리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고, 일손은 많이 필요한데 늘 일손이 부족한 시골.
점점 줄어드는 일손에 사람에, 시골에서 농사일이 바뀌지 않으면 답이 없을 것 같다.
크기도 모양도 맛도 다 제각각인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농부는 똑같은 모양과 크기와 맛으로 만들어진 ‘상품’을 만들어내야하니 농사일이 어렵지 않을 수 없다.
무릇 농사란 생명을 기르고 먹여살리는 생명살이가 그 바탕에 있어야 하나, 요즘은 돈 버는 일이 그 바탕이다보니 시골의 농부님들이 살아가기가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도 모두 저마다 제각각이듯, 서로 다르면서도 어울려 살아가는 게 자연의 순리인데, 냉장고 한 가득인 어제 저녁 고모님이 보내주신 ‘못파는’ 블루베리를 생각하니 먹거리에 대한 짧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조금 더 익고, 약간 상처나고, 작아서 상품가치가 없어서 팔지를 못한다고, 하지만 맛만 좋은 블루베리! ‘바른먹거리’가 무엇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이 생명을 먹는다’는 생명농사의 시작이 바로 바른먹거리이가 아닐까 싶다. 생태순환의 원리도, 생태농업이라는 유기농업의 바탕도 바로 바른먹거리가 아닐까 싶다.
점점 농사짓고 살아가기 힘들다는 시골농부님들이 맘 편히 살아가기 위한 길도, 농촌이 살아남기 위한 길도 바른먹거리로 시작하는, ‘교환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상품경제가 아니라 ‘사용가치’를 되살리는 자연경제 속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새 비구름이 억수같은 폭우로 변해버린 아침. ‘무위자연’의 조화로운 삶을 위한 실천을 위한 바탕 역시 바른먹거리에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