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 아침산책길. 동네 앞산인 승무산 아래로 시작, ‘쑤안’으로 길을 돌아본다.(‘쑤’는 ‘관목이 우거진 곳이거나 늪’을 일컫는 우리말?)
농사는 풀과의 끝없는 싸움, 요즘은 부직포로 쉽게 풀을 제압할 수 있는 듯 싶다.
하지만 한살림 유기농인증 농지에선 부직포도 마음대로 펼치지 못하니,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고단한 풀베기 작업들이 이어진다.
논두렁 밭두렁, 정겨운 길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짝짓기로 바쁜 올갱이들…덩치는 보잘것 없이 작지만 몸짓은 격렬하다.
논둑길엔 ‘아침식사?’중인 잠자리들로 가득.
수염을 보니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옥수수,
이른 봄부터 들판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노오란 애기똥풀꽃,
개망초 계란꽃,
요즘 부쩍 눈에 자주 띄는 메꽃, 익숙한 들꽃들이 지천이다.
낮은 식량자급률에도 불구하고 쌀이 남아돈다지만, 논농사는 점점 귀한 풍경이 되어간다. 농사일보다 돈 안되는 농사라 ‘나락 한 알 속 우주’를 기르는 귀한 논들이 자꾸만 사라져간다.
아침안개가 자욱한 걸 보니 오늘도 한낮의 불볕더위는 여전할 듯.
작은 꼬맹이들이 하늘을 향해 아우성 치는 듯한 층층나무 열매들.
담배밭에도 예쁜 꽃 한송이가 피었다.
오랜만에 보는 담배꽃. 농사 중에도 힘든 농사가 담배농사라…좀 편한 농사가 없을까 궁리를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참새보다 새우를 훨씬 더 닮은 참새귀리.
털이 숭숭 나 있는 털개밀.
들꽃 이름에 ‘개’자가 붙은 이유는 너무 흔하거나 쓸모없다고 여겨지거나 해서라지만, ‘하나님은 쓸데없는 건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는 강아지똥 노랫말처럼 저마다 다 쓰임새가 있는 법.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밭고랑 풀밭이 기세등등. 농사가 풀과의 전쟁이라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에 공연히 힘을 빼앗기고 있는 건 아닐지. 다툼이 아닌 화합의 다른 길은 없을지…참 어려운 화두가 늘 농부의 일상에 자리한다.
그래도 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상의 또다른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