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역사, 문화, 정서와 함께해온 밥 이야기
#아주 따뜻한 ‘밥’ 한 그릇
건강의 핵심은 어떤 먹을거리를 먹어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선택하는 데 있다. 지역환경 조전에 의해 주로 육식과 빵을 선택한 서구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일지 몰라도 건강 면에서는 불우하다. 하지만 ‘밥’을 음식의 기반으로 한 우리는 건강 면에서나 문화 면에서 축복받은 민족이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은 한때 한울님으로 숭배되었다.
그동안 쌀에 모아진 관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경제·자원적인 측면으로, 여기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다른 하나는 인문학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있으나, 지금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미미한 관심밖에 끌지 못했다…쌀이 경제·자원적인 측면에서 힘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먼저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음식은 단순히 경제·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할 수 없는 고유한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 밥을 이야기하면서 “인문학적 시각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 책은 밥이 한국인에게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인문학의 시각에서 풀어가는 작업에 방점을 찎는다. 그러나 밥의 과학을 제대로 설명하고, 잘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지나가는 밥의 조리법, 그리고 밥과 건강의 문제를 함께 짚어보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젊은 세대가 즐기고 사랑하지 않는 문화는 살아남기 어렵다. 내가 ‘밥’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런 우려 때문이다.
#밥은 운명이다
한국음식의 핵심은 밥이다…우리 전통음식의 핵심인 ‘밥’을 먼저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음식 가운데 왕중 왕은 ‘밥’이다. 한국인은 밥을 먹기 위해 김치나 간장 같은 발효식품을 반찬으로 먹는 것이지, 반찬을 먹으려고 밥을 먹는 게 아니다. 밥 이외의 부식들은 밥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밥이 없으면 한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한국음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 ‘여러 사람이 모여 밥을 먹는것’, ‘밥을 주식으로 하고 그 외의 국이나 반찬들을 부식으로 먹는 주·부식형의 식사 관습’
“밥이 하늘(한울님)이다.” – 최시형
쌀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공을 많이 하지 않은 채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곡물’
생각해보면 쌀은 참 대단한 식품이다. 조리법도 단순하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으니까! 쌀이 완전식품에 가깝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식의 세계화’보다 중요한 것은 ‘쌀과 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건강하고 따뜻한 문화를 복원’하는 일이다.
밥은 하늘입니다 /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 밥은 여럿이 함께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 하늘을 몸 속에 모시는 것 / 밥은 하늘입니다.
하하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 김지하, 「밥은 하늘입니다」
#선사시대의 밥
음식은 ‘사회문화적인 산물이자 총체적인 문화’. 인류가 발달시켜온 음식에 대한 지혜와 다양한 기호식품을 즐기는 것도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이기에.
밥을 지어 먹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오산이다. 도정 기술이 없었기 때문. 벼를 대충 갈아서 대형 토기에 끊인 다음 걸쭉한 죽 형태로 먹거나 혹은 쪄서 먹었다.
식구. ‘함께 밥을 먹는 사람’
평생을 먹어야 하는 주식이라면 우선, 항상 먹어도 물리지 않는 맛이 기본. 또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야 하고, 열량 제공도 뛰어나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식물이 서양에서는 ‘밀’, 아시아권에서는 ‘쌀’이었다.
#삼국시대의 밥
#고려시대의 밥
쌀은 우리 민족의 마지막 생명줄이므로, 이를 외국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밥
배가 불러야 수저를 내려놓다. 대식가 기질. “중국 사람들은 맛으로 먹고 일본 사람은 눈으로 먹고, 한국 사람들은 배로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근대의 밥
밥을 잃다_일제강점기의 비극. 일제강점기는 한마디로 식생활 궁핌화의 시대였다. ‘토지조사사업’ ‘산미증산계획’ 쌀 증산 목표는 쌀을 수탈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실제로 가장 쌀 부족에 시달렸던 시기가 일제강점기다.
해방 직후 식생활을 바꾼 미국 잉여농산물. 밀가루! 막대한 양의 밀가루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주식 구조가 위협받게 된다. 구호원조라는 명목 아래 여러 가기 형태로 잉여농산물이 우리나라에 제공되지 시작한다. 이후 밀의 국내생산 기반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쌀밥 수난시대.
1964년 혼분식 위반 업소는 영업정지 처분.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통일벼가 반강제적으로. 학교급식에 빵 도입, 이는 학생들의 입맛을 서구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민족에게 쌀밥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점을 인지한 정부는 결국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영양학’이라는 과학의 힘을 빌려 쌀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쌀밥을 버리고 병을 얻다. 식생활의 서구화, 빵과 육류 기본. 쌀 소비량이 줄어들수록 만성질환의 발병률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밥 한 그릇에 담긴 의미_쌀의 문화사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것 이상. 밥은 정서이자 마음이고, 사랑이자 문화이다.
밥은 밥이 아니다. 밥 없이 못 치르는 통과의례. 신주단지에 쌀을 모시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르 클레지오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情)’이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이를 뭐라 표현하기는 참 어렵다는 말을 남겼다.
‘음식 맛은 손맛’. 음식의 맛은 이성적인 판단의 대상만은 아니다. 음식을 나눌 때의 마음, 주는 사람의 정을 담은 마음이 음식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 것이다.
한국문화의 특징으로 잔치음식과 발효음식 그리고 정성을 들기도 한다.
약식동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 자연을 담은 밥을 먹으면 보약이 된다.
이류보류(무리로써 무리를 보한다). 수궁가, 토끼 간을 처방받은 용왕. 소의 도가니를 조리해 먹으면 사람의 무릎이 튼튼해진다.
#북한 요리책에서 만나는 ‘밥’의 원형
나는 요즘 젊은 요리사들이 선보이는 한식 전시회에 가면 종종 당혹스러워진다.
과연 저들이 우리 한식을 제대로 알고 변형시킨 것일까. 의구심이 생기는 탓이다.
한식의 원형이 무엇이었나를 고민한 다음 변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그 어디에서도 나는 ‘밥의 원형’을 만나지 못했다….’한식의 세계화’, 대개 원형으로부터 한참 멀어지고, 뿌리를 잃은 한식들이다!
#마음으로 읽는 팔도밥별곡
향토음식의 전국구화. 향토음식이 개성을 잃고 음식축제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통합되기 전에는 어땠을까?
##남의 밥 이야기
##밥의 과학
인문학도 궁극적으로 과학적인 근거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밥 짓기는 요리가 아니라 과학이다. 무궁무진한 밥의 종류. 쌀을 알아야 밥맛이 산다
##밥은 힘이다_색색가지 밥 짓기
우리 민족은 밥심으로 사는 민족이다? 밥심으로 살려면 밥이 맛있어야 하고 밥맛이 좋으려면 무엇보다 밥을 잘 지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이 밥을 짓는 데 들이는 정성은 놀랄 만하다. 밥 짓기가 기술을 넘어선 ‘예술’이 된 지도 이미 오래다.
밥심은 밥맛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