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농부님들의 휴일은 따로 없다.
아침부터 내리는 봄비로 모처럼 휴일을 맞은 고향 친구들과의 ‘밥상모임’이 만들어진다. 농삿일로 바쁜 친구들에게 기운내라고 가마솥 닭백숙 밥상 ‘초대장’이 문자메시지로 날아든다.
몸에 좋다는 온갖 약재와 함께 가마솥에 푹 삶은 누룽지닭백숙으로 이른 한낮의 진수성찬이 펼쳐진다. 봄비 덕분에 즐기는 때아닌 고향 친구들과의 진수성찬 보양식으로 한껏 여유을 즐겨본다.
봄비 속 한가로운 들판의 풍경과 함께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때마침 상주에서 개최되고 있는 국제농기계박람회. 한껏 배를 채우고 나서 좋은 구경거리를 찾아 단체관람길에 나선다. 활짝 핀 벚꽃과 개나리꽃으로 봄기운이 가득하다.
박람회장에 들어서니 커다란 농기계들이 여기저기서 엄청남 위용(?)을 내뿜는다.
1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로보랙터(로봇+트랙터)! 트랙터를 비롯해 웬만한 농기계를 다 가지고 있는 친구도 갖고 싶다는 농기계가 마치 로봇처럼 보인다.
‘농삿일은 농기계의 몫으로’가 당연시 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농부님들의 일자리는 농기계가 차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농업 없는 미래 없다’ 보자마자 한참을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에 잠시 상념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농삿일은 농기계의 몫으로, 농업은 농기계와 농자재의 소비산업으로, 농부는 농산물 생산자에서 농기계와 농자재 소비자로.
시나브로 현대 소비사회로 편입된 농촌의 일상에서 농기계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농부는 사라지고 포크레인까지 들어선 들판의 모습이 일상이 된 풍경.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농업인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생명살이들을 먹여 살리려는 귀한 농부들이 값비싼 거대한 농기계들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쉽게 지울 수 없다.
값비싼 농기계보다 귀한 농부님들이 맘 편히 농사짓고 살아갈 수 있는 농촌의 풍경은 아직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미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