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다녀오던 오송폭포 산책길에서 만난-‘혼자서’ 백출 씨앗 파종을 하고 있던-귀농한 동네의 젊은 농부와의 짧은 대화가 긴 여운을 남긴 채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농사일로 바빠지지 말자, 돈 되는 작물 심지 말자…스스로 다짐을 했건만 어느새 남들이 돈 된다고 하는 블루베리와 백출 농사를 짓고 있다고…그래도 일 손 사서 빌리지 않고 혼자서 유유자적 손으로 씨앗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파종하고 있는 모습에서 ‘작은 삶’의 지혜와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한창 6천평 배추농사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사랑방의 ‘초보농부’님께서는 일머리가 없으니 농사일 걱정이 밤낮없이 이어지고, 몸도 마음도 저절로 바빠진다.
웬만한 일은 돈들여 기계 빌리고 일손 빌리고, 농부가 아니라 ‘경영인’이어야 하다 보니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배추는 ‘농약과 물로 자란다?’는 선배 농부들의 조언에 관수작업은 직접 작업을 한다하니 잠깐이나마 부족한 일손을 거들어 배추밭 고랑을 따라 오가며 물호스 설치 작업을 함께 해본다.
배추밭에 물을 퍼 올릴 전기펌프설치를 위해 전봇대까지 들어선 배추밭.
‘무릇 농사란 하늘과 땅이 짓고 사람은 단지 심부름꾼’이란 말이 있지만, 요즘 농사는 점점 사람의 힘만으로 지으려는 것 같다.
농사일이 아무리 바빠도 언제나 바쁘지 않은 시골 아이들만이 농부의 지혜를 온전히 실천하고 있는 셈이지도 모르겠다.
속도와 효율의 ‘도로의 논리’가 아닌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길의 철학’을 시골 농부의 삶에서도 되살릴 수 있는 도시와 시골의 만남들이 더욱 아쉬운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의 작은 만남이 모든 변화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