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평 배추농사짓는 ‘초보농부’지만 누구도 ‘농사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알고 보니 농기계 빌리고 일손 빌리고 ‘돈’으로 농사를 짓는데 어찌 농사꾼이라 부를 수 있냐고! 농사 짓는다고 아무나 농사꾼이 되는 게 아닌가 보다. 농사꾼이 아니라 ‘사장님’ 소리 듣는 ‘농업경영인’이라한다.
농사일에 대한 ‘일머리’가 없으니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머릿속 돈 계산 뿐이니 농사가 아니라 ‘경영’을 하는 농업경영인이 맞는 셈이다.
오랜만에 돌아보는 동네 한 바퀴 아침산책길. 배추 심으려 배추 구멍을 뚫어 놓은 넓은 배추밭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하지만 마을 위쪽은 한창 분주할 농사일에 뒷전인 듯한 농지들이 즐비하다. ‘경작금지 안내문’ 표지판이 이유를 설명해준다. 탁상공론으로 시작한 ‘속리산 시어동 휴양체험단지 조성사업‘ 이 이제 눈앞의 현실로 이어지려나보다. 노란표지판이 토지 수용 보상에 대한 찬반표지판처럼 곳곳에 꽂혀 있다.
점점 농사지을 땅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평생을 농촌에서 농사만 짓고 살아왔던 농사꾼들도 점점 사라지고, 남아 있는 농사꾼들에겐 농사일보다 더 어려운 ‘농업경영’이 더욱 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