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밭 농사 준비를 해야한다는 어머님 말씀에 마당으로 나와 거름 뿌리고 삽을 들고 땅을 파기 시작하자마자 갑작스레 찾아온 시골 친구들. 덕분에 금새 일이 끝난다.
거름은 이웃집에서 가져다 주고, 일손은 친구들이 도와주니 작은 마당밭 농사지만 농삿일이 술술 풀린다.
‘짧은’ 일이지만 잠시 땀 흘리고 난 뒤, 뒷마당 냉이 캐서 점심은 ‘냉이라면’으로 봄맛을 음미하니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백짓장도 맛들면 낫다’라지만 힘든 농삿일도 여럿이 함께하면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쉽고도 즐거운 일이 된다.
“시간 있으면 잠시 내려와 보시게!”
마당밭일 마치고 우복동사랑방에서 온 연통에 무슨 일인가 싶어 점심 먹고 면사무소에 가보니, 면사무소 앞으로 주차된 차량들이 빼곡하다. 밤티재에 터널이 생겨난다니 어디에 생겨난다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주민설명회’는 어떻게 하나 싶은 호기심으로 설명회장을 들어서니 농삿일로 바쁜 탓인지 젊은 농부님들보다는 가까운 동네 어르신들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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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를 통해서 속리산 문장대으로 이어지는 밤티재가 보존가치가 아주 높은 ‘백두대간핵심구간(터널로 이어지는 장암리쪽은 백두대간완충구간으로 상대적으로 보존가치가 낮은 지역이라고 함)’이란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지만, 가파른 밤티재를 지나는 ‘짧은’ 터널이라 터널 앞뒤로 놓인 급커브길들에서 차량 속도가 빨리지만 사고가 염려스럽다는 터널 앞뒤 동네 이장님들의 의견과 터널이 뚫리더라도 기존 도로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어르신들의 의견 수렴으로 금새 설명회가 마친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다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지속된다)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요즘은 필요하면 너무도 쉽게 뚫리는 터널로 찻길 걱정들은 쉽게 덜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작 통해야 할 것은 ‘차’보다는 ‘사람’이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속도와 효율이 중요한 도로의 논리보다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한 길의 철학‘ 이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새롭게 뚫릴 터널이 단지 차량 소통을 위한 도로만이 아니라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이 서로 쉽게 통할 수 있는 우복동으로 이어지는 사람 다니는 길로도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래본다.
“그런데 저는 어떻게든 목포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 즉 속도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논리를 ‘도로의 논리’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과정 그 자체를 중시하는 철학을 ‘길의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도로의 논리’에 의해 빚어졌습니다. 이제 그것을 대체하는 ‘길의 철학’이 필요한 때가 됐습니다.” – 신영복, 『여럿이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