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동편에 항아리 같은 산이 있어
옛날부터 그 속에 우복동이 있단다네
산봉우리 시냇물이 천 겹 백 겹 둘러싸서
출입문은 대롱만큼 작디작은 구멍 하난데
조금 깊이 들어가면 해와 달 빛이 나고
기름진 땅 솟는 샘물 농사짓기 알맞아서
멍청한 선비 그를 두고 마음이 솔깃하여
지레 가서 두어 마지기 밭이라도 차지하려고
죽장망훼 차림으로 그곳 찾아 훌쩍 떠나
백 바퀴나 산을 돌다 지치고 쓰러졌다네
적이 쳐들어와도 나라 위해 죽어야지
너희들 처자 데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아내가 방아찧어 나라 세금 바치게 해야지
아아 세상에 어디 우복동이 있을 것인가
– 정약용 ‘우복동가(牛腹洞歌)’ 중에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찾지 말고 현실 속에서 유토피아를 만들어가자는 ‘실사구시’ 실학의 정신을 되살려 우복동의 전설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새로운 숙제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