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위한 빨간책. 보단 안데르센·소렌 한센·제스퍼 젠센. p157
“영국은 책 몰수, 그리스는 출판사 대표 구속” 대체 무슨 책이기에?
#원저자 2014판 서문_소렌 한센
1969년 젠센과 내가 『빨간책』을 펴낸 이유는 당시 학생들을 로봇처럼 훈육시키던 권위주의적인 빅토리아식 교육 시스템에 저항하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독자는 교사와 부모였지만 적지 않은 학생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덴마크를 벗어나 동쪽으로는 일본, 서쪽으로는 멕시코 학생들도 독자가 됐다. 『빨간책』은 전 세계 20개 언어로 번역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이 책 때문에 발칵 뒤집혔으며, 교황은 이 책이 비도적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리스 출판사 대표는 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으며, 영국 정부는 출판사 창고에 있는 책을 몰수했다. 영국 출판사는 이에 항의해 유럽 인권재판소에 제소했지만 패했다.
다행스럽게 오늘날 권위주의적인 빅토리아식 교육 시스템은 사라졌다. 하지만 학생들을 보통의 평균인으로 찍어 내기 위한 더 정교한 방법들이 조용히 그 자리를 대신했다. 아이들은 보다 경쟁적인 무대로 내몰렸다.
교육은 더 이상 어린이가 한 명의 어른으로 커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늘의 교육은 시험과 서열화, 표준화된 교과 과정, 감성을 억압하는 이성 우위 교육, 성적표 매기기 따위가 돼버렸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과목은 사라졌다.
불행하게도, 나는 아직도 이 책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원저자 서문_어른은 종이호랑이다
어른들은 그렇게 힘이 세지 않단다…어른들은 대부분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느끼고, 무력해. 어른들은 그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권력인 경제적, 정치적 힘에 복종해야만 해. 그런 상황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지. 하지만 때때로 어른들과 함께 협력하는 것이 가능하기도 하단다. 어른들이 진정으로 그들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뭔가를 하려고 결정했을 때, 너희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얘들아, 사랑하는 아이들아!_옮긴이의 말
살아 돌아온 아이들을 법전에 세워 놓고, 판사는 물었지. 그 배를 몰았던 선장과 선원들에게 큰 벌을 주고 싶으냐고?
아이들은 답했어. 그것보다는, 왜 내 친구들이 구조될 수 없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다고.
법정에 있던 그 어떤 어른도 그에 대해 답할 수 없었어. 그 어른들은 무능할 뿐 아니라 비겁했지.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이 각자의 머릿속에 명백한 진실을 반드시 간직하도록 해줘야겠다고. 어른들의 말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무조건 복종해선 안 된다는 바로 그 사실을.
선생님의 말이라고 해서, 대통령의 말이라고 해서 그 말이 무조건 옳지는 않아. 그럼 어떻게 할까?…그냥 비위 맞춰 가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나는 너희에게 이제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 그건 불의에 복종하는 거고, 불의에 복종하면서 얻은 작은 평화로는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지. 진리의 편에 서는 사람만이 자신 앞에서 당당할 수 있어…명백한 불의들이 끊임없이 우리 앞에 다가설 때, 포기하고, 물러서고, 타협하기만 하면, 우리의 자아는 사라지고 말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이 될지 말지 모르는 것들을 암기하고 또 암기해야 하는 그런 삶을. 그것을 너희에게 강요하는 그들을 의심해야 해…무력하게 노예가 되어 버린 많은 어른은 너희를 노예로 만들려고 하지…그러나 그들은 틀렸어.
노예가 되어 버린 사람들이 만든 세상은 바로 이런 거지. OECD 국가 중에서 어린이들과 청소년이 가장 불행한 나라,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물가 대비 최저임금이 제일 낮은 나라,…고작 이런 사회를 너희에게 물려주는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모두가 불행한 지금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건, 용기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지.
에티엔 라보에씨가 17살에 쓴 『자발적 복종』. 라보에씨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깨달았어. 열일곱 살이란 나이는 세상의 진리를 깨닫고 남을 깨우치기에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걸.
#교사들
교사들이 모르는 것들. 교사는 너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산만큼 알면서, 반드시 필요해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행하게도.
교사들이 아는 것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어떤 식으로 학생들에게 전할지는 잘 몰라. 물론 대학에서 교육방법에 대해서도 배우지. 그러나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학생과 청소년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순수 이론적인 내용에 그치고 말지.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실제로 마주치면서 비로소 이론적으로 배운 교육법과 실제 교육 현장의 구체적인 현실 사이의 차이를 체험하지.
교사들끼리의 관계. 많은 교사가 동료를 두려워해. 원칙적으로는 모든 교사가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교육 방식을 채택할 수 있지.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교사가 남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을 택한단다…겁이 많은 사람은, 언제나 전통적인 방식에 가까이 가르치거나 남들과 같아지려는 경향을 갖지. 그렇기 때문에 바로 너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며, 선생님이 뭔가 바람직한 시도를 제안할 때면, 언제나 그 선생님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해 줘야 하는 거야.
교사들 역시 예속된 사람들. 교사들 역시 그들이 전혀 존중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규칙에 복종해야 해.
교사들이 두려워하는 것들. 그들은 자주 학생들을 두려워하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하는 거야. 그들은 학생들이 옳고 자신들이 틀릴까 봐 두려워하지. 그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조금 느슨하게 하고, 더 유연해지면, 아이들이 교실을 온통 무질서, 무정부 상태로 만들어 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
교사에게 문제 제기하는 방법. 너희가 교사의 행동에 대해 하루하루 적어 나간 메모를 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야 해. 언제든 나중에 이 자료가 또 요긴하게 쓰일지 모르니까.(비망록)
#학생들
너희가 그 가치 체계를 거부하지 않는 한, 어른들의 태도는 멈추지 않을 거야. 그들은 그 가치 체계가 가지는 교묘한 함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거든. 그것을 너희 머릿속에 집어넣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니까.
피라미드 구조? 한 그룹이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이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평등과 상호 존중의 원칙에 입각해서 완전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공동 협력하는 그룹을 얼마든지 조직할 수 있어.
지능: 바보들이나 믿는 것.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는 것.
열등생은 없어. 단지 수업을 빠른 속도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을 뿐이지.
하지만 차이는 있다. 모든 학생들이 같은 속도로 배우는 것은 아니다.
‘열등생’이 의미하는 것은?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들. 그러나 ‘지적장애인’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아이들이야. 배우는 데 거의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지. 학교에서 ‘열등생’이라고 부르는 아이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잘 해나가지.
바보 혹은 똑똑함. 교사에게 물어봐. 당신에게 ‘똑똑함’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한 학생에게 그가 멍청하다고 단정 짓는 것, 그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야. 그런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기 때문이지.
자유시간. 어른들은 너희의 여가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을 때에만 안심하지.
섹슈얼리티와 성관계
술과 담배
#가르치기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 스스로가 분명하게 자발적인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것, 너희 주변에 이 같은 노력을 하기 위한 도구를 마련해 두는 것.
시간표란 무엇인가? 교육부가 정한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다 들었다는 이유로 그 과목을 다 알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선 안 돼…그러나 학교에서 시간표라는 건, 신성불가침이지. 너희의 서로 다른 필요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똑같은 시간표를 따라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단다.
교사들은 언제나 다른 동료 교사들이 비난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시도를 조금씩은 두려워한단다.
소란 피우기. 소란을 피우는 건 수업 시간을 재미없어 하기 때문.
신임 교사에게 좋은 관계를 맺을 기회를 줘야 해. 초장부터 학생들이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소란부터 부리기 시작한다면, 그 교사로서는 엄해지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어지는 법이야.
숙제. 학교 바깥의 자유 시간까지도, 너희가 낭비할까 봐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학교를 둘러싼 시스템
학교는 너희 것이다. 모든 게 정상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정상인 건 아니야. 모든 걸 단숨에 바꾸려고 하지는 마. 하나씩 바꿔 가자…학교 교실은 모든 학교에서 벌어지는 수업을 위한 진정한 작업 공간이 되어야 해.
성적은 사기다. 우리는 점수를 가지고 세상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지. 다른 사라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성적을 알게 되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하여 뭔가를 알게 된다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게 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속이는 것이 돼.
학교와 사회. 학교는 하나의 사회야. 그러나 학교라 불리는 이 작은 사회 안에서는 모든 것들이 매우 느린 속도록 굴러가지…학교는 또한 우리 사회의 거울이기도 하지. 현대사회는 경제 권력의 바탕 위에 설립되어…경제적 이익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힘은 너무나도 강력하여 학교도 바로 이 경제 논리에 굴복하게 만들 수 있지. 학교는 변했고, 많은 것이 변하는 중이야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거의 대부분이 경제적 이해에 의한 압력 때문에 이루어진 것들이지…기업들은 직업교육과 관련된 학생 연수와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자신들이 학교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 주지. 결국 기업주의 이익을 위해 쓰이게 되는 직업교육이나 직업 오리엔테이션 등은 너희가 마음에 드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현재 사람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이나 영역으로 너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된단다.
프랑스에선 1968년부터 학교에 큰 변화가 시작되었어.(68혁명)
“금지를 금지하라!” 이것은 68혁명을 상징하는 유명한 슬로건 중 하나야.
“우리 역시 어른들이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어른들의 말대로 가만히 잠자코 기다리고만 있으면, 여러분들은 크게 뒤통수를 맞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