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흔든 시 한 줄. 정재숙/노석미.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방문객」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서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 고은, 「순간의 꽃」
나이 든 나무는
바람에 너무 많이 흔들려보아서
덜 흔들린다.
– 장태평, 「나이 든 나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나는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기를 원하노라.
– 조지 휫필드, 「일기」
하지 않는 것이지, 不爲也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非不能也
– 「맹자」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정호승, 「봄길」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힘겨운 나날들, 너는 무엇 때문에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번은 없다」